개표업무에 전자개표기를 왜 써야 하나?

탁가이버·2025년 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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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업무에 전자개표기를 왜 써야 하나?

편리하나? 신속하나? 정확하나? 저렴하나? 도대체 왜?

(진실의길 / 신상철 / 2025-02-11)

집단최면에 빠진 사람들

지난 수 년에 걸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우리가 개표를 할 때, 전자개표기를 왜 쓰는지, 한 번 생각나는대로 말씀해 주세요”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어림잡아 백 명에게 물어봤던 것 같다. 그 답변을 요약하면 이렇다.

● 첫째, 편리하지 않나요?
● 둘째, 신속하지 않나요?
● 셋째, 정확하지 않나요?
● 넷째, 비용이 절감되지 않나요?

우리가 컴퓨터라는 문명의 이기 속에 너무 젖어있는 탓일까. 천편일률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일상생활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사무업무를 보면서 PC없이 업무를 처리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긴 하다.

개표업무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인식되고 있다. 업무처리가 편할 것 같고, 왠지 빨리 처리할 것 같고, 컴퓨터로 분류하니 정확할 것 같고, 결국 수고로움과 비용을 절감해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 따져보자. 정말 그럴까?

우선 '대조군'이 존재해야 따져볼 수 있다. 대조군은 <투표소 현장 수개표>다. 투표 끝나는 즉시 그 자리에서 투표함을 열고 개표를 시작하는 <완전 수개표>가 대조군이다. 그에 비해 전자개표방식이 과연 편리한지, 신속한지, 정확한지, 저렴한지.. 그럴 것이라 믿는 우리는 혹시 집단최면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보자는 얘기다.

1. 첫째, 편리할까?

편의상 사전투표 없이 본투표만 하는 것으로 전제를 하자. 지난 2022년 대선을 기준으로 전국 14,464 투표소에서 3,500만명이 투표(유권자 4,500만명 가운데 투표율 75%)를 했다. 그러면 한 투표소당 평균 2,350명이 투표를 한 셈이다.

저녁 6시 투표가 종료되면 선관위 직원은 투표함을 봉인하고, 참관인들이 도장을 찍고, 서류를 챙겨서 투표함의 이동이 시작된다. 어디로? 개표소로 간다. 전국 14,464곳의 투표소에서 251곳의 개표소로 이동을 해야 하니 평균 57개 투표소에서 1곳의 개표소로 집결하는 구조다.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개표소에 제일 먼저 도착하는 것과 마지막에 도착하는 투표함은 얼마나 걸리는지 따져볼 일이긴 하지만. 그렇게 투표함을 차에 싣고 이동하는 것이 과연 편리하나?

장담하건데, 만약 투표소 현장에서 수개표를 한다면 현행 선거제도와 같이 투표함이 개표소로 이동하는 동안에 상당수의 투표소에서 개표가 완료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있다. 투표함이 이동하는 동안에, 그리고 야시장처럼 복잡한 개표소에서 투표함들을 옮기고 정렬하는 동안에 발생하는 부정한 사태에 관한 것이다.

(1) 2016년 총선 강남을 정동영 후보 지역구에서 55개의 투표함이 경찰과 선관위 직원이 옮기는 과정에서 28개의 박스가 열리고, 뜯기고, 자물쇠가 사라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확인결과 55개 투표함 가운데 단 하나의 투표함만 참관인이 동행을 했고, 나머지 54개 투표함은 “선관위 직원과 경찰이 잘 옮길테니 걱정마시고 집에 가시라”는 선관위 직원의 말을 듣고 퇴근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 일이 벌어지자 캠프에서는 법원에 신청해 증거보전에 들어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야무야 되어버렸다.

(2) 2024년 총선 인천 미추홀구을 개표소에서 개표 대기중이던 관외사전선거함 7개 가운데 3개가 사라져 개표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투표함 3개가 어디로 갔는지 오리무중인 상태에서 대치와 논란 속에 개표는 진행되었지만 익일 오전 8시가 되어서야 투표함이 나타났다. 개표결과는 1,025표차 초박빙으로 민주당 남영희 후보는 패배했고, 국힘 윤상현은 당선되었다. (이 사건은 현재 소송이 진행중이다)

다시 질문을 드린다. 투표함을 개표소로 이동하는 것이 과연 편리한가?

2. 둘째, 신속한가?

멀리 갈 것도 없이 2000년대 들어와서 우리가 치렀던 선거들을 어렴풋이나마 복기해보자. 개표가 완료된 시간이 언제쯤 되는지 기억을 되살려 보시기 바란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오세훈:한명숙 서울시장 개표는 새벽 4시 넘어 자신이 패배한 줄 알았던 오세훈이 부시시한 얼굴로 TV앞에 섰던 기억이 나고, 2012년 문재인:박근혜 대선에서는 다음 날 새벽까지 뜬눈으로 지샜던 기억이 나고, 그 외 대부분 선거들도 자정을 넘기기는 예사고 새벽까지 기계 돌렸던 적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저녁 6시 투표가 끝나는 즉시, 개표개시를 선언하고 큰 테이블에 투표함을 엎어 투표용지를 쌓아놓는다. 겨우 2,350장이다. 천장에는 CCTV가 돌아가고, 주민들은 핸드폰으로 촬영하는 가운데 개표참관인 10명(여당 5명, 야당 5명)이 붙어서 수개표를 하면 1인당 250장 분류하는 것에 불과하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은가?

분류하고 모으고, 상대편에 건네줘서 확인하고, 위원장이 집계해서 이상이 없는지 모두에게 물어보고, 동의를 구한 후 결과를 발표하고, 핸드폰으로 해당 투표소 번호와 개표결과를 입력하면 전국 집계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은가? 장담하건데 대선의 경우 불과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더 줄이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투표소를 더 늘이거나, 개표참관인을 늘이면 그만큼 시간은 줄어든다. 인간에게는 신체 리듬이라는 것이 있다. 자정 넘어가면 집중력도 흐트러지고 몸도 마음도 피곤해지기 마련인데 새벽까지 개표하는 것이 과연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다시 질문을 드린다. 개표소로 이동해 전자개표기 돌리는 것이 과연 신속한가?

3. 셋째, 정확한가?

이 문제는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다. 개표에 전자적 방식 적용은 절대로 정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사진 몇 장만으로도 그것을 입증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

(1) 혼표 : A후보의 표가 B후보 라인에서 나오는 경우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라인에서 문재인 후보표가 다량 토출되었다. 이것을 혼표(混票)라고 불렀다. 전 세계 선거사상 유례가 없는 신조어다. 선관위는 “날씨가 추워 기계가 오작동했다”고 공식발표했다. 오류가 얼마냐고 물으니 “오류가 3~4%”라고 했다. 초박빙 구도에서 오류가 3~4%란다.

그 해명이 샛빨간 거짓말이라는 사실은 2014 서울시장선거에서 박원순표가 정몽준 라인에서 나온 것으로 입증되었다. 2016년 지방선거는 6월 4일 치러졌기 때문이다. 6월은 겨울이 아니다. “더워서 오작동했다”고 변명하기에도 이른 시점이다.

그런데 정말 황당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국민들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2) 미분류표 : 정상적으로 기표된 표를 미분류(재확인대상)로 보내는 경우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인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저 사진 한 장만으로도 전자개표기는 <사용불가 판정>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세상은 저것을 멀쩡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고 경탄스럽다. 관용인가? 무지인가.

저 현상은 저렇게 되도록 프로그래밍 했기 때문에 저렇게 나오는 것이다. 그것이 컴퓨터고 컴퓨터는 정직하다. <잘못된 결과지만 컴퓨터가 토해낸 것이니 믿자>가 아니라 <잘못된 결과를 토출하도록 프로그래밍된대로 수행하는 컴퓨터>에 대한 신뢰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의문을 가져야 한다. 왜 저렇게 토출되도록 프로그램 했을까?

그에 대한 답변은 오늘 글의 주제가 아니므로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이 지점에서 다시 질문을 드린다. 전자개표기는 과연 정확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4. 넷째, 비용이 절감되는가?

(1) 현재와 같이 투표함을 이동하여 개표소에서 전자개표를 하는데 소요되는 인력과 비용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언급하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 전국의 개표소에 투입되는 전자개표기 구매비용은 얼마나 들까? 그리고 전자개표기를 한 번 구매하면 몇 번의 선거에 사용할 수 있을까? 그런데 선거 때마다 신형 전자개표기를 제작해 사용한다는 기사가 자주 나오는 이유는 뭘까?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 전국의 투표소 14,464곳에 투입되는 선관위 직원은 몇 명일까? 선거 때마다 임시직으로 채용되는 개표사무원(선관위 주도로 모집하는 개표사무원의 중립성을 신뢰할 수 있을까?)은 몇 명이며 인건비는 얼마나 소요될까? 전국의 투표소에 배치되는 경찰은 몇 명이나 될까?
● 전국의 투표소 14,464곳에서 개표소 251곳으로 이동하는데 필요한 차량이 최소한 14,464대는 필요하리라는 것은 상식적인 추론이다. 인건비와 운송 부대비용은 얼마나 들까?
● 전국의 개표소 251곳(주로 체육관)의 임대비용은 얼마나 될까? 개표업무에 투입되는 선관위 직원과 개표사무원은 몇 명이며 인건비는 얼마나 들까? 투표소와 개표소에 참여하는 각 정당 추천 참관인은 몇 명이며 인건비는 얼마나 들까?

(2) 만약 투표소 수개표를 채택하였을 경우 예상되는 인력은 다음과 같다.

● 전국 14,464곳 투표소에 선관위 직원과 경찰은 현재와 같은 수준이라고 봐도 전자개표기가 없는 만큼 그 운용인력이 줄어드는 것도 적지 않을 것이다.
● 여.야 투개표 참관인 각 5명+α 배치한다.

● 투표가 마감되면 가운데 큰 테이블 하나 놓고 여.야 개표참관인이 마주 앉아서 개표를 하고 주민들은 둘러서서 핸드폰으로 촬영하면서 자유롭게 관람한다. 개표가 끝나면 위원장이 공표하고 박수치고 끝낸다. 끝.

마지막으로 질문을 드린다. 전자개표가 과연 비용을 절감하는가?

집단최면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

사람의 인식이라는 것이 참으로 무섭다. 그래서 관행이나 관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컴퓨터가 편할 것이라는 인식, 빠르고 정확할 것이라는 인식 그리고 비용절감의 효과를 줄 것이라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은행창구로 가는 대신 ATM기(현금입출금기)를 즐겨 사용하고 있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편하고, 빠르고, 정확하고, 비용이 절감된다. 그에 더해 은행은 절대 ATM기로 국민을 속이지 않는다는 전폭적인 신뢰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ATM기를 쓴다.

그런데 아무리 따져봐도 전자개표기는 우리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것 같다. 신뢰는커녕, 편하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고, 정확하지도 않고, 비용절감 효과도 없다. 그러면 우리가 의문을 제기해야 할 것이 딱 하나가 남는다.

“도대체 전자개표기를 왜 써야 하나?”

  • 신상철 :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 한진해운 항해사. 삼성조선 신조선감독. 프로그래머(항해·항법·적하프로그램, 야후전자상거래, 의료보험전산개발). 마산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겸임교수. 前 천안함 진상규명 민주당추천 조사위원. 前 서프라이즈 대표이사. 現 진실의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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