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는 필자가 2023년 6월 6일 ~ 6월 21일까지 총 16일간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남긴 기록을 옮긴 포스트입니다.
8일차는 익산에서 김제까지 약 24km를 걷는 일정이다.
그리고 9일차는 김제에서 14km만 더 가면 나오는 부안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하루 쉴 계획이다.
일정이 하루 더 늘어나기는 하지만 어차피 급하게 갈 이유는 없으니 천천히 가보기로 한다.
새벽 6시경 출발. 아침은 편의점 컵라면으로 대충 때운다.
가는 길에 있는 고등학교 벽에 명언 같은 게 써있다.
"멈추지 않는 이상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아."
평소 같으면 그냥 보고 지나쳤을텐데 국토대장정을 하니 이 문장이 다르게 느껴진다.
일단 많이 걸으면서 느낀 점은... 중간에 멈춰서 쉬지 않으면 무릎과 발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쉬어야한다는 것.
그리고 너무 천천히 가면 해가 져서 밤이 되고 차들이 날 못 보고 칠 수도 있으니 빨리 가야한다는 점이다.
저 명언은 적어도 국토대장정 하는 사람에게는 적절하지 않은 거 같다.
오늘은 거리가 짧으니 카페에 들러 아아 한잔 들고 가는 여유도 부려본다.
같은 거리에 세븐일레븐 2개가 나란히 있다. 얘네 뭐지?
차도와 자전거도로가 분리되어있다. 덕분에 다니기 너무 편했다. 앞으로 이런 길만 나왔으면 좋겠다.
김제로 향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인형(?) 들이 땅에 묻혀있다.
너 진짜 억울하게 생겼다.
알고보니 아 앞이 포도밭이었다. 청포도인가 아니면 덜 익은 건가.
낡은 자전거와 녹슨 표지판.
요즘 인스타 감성을 노리는 듯한 카페인 거 같다. MZ세대 필수코스.
맛있어보이는 마시멜로들이 잔뜩 쌓여있다.
차도만 걷다 인도가 나온 줄 알고 신나서 올라갔는데 3분만에 내려왔다.
울퉁불퉁하고 푹푹 발이 가라앉아서 걷는데 너무 불편했다.
버스정류장에 앉아 쉬는데 이 사진을 보고 여기가 김제라는 걸 알았다.
시골 느낌 나는 사진 몇 장.
뜬금없지만 점심은 무려 한우를 먹었다!
한우 정육식당인데 원래는 구이는 안 먹고 갈비탕 같은 거만 먹고 가려했으나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엄청난 고기 냄새에 참지 못하고 꽃등심 1근을 혼자 박살냈다.
물론 내 지갑도 같이 박살났지만...
하지만 후회는 없다.
육회비빔밥도 같이 시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국토대장정 동안은 하루 소모 칼로리가 기초대사량보다 크기 때문에 이정도 먹은거로는 살 안 찐다.
밥을 먹고 바로 옆 카페에서 아이스티 한 잔하며 날이 누그러지는 오후 4시까지 시간을 보낸다.
아까 먹은 한우 집에 붙어있던 글이다.
한우가 총체보리를 먹고 자라서 결국 사람이 총체보리를 먹는 효과가 난다고 써있다...
소가 풀을 먹으니 소를 먹으면 채식을 하는 것과 같다는 논리와 뭐가 다르다는 걸까?
궤변 그 자체다. 하지만 맛있었으니 봐준다.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근처에 초등학교와 놀이터가 보인다.
오늘도 나타난 풀들에 점령당한 인도.
전라도 지역 인도는 이게 기본인가 보다.
잠시 들른 주유소에서 사장님이 국토대장정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힘내라고 아아 한 잔 타주셨다.
사실 오전에 이미 한 잔 먹어서 또 먹긴 좀 그랬지만 호의를 거절할 수는 없어서 맛있게 얻어마셨다.
덕암정보고의 플렉스하는 꿀벌.
금융정보과는 돈을 많이 버나 보다.
이 이후로는 3km정도 더 걷다 숙소에 도착해서 잠들었다.
9일차는 할머니댁에서 쭉 쉴 예정이라 후기 없이 10일차로 넘어갈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