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대장정] 서울에서 땅끝까지 - 7일차 (논산 -> 익산)

문승연·2023년 9월 1일
0

이 시리즈는 필자가 2023년 6월 6일 ~ 6월 21일까지 총 16일간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남긴 기록을 옮긴 포스트입니다.

새벽 5시에 해가 뜨기도 전에 일찍 출발했다.
이 날 무려 35km를 걷는 고된 일정인데다가 오후 2시쯤부터는 걷는게 힘들기 때문에 최대한 일찍 일어나 오전에 많이 걷는 전략이다.

출발한지 얼마 안됐는데 로드킬 당한 고라니 사체를 발견했다.
고라니 사체를 사실 몇 번 본 적 있긴한데 얘는 좀 세게 치였는지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았다.

2시간 정도 걸으니 슬슬 해가 뜨기 시작한다.

젓갈의 고장이라는 강경면에 도착했다.
사실 처음 들어보는 동네라서 잘 모르는데 젓갈이 유명한가보다.


시골 풍경에 너무 익숙해져서 이제 이런 경치를 봐도 감흥이 없다.

시골길로만 걸어서 몰랐는데 네비를 검색하니 어느새 익산에 도착해있었다.

드디어 충청도를 벗어나 전라도에 입성했다!

하지만 아직 일정의 반도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 전라도 끝까지 걷는게 지금까지 온 거리보다 더 길다.
뭔가 심하게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이제와서 포기하기에는 너무 많이 걸어왔다.

오전 9시쯤 양촌리 보건소에 들러서 화장실도 빌리고 물과 커피를 얻어마셨다.
소장님이 나를 보자마자 국토대장정 중인걸 알아보셨다. 나 말고도 이 길로 지나간 국토대장정러들이 많았나보다

https://youtu.be/zQRQPPUS4X4

그리고 나중에 알았는데 유명 유튜버 "오킹"님이 국토대장정하면서 들른 보건소랑 같은 보건소였다.
위 영상 속 17분 42초부터 나온다.

저기서 얘기한 양촌리 커피 드립 나한테도 똑같이 치셨다... 너무 이해하기 어려워요 소장님...

잠시 쉬면서 소장님과 대화를 나눴는데 오후 2시 이후로는 걷지 말라고 하셨다.
역시나 더위 때문인가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고 시골 어르신들이 점심에 약주 한사발 하시고 그대로 트럭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생각보다 위험한 길을 걷고 있다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다.

무너진 순례길 비석. 마치 점점 지치는 내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

길을 가다 승마장이 보여서 가까이 가봤다.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안에 말들이 몇마리 있는 게 보인다.

보건소 이후 2시간 정도를 걸어서 나온 주유소에서 물을 얻어마셨다.
주유소 사장님이 이 길로 젊은 친구들이 나처럼 가끔 가방 메고 걸어가는 데 어디 가는 거냐고 물으셨다. 아마 나처럼 해남까지 걸어가는 거라고 말해드렸더니 엄청 놀라셨다.

한참 걸어가다 인도가 나와서 그 위로 걸으려고 했는데 풀들한테 점령당했다.
오른쪽에 바닥이 안보이는 길이 전부 인도다.

슬슬 점심시간이 되어가지만 식당이 보이지 않아 근처 편의점에서 가볍게 소시지 하나만 먹고 가기로 했다.

소시지 단 1개.

국토대장정 하는 동안 하루에 기초대사량보다 많은 칼로리를 쓰기 때문에 아무리 먹어도 살 찔 걱정은 없어서 좋다.

가는 길에 대나무 숲도 있다. 생각해보니 대나무 숲은 살면서 처음 보았다.

편의점에서 1시간 정도 더 걸어서 오늘의 점심을 해결해줄 식당이 나왔다.

오늘의 점심은 비빔국수.
참고로 국토대장정하면서 친구들한테 가장 많이 들은 소리가 "그냥 식도락 여행 중 아니냐?" 였다.

다시 풀에 점령당한 인도를 약 7~8km 정도 더 걸으면 익산 시내가 나온다.

오늘의 숙소 도착!

사실 익산역 부근으로 가려고 했는데 그러면 총 39km를 걸어야해서 어쩔 수 없이 4km 더 가까운데로 잡았다.

원래 4인실을 5만원 주고 혼자 예약했는데 객실에 문제가 생겼다고 6인실로 공짜로 업그레이드 해주셨다.

이후로 저녁 먹고 바로 잠들었다.

다음날 일정은 김제까지 약 23km를 걷는 한 숨 돌리는 일정이다.

profile
"비몽(Bemong)"이라는 앱을 개발 및 운영 중인 안드로이드 개발자입니다.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