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대장정] 서울에서 땅끝까지 - 4일차 (천안 -> 공주 정안)

문승연·2023년 9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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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필자가 2023년 6월 6일 ~ 6월 21일까지 총 16일간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남긴 기록을 옮긴 포스트입니다.

오늘은 4일차 천안에서 공주 정안까지 약 28km를 걷는 코스다.
30km를 하루 평균으로 잡으니 할만한 거리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고...

그 이유는 밑에 나온다.

아침 일찍 시내를 빠져나와서 쭉 걷는다.

시내에서 조금만 걸어도 이런 풍경이 나온다.
하천 옆의 산책로를 따라 걷고 싶다~ 는 생각은 전혀 안든다. 이미 너무 많이 걷고 있다.

이 투썸플레이스를 지나면 한동안 카페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물이 충분하고 걸은지 30분도 안되어서 쉬기는 좀 그래서 패스.4

오늘도 마찬가지로 차도를 옆에 끼고 걷는다.

화물차들이 지나다니는 좁고 험한 도로에 어울리지 않게 편의점이 있다.
들러서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도 빌리고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었다.

이 이후로 당분간 편의점 비슷한 건물은 보지 못하게 된다.


편의점 옆 귀여운 댕댕이들 한 컷.

남관리라는 곳에 들어선다. 아직 천안이다.

한참을 계속 걷다가 굴다리 밑에서 잠시 쉬었다.

아직 초여름이지만 이 날 최고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가고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여서 걷기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이 때는 아직 오전이라 그나마 살 만 했지만 오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열매를 발견했다. 찾아보니까 호두 종류라고 한다.

확실히 밑으로 내려오니까 걸으면서 경치보는 맛이 있다. 힘들지만 눈은 호강한다.

점심을 먹을 때가 되어 들른 꽈배기집. 원래는 이 옆 식당에서 장칼국수를 먹으려했는데 문을 닫았다.

꽈배기 3개에 2,000원이라는 요즘 물가에 정말 혜자스러운 가격. 게다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고작 2,300원 밖에 안한다.

심지어 가게 주인분께서 감사하게도 내가 손에 들고 있던 쓰레기도 전부 대신 버려주셨다.

그리고 여길 안들렀으면 정말 큰일날뻔한게 이 이후로 3시간 동안 사람이 있는 가게를 볼 수 없었다.

뻥 뚫려 있는 도로. 사진으로 보면 괜찮지만 걷는 입장에서는 숨이 턱 막힌다.

이때 시간이 오전 11시 30분쯤, 30도 가까운 날씨에 그늘 하나 없이 쉬지도 못하고 계속 걸어야한다.

아까 전 꽈배기 집에서 생수 한 통 사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게되고

드디어 문제의 쌍령1길 시작. 왜 여기가 문제인지는 금방 나온다.

오프숄더 의상의 범상치않은 마네킹이 있다.
밤에 보면 기절했을 거 같다.

서울은 영화 <범죄도시>가 유행하는 당시에 범죄없는마을이라.. 이게 낭만 아닐까?

이 버스정류장에서 5분 정도 쉬다가 큰일 날뻔했다.
5분 내로 위 사진에서 이유를 발견 못하면 당신은 이미 병원행.

바로 위 천장에 벌님께서 영주권을 행사하고 계셨다.
거짓말 안하고 저 바로 밑에 5분정도 앉았다가 뭔가 느낌이 싸해서 고개를 들어보니 저게 있었다.

잠시 쉬어갔다.
체력이 많이 빠진 상태라서 30분 넘게 쉬었다.

드디어 원덕리 임도길 시작.

무려 카카오맵같은 네비게이션에서도 로드맵 지원이 되지 않는 날 것 그 자체의 산길이다.

자동차들은 이 고개를 넘어가기 위해 터널을 지나가지만 사람은 그런 거 없다.


경사의 상태가 이상하다... 체감 경사 거의 40도
진짜 죽을 맛이라는 게 뭔지 제대로 느꼈다.

심지어 이때 시간은 오후 1시. 제일 더울 시간에 마지막으로 물을 마신 건 2시간 전.
현재 가지고 있는 물 X.

어차피 힘든 거 쉬지 않고 한번에 넘어가자는 생각으로 갔는데 중간에 현기증이 와서 쓰러질뻔했다.

정말 다행인건 오르막길이 경사는 험했지만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한 20분정도 걸으니 곧 내리막길이 나왔다.

원덕리 임도를 지나면 정말 오랜만에 다시 포장도로가 나온다.
이때 너무 기분이 좋아서 육성으로 소리를 지르면서 땅을 밟았다.

꽈배기집 이후로 3시간만에 들어선 식당에서 진짜 점심을 먹는다.
아까 먹은 꽈배기 3개의 칼로리는 진작에 다 써버렸다.


메뉴는 연냉면이랑 연빈대떡. 둘 다 연잎이 들어갔다고 한다.
연잎맛은 잘 모르겠고 그냥 맛있었다.
참고로 난 오이를 정말 싫어하는데 냉면에 오이 대신 토마토가 들어있는 거 보고 감동받았다.

이때가 약 오후 2시였는데 이 더위에 무리해서 더 가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차피 목적지도 얼마 안 남아서 1시간 가량 쉬었다.

그렇게 조금만 더 걸어가면 공주가 나온다!

하지만 공주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기는건 긴 차도였다.

상남자 특. 걸어서 휴게소 감.

차도를 따라 1시간정도 걷다보면 오늘의 목적지인 공주 정안에 도착한다.

오늘의 숙소...
국토대장정하는 사람들 대부분 여기서 묵는다는데 비주얼이 심상치않다.
밤에 왔으면 무슨 마왕성인줄 알고 무서워서 못 들어갈뻔.

마왕성답게 문을 지키는 파수견도 있다.

내부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내일은 공주 시내까지 향하는 더 짧은 일정이라 천천히 출발해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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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몽(Bemong)"이라는 앱을 개발 및 운영 중인 안드로이드 개발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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