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 하지만 명확해졌다. 나는 실존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바다 위에서 표류하고 있지만, 어디인지도,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이다. 하루 종일 고민을 하고 생각을 정리하느라 거의 아무것도 하질 못했다. 팀원들끼리 약속한 심화 과제 2번은 10분만에 치우고 넘겼다.
머리가 뜨거워졌다. 사실 이 글을 여기에 써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개발과 관련된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봄 머리를 밀었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와 비슷한데 좀 더 심한 것 같다. 통제됐기 때문이다. 그때 머리를 밀었던 것은 뜨거웠기 때문이겠다. 부스트캠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어디로 가고 있나요?
걷고 뛰면서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생각이 피어오르는 것을 관찰하기도 했다가, 머릿 속에서 호통치며 연설하기도 했다가, 수 많은 사건들이 일어났다. 이상해보이겠지만, 맞다. 결론은 '모든 것이 의미 없으니 사랑하고 싶다.'였다. 화를 내는 나 자신도 사랑하고, 고통스러운 나 자신도 사랑하고 싶다.
통제된 상자 안에서는 많은 상상이 생긴다. 마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양이 있는 상자같다. 통제로부터 피어나는 화는 나를 성장하게 할 것이다. 분명히. 그리고 절대로 순순히 휩쓸려가지 않을 것이다. 침묵과 무관심, 고찰 없는 허무 속으로 휩쓸리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