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2~3년간 연말에만 했었지만...
앞자리가 바뀌는 순간이 다가와서, 그리고 더는 이렇게 목적없이 표류하고 싶지 않아서 저에 대한 고찰을 좀 더 심도있고 매우 솔직하게 했습니다.
글을 짧게라도 쓰고 올렸을 때 남들이 어떻게 해석을 하던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이 글을 공개할지 말지 지금은 결정 못하겠습니다. 무서워서요. 부끄러운 글이 되겠지만 제가 느끼는 감정을 다른 감정으로 덮는 것이 아닌 드러내어 마주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기록물의 저장소들을 분산시키기 싫어 여기에 기록은 하지만 읽진 않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0.
'나' 는 목적이 세워지면 밤을 세워서 뭔가를 할 정도로 깊게 그리고 최대한 넓게 파는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의 단계에서는 몰라도 될만큼 지엽적인 부분까지 물고 늘어졌으니까요. 하지만 계획을 A부터 Z까지 세우면 그 계획의 100%가 아닌 일정 수준이 만족되면 더 열의가 생기지 않아 중간에 그만 두었습니다.
김승환이라는 사람이 머릿속에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행동을 했던 20살 이후부터 10년 동안은 위 경향이 매우 심했습니다. 정확한 기준은 20살 이라기 보단 수능이 끝난 후가 맞습니다.
왜냐하면 수능보기 전엔 '점수로 저 친구를 이겨먹여야겠다.' 혹은 '이 시간동안 이 챕터를 다 외워야 겠다.'와 같은 목표에 대해 100프로 만족할 때 까지 몰입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해서 수능으로 연대에 왔습니다. 간판 좋은 서울에 있는 그 학교 맞습니다.
1.
수능이 끝난 후가 기준이라면 지금 너의 나이와는 매우 먼 시점이 아니냐 라는 생각이 드실 것 같네요. 맞습니다. 많이 멀죠.
속으로 아무리 물리적인 나이는 중요하지 않지 젊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지 라고 자기 위안을 하면서 살아도 올해 체감했던 급격한 체력의 저하는 저를 더 무섭게 만들었습니다.
체력이 이만큼 줄었는데 나는 아직 사회에서 내 1인분을 하고 있지 못한 걸...? 보험료도 내 스스로 내지 못하고, 밥 값이 신경쓰여 약속도 쉽게 잡지 못하고, 나에겐 아직 연봉이라는 개념도 없는데.... 등등등등.....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미봉책처럼 부모님과 주변 지인에게 돈을 빌려 생활하고 알바를 해서 갚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좋은 친구들을 만나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제가 스스로에게 당당해지는 시점이 오면 제일 크게 기뻐해줄 사람들이고 저도 기쁜 마음으로 가장 크게 보답을 해줄 사람들 입니다.
무튼 그래서 더 이상은 거짓으로 살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2.
대충 학교 다니고 알바하고 밥 먹고 사람들과 교류하고 이러는 과정속에 제 미래에 대한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니 있었지만 그 근본 욕망은 마주하지 않고 세운 사회적으로 봤을 때 멋있어보이는 계획 이었습니다.
내가 원하는건 뭘까.. 승환아 넌 뭘 하고 싶니.
정말 솔직하게 전 좋은 사람과 결혼하여 아늑한 가정을 꾸리고 제 이름으로 된 무언가를 이 세상에 남기는 것이 제 꿈입니다.
이런 생각이 들 때 마다 자연스럽게 '사회적으로 좋아보이는 직업을 가지면 되겠지' 라는 방식으로 생각이 흘러갔습니다. '좋은 직업을 가지는 것' 이 레벨1 이라면 그 기저에 '왜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하지?' 와 같은 근본이 되는 생각인 레벨 0가 없는 모래성 이었습니다.
학교 덕분인지 몰라도 알바나 과외는 곧 잘 구할 수 있었습니다. (추측이지만 아마도 제가 지금 있는 포항의 이 자리도 학교의 영향이 컸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미약하나 그런 학교를 갈 정도로 노력했다면 잠재력이 있다' 뭐 이런걸로 잘 포장이 되곤 하니까요. 그 당시의 저는 속은 없고 포장된 지원자 1 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면접에서도 그 부분이 드러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구한 알바에서 조금만 시간을 쓰니 돈이 알아서 지급이 되었습니다.
달콤한 꿀인줄 알았던 부분이 알고보니 독이 든 성배였던거죠.
그렇게 생각없이 하루를 보내며 조금의 돈을 얻는 방식에 오랫동안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3.
이제 이 방식으로 제 삶을 채우기엔 제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살 때 부터의 제 행동들을 회고해보니 꽤나 소름돋는걸 느꼈습니다.
지금 기록으로 남기는 이 와중에도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 키보드를 두들기는 손이 다 떨리네요.
저는 초중고 시절 행복한 유년기를 보내진 못했습니다. 돼 보다 안돼 라는 말을 더 많이 들었고, 하기 싫은 분야의 공부를 하며.... 이런저런 개인 사정으로 부모님에 대한 두려움과 원망이 많았습니다. 저를 둘러싼 물리적인 환경에 대한 불만이 아닌 나를 왜 이렇게 못 살게 굴지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려보니 제 머릿속에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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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능 이후로 목표를 잡고 행동하고 아르바이트를 잡고 이랬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1. 돈을 준다.
2. 부모님과 떨어져 있을 수 있다.
이 두 개 였습니다.
뭔가를 더 잘하고 싶다, 이 분야에서 더 나아가고 싶다 이런 류가 아닌 단지 무언가를 피하기 위한 목표였습니다.
포항에서의 삶도 저런 무의식이 근본에 있었습니다. 앱에 대해 개발을 하면서도 그 순간의 잠깐의 흥미는 있으나 오래도록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개발을 잘 하면 좋은 것은 알았으나 왜 제가 이 분야에서 잘해야하는지 제 안에서 그 이유를 찾지 못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어떤 목표를 세워도 위 두 개가 충족되는 순간 계획을 세울 때보다 의지가 확연히 줄어들어 그게 행동으로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이 생각이 드는 순간 너무 소름이 돋고 이 악순환을 끊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런 부분에 제 살을 깎아 먹고 있는 제가 너무 불쌍하더군요...
얼마 전 까지 부모님의 행동들이 다 나를 위해서였구나 이해를 하면서 잔소리들을 넘기다가도 어느 순간 예전 감정이 다시 들어 부모님께 화를 내게 되었는데 그 원인도 여기에 있었다는 것을 인지했습니다.
제 가슴 속에 있는 무의식이 저 두 개에 지배당하고 있었고 지금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요.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기위해 제 자신을 돌아보고 자소서를 쓰면서 제 발자취를 다 훑은 것 같으면서도 마음속에 표현할 수 없는 찝찝함이 항상 남아있었습니다.
이렇게 글로 남기니 알아선 안 될 비밀을 알아버린 기분이 들면서도 방황했던 원인을 드디어 찾아 많이 후련합니다. 그렇기에 제가 까먹지 않고 계속 마주해야하는 부분입니다.
저는 제 현실을 계속 마주할 것입니다. 계속 마주해서 부정적인 감정의 고리를 끊고 진짜 저를 위한 삶을 살 것입니다. 이렇게라도 글을 남기는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고민하고 행동하겠습니다. 제 행동의 원인이라도 알았으니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 무의식을 바꾸고 노력할 것입니다.
취준 기간에 불안하기만 했던 마음이 지금 한결 편해졌습니다. 진짜 저를 잘 표현하고 이 분야를 좋아하는 것은 맞았기에 솔직하게 제가 가진 열정을 담담하게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