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질문 일기 안 쓴 것 같은데. 아무렴 어때. 매일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늦게 일어나서 적당히 준비하고 나갔다. 뭐... 늦잠을 잤다고는 하지만 아침 식사를 할 여유가 안 되는 정도일 뿐, 약속 시간에 늦진 않았다. 약속장소로 향하는 지하철 환승하고서 약속 상대를 지하철 안에서 만났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소소한 점심 약속이다. 메뉴 선정은 늘 어렵다. 그냥 적당히 아무거나 먹고 싶다. 적당히 포만감을 채워주고 에너지원을 보충해준다면 뭔들 어때. 아무튼 우리는 치즈카츠와 자루소바를 먹기로 했다. 그냥저냥 나쁘지 않은 듯.
성신여대 근처에서 식사를 마치고 극장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한성대입구역 정도 가니까 주변이 조금 익숙해지기 시작하더라. 지난 번에 휘낭시에 만들고 극장까지 걸어갔을 때도 한성대입구역 언저리에서 출발했고...
스물여섯 번째 공연. (「굴」 누적 13회, 「대소동」 누적 9회, 「청혼」 누적 16회, 「애수」 누적 17회)
전석 매진이었다고 한다. 보조석까지 가득 찬. 내 지인은 뭐... 12월에 보러 오고 더 보러 올 사람은 없지만. 솔직히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7개 단편 중 보지 않은 거 보러 오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엔 다들 연극을 보러 온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참여했다길래 보러 온 느낌이라. 막공까지 일주일 남았는데 초대권 하나도 안써서 몇 명 초대할 수도 있긴 하지만... 연극을 좋아하지만 재정상의 이유로 잘 못 보러 다니는 사람은 초대해도, 연극은 관심 없고 그냥 날 보러 온다는 사람은 별로 초대할 마음이 안 든다.
가끔은 관심 있는 분 DM 주시면 초대해 드리겠습니다, 같은 걸 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런 온라인 커뮤니티도 잘 안 해서. 언제부터였더라... 300명 언저리였던 푸바오 팬 커뮤니티가 1000+명으로 불어나면서부터 커뮤니티 활동이 줄어든 것 같다. 내가 심리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인원을 넘어섰어. 내가 처음 들어갔을 때만 해도 100명대 중반이었는데 이제는 그 열 배로 늘었다. 200번째 멤버 환영해주던 게 기억나. 어무이 이모가 "너 오면 200명이야" 하며 동생 이모 초대했던. 이제는 그 때의 분위기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지만 난 그 때가 좋았다. 200명 300명 되어도 실제적으로 대화를 자주 하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던. 열댓 명쯤 새로 들어오는 동안 대부분은 구경만 하고 대화에 합류하는 건 한두 명 있을까 말까 하던. 그러고보니 그렇네. 현실보다는 온라인에서 살아가던 내가 작년 봄부터 온라인 공간에 지쳐서 이전보다 고립감을 크게 느낀 게 좀 있긴 했겠다. 그러다가 지원사업을 발견한 거고.
하여간 공연 시작 전에 하나 끄적여 봤다.
점심에 이어서. 공연을 마치고 다시 만났다. 카페에서 블로그 포스팅 하고 있더라. 카페를 향해 횡단보도를 건너가다가 2층 창가에 앉아있는 걸 발견했다. 어떻게 발견했냐고 하는데, 글쎄. 그냥 보이더라. 사소한 것들을 잘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원고에서 띄어쓰기가 두 개 되어 있는 걸 발견하곤 하는 것처럼. 한 번은 표가 1mm 정도 틀어진 것을 발견한 적 있다. 뭘 애써서 찾으려고 한다기 보다는 난 그냥 그런 존재다. 가끔 귀찮을 땐(?) 내가 발견한 이것저것을 흐린눈 하고 넘어가기도 하고(...).
아무튼 같이 연극을 보고 저녁을 먹었다. 장 전환하며 테이블 이동하는 연출 좋더라. 홍보 문구에 비해 그닥 공감...되는 부분은 없고, 그냥 쟈들은 저러는구나...하고 한 걸음 떨어져서 봤다. 별 생각 없이 가볍게 즐기긴 괜찮은 작품인 것 같다. 재밌긴 해. 근데 내가 기본적으로 희극적인 작품보다 진지한 작품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극단 문지방의 〈시추〉라던가...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서울미래연극제 관객리뷰단 신청 해야지. 작년엔 정신 놓고 지내는 시기에 신청 기간을 놓쳤어...ㅎ 보통 9월 중순쯤 모집하니까 관심 있으면 서울연극협회 인스타그램에서 그 쯤 확인해보셔요.
저녁은 고기 먹었다. 단백질단백질... 서울 올라와서 처음 먹는 고기인 듯? 마지막 고기는 통영에서였어. 내 공연이 18시에 끝나고, 관극이 19시부터 21시 거의 다 되어 끝나고, 저녁을 21시 좀 넘어서 먹기 시작했을텐데 23시 조금 넘어서까지 먹은 것 같다. 음식 안 남기면 아이스크림 주던데 그거 맛있더라. 생각해보면 과일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특이한? 과일만 좋아하는 것 같다. 꽤나 괜찮은 녀석이길래 지하철 내려서 쓰레기 버리기 전에 뭐였는지는 찍어둠ㅋㅋ
근데 확실히 우이신설선 개통하니까 성신여대 언저리가 30분 컷이 되어 멀지 않은 거리가 되었다. 나 19살 때 개통했으니까 개통한지도 꽤 되긴 했지. 집에서 성북구 갈 땐 높은 확률로 우이신설선 타게 되는 듯. 성신도 그렇고 월곡도 그렇고.
오늘은 계묘년 을축월 병자일, 음력으로는 12월 3일. 음력으로 3일이라는 건, 삭에서 이틀이 지나 초승달이 뜬다는 것이다. 우리는 달이 완전히 가려지는 삭을 음력으로 1일이라고 하기로 했다. 달이 완전히 차오르는 보름을 15일이라고 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달의 위상 정도는 음력 날짜를 알면 대강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여기에 음력 날짜를 적기 시작한 건 달의 위상을 체크하면서였다. 정작 마법 같은 건 못 건드린지 한참 되었지만. 나중에 여유가 될 때 다시 공부해봐야지 ㅋㅋ
집에 도착해서 짧게 끄적여 보았다.
그러고보니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지. 솔직히 난 애인의 유무를 잘 밝히지 않는 편이다. 애인이 있다고 하면 "애인 있는데 지금 나랑 이렇게 놀고 있어도 돼??? 애인이 뭐라 하는 거 아니야???" 같은 반응을 보이며 날 피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난 그게 싫었다. 애인이 뭐라 한다라... 난 친구를 만나는 것조차 불편해하는 속좁은 인간하고는 연애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언젠가 권JS 주임님을 계기로 느꼈다. 당신이 내가 한길이형 집에 놀러간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싫어한다면 난 당신과 함께 할 이유가 없다. 난 그렇게 생각했다. 솔직히 친구랑 노는 것을 비롯해서 상대의 사적인 시간은 존중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솔직히 내 애인이 친구를 만나러 가서 그 친구와의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나 신경 쓴다고 하면 좀 불편할 것 같다. 아니, 실제로 그게 불편했던 적 있다.
전에 언젠가 여사친/남사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여친/남친 있으면 여사친/남사친 있으면 안된다"는 류의 주장을 싫어한다. 그 논리면 성별을 안 가리는 사람은 연애하는 동안 친구가 아예 없어야 해(...). 그리고 애초에 "여사친"이나 "남사친"이라는 표현 자체가 좀 뭐시깽이하다고 생각한다. 친구면 그냥 친구지 성별이 뭐가 중한디. 그렇게 부르는 것부터가 상대를 그 성별로서 의식하고 있다는 말 아닌가. 하여간 별로 마음에 안 든다.
애인의 유무를 잘 밝히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막 숨기지도 않는다. 내 일상폰 카카오톡 프로필은 "카카오톡 안 씁니다"로 되어 있겠지만, 업무폰 프로필에는 Ваня와 Даня가 D+972라는 게 나와 있는걸. 아 이 972는 이 게시물의 날짜인 토요일 기준이 아니라 작성하고 있는 일요일 기준이다. 아쉽게도 NeP 같은 건 디데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관계는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화네온 내가 10년 전부터 밀고 있는 커플링인데 영 안 되더라고(?). 애초에 화학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조합이긴 했어. 그러고보니 한 땐 도깨비불 린[燐] 자를 쓰는 원소번호 15번 인에서 따와서 @린 이라는 이름으로 언급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와서는 본명으로 언급하는구나. 이 블로그에서는 @린 이라는 이름을 언급한 적이 한 번도 없고. 근데 얘도 요즘 인스타그램은 잘 안 하는구나. 기차 사진 왜 안 올라오냐 ㅋㅋ 못 본지도 너무 오래 되었어. 성주 집에서 @판다군이 요리하는 동안 수현이와 성주 침대에 늘어져 있던 게 언제 적이냐...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