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시국선언문 2만여명 동참

탁가이버·2024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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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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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미시간대학교에서 오프라인 시국선언문 발표

한국시각 6일 발표된 재외동포 시국선언문이 하루 만에 1만명을 돌파한 후 현재까지 2만여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관련기사: https://omn.kr/2bb1p ). 4일 (현지 시각)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를 포함한 북미 13개대 한국학연구소장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코네티컷 대학교, 하와이 대학교, 하버드대학교, 예일대학교 등의 학교에서도 시국 선언문 발표, 지역 교민들과의 연합 집회, 라운드 테이블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현 사태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북미 대학원생및 연구자들, 시국선언문을 배포한 지 5일 만에 931명 서명 동참

5일 오전 3시 (한국 시각), 북미 대학원생 및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규탄하는 시국 선언문이 온라인에 배포된 이후 5일 만에 931명이 서명하기도 했다(관련기사: https://omn.kr/2bb0r ). 이는 미시간 대학교에 재학중인 한인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작성한 것으로, 미시간 대학 외에도 컬럼비아대, 토론토대, 텍사스대,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등 북미 유수의 대학과 아이비리그에서 현재까지 931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이들 서명자들 중 일부는 6일(현지 시각) 긴급 온라인 집담회를 열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 12월 8일 (일), 미시간대학교 앤아버 캠퍼스에서 열린 긴급 집회 미시간 세사모, 미시간 노사모, 북미 대학원생및 연구자 모임 공동주최로 미시간대학교에서 열렸다. ⓒ 미시간 대학교 대학원생 모임

이러한 규탄 행동이 더욱 급물살을 탄 것은 탄핵 소추안 폐기 직후다. 탄핵 소추안 가결을 위해 힘을 결집했던 북미 대학원생들은 사태의 해결이 장기화됨에 따라 북미를 넘어서는 연대 행동을 시작했다. 인디애나 대학교 블루밍턴 영문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김다은씨는 “박근혜 대통령 당시 탄핵 소추안 발의가 12월이었고 실제 탄핵은 3월이었던 것 처럼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전략적 준비가 필요하다.”며 활동의 의지를 보였다. 12월 7일에는 북미, 유럽대학 학생들을 주축으로 <윤석열 탄핵을 위한 해외한인유학생·연구자 네트워크>가 출범했다. 국경을 가리지 않는 동시에, 대학원생과 연구자들 뿐 아니라 학부생들도 참여할 수 있는 보다 넓은 소통의 창구다.

한편, 북미 대학원생 연구자 모임의 시작을 주도했던 미시간대학교 학생들은 8일 오후 (현지시각) 시국 선언문 발표회를 개최했다. 미시간대학교 아시아언어문화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박가은씨는 “이 시국 선언문은 12월 7일 탄핵 소추안의 가결을 위해 힘을 모으려는 시도에서 작성되었다. 이제 탄핵 소추안이 폐기됨에 따라 사태는 더욱 예측 불허, 장기전의 국면으로 접어든 듯 보인다. 선언문의 발표를 통해 우리는 또 다른 집단 움직임의 시작을 알리고, 응원한다. 북미 대학원생을 넘어 경계를 가리지 않고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8일 (일), 미시간대학교 앤아버 캠퍼스에서 열린 긴급 집회 윤석열 대통령 사퇴 촉구, 국민의힘 규탄하며 탄핵에 동참할 것을 촉구 ⓒ 미시간대학교대학원생모임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미친 영향은?

미시간세사모 회원이기도 한 송민영(미시간대)씨는 자유발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선,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이렇게 많은 분들 모여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각성의 시작을 맞이했던 사람이고요, 그래서 지금 미시간 세사모(미시간에서 세월호를 기억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불리는 모임에서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송민영이라고 합니다.

저는 오늘, 저의 부족함과, 게으름과, 비겁함을 먼저 고백하며, 제 아이들에게 민주시민으로서의 모범을 보여주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그리고 어제, 그리고 더 먼 과거로부터, 저를 응시하는 망자들의 시선 앞에 조금이라도 덜 부끄럽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린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눈물을 바친 헤아릴 수 없는 수의 민중 혼도 함께 서 있습니다. 지금 바로 제 옆에, 여러분 옆에, 함께 서계십니다.

저는 한국인의 가장 큰 정서는 한과 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둘은 늘 서로를 따라다니는 것 같이 보입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 이유는 우리의 마음 속에 인간이라는 존재의 나약함에 대한 애틋함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롯이 개인적 경험과 감정으로만 고여버릴 수도 있는 한이, 누군가 나와 눈물 흘려주고, 나의 차가운 손을 잡아주고, 내 입 속으로 더운 음식을 떠넣어줄 때, 흥으로 승화되어 울컥 터져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 폭발적 힘을 저는 요즘 한국의 집회현장에서 목격합니다. 흩어져 있을 땐 한이지만 모여서 연결지어지면 흥이되는 그 승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를 움직이게 하는 것 역시 증오가 아닌, 손 내밀고 싶은 마음, 곁에 앉고 싶은 마음임을 상기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우정과 연대의 실천이,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분들을 제가 일상에서 애도하는 방식임을, 지켜주지 못한 죽음들에게 사죄하는 방식임을 다시 한번 상기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사태가 가능하게 한 것은 남북 분단이라는 인위적 이간질과 전쟁이라는 상시적 겁박 때문이라는 논의로까지 이어지길 바랍니다. 또한 그 분단선이라는 것이 우리의 마음 속에도 타의로 인해 그어져있음을 직시하며, 그래서 그 동안의 국정파탄과 이번 위법적 비상계엄 사태로 부터 시작된 “도대체 어떻게?”라는 질문이 종전에 대한 논의까지 쾌속히 이어지길, 더 이상 죽음이 화폐처럼 쓰이지 않길, 더 이상 군부독재의 망령이 민중에게 총구를 겨누지 않길 간절히, 간절히 바랍니다.

끝으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의 한 구절을 인용하고자 합니다.
"이제 당신이 나를 이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산 자를 살리는 것은 죽은 자임을,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하찮지 않게 해주는 것은 산 자임을 기억합시다. 세계 곳곳에 폭력과 혐오가 소용돌이 치는 이 시대에, 우리는 그 광폭한 진공으로 빨려들어가지 말고, 이렇게 지금 바로 이 순간처럼 함께 서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줍시다. 민주주의는 헌법이나 투표권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늘 투쟁하며 지켜야 하는 것임을, 그리고 그 투쟁은 혼자 하면 한, 함께 할 땐 흥이 되는 것을 기억합시다. 우리 함께 “빛과 꽃이 있는 곳”이라는 미래를 이 자리로 흥겹게 초대해 봅시다. 감사합니다."

하와이 마노아주립대, 예일대, 컬럼비아대, 캘리포니아주립대... 이어지는 집회와 행동

예일대학교에서는 12월 7일 시국선언문을 작성 후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한인과 더불어 비한인 재학생, 동문, 교직원 서명도 함께 받고 있다. 같은 날, 코네티컷 한국 전쟁 기념비 앞에서 윤석열탄핵 촉구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는 고 장준하 선생의 삼남 장호준 목사도 함께 했다.

12월 12일 예일대학교와 코네티컷대학교의 합동 집회가 예일대학교에서 열릴 예정이다.

하와이 마노아 주립대학교는 비상 계엄 선포 당일 가장 먼저 성명서를 낸 대학이다.
12월 6일, 하와이 마노아 주립 대학교 소속 교수 및 학생들과 교민들이 대한민국 총 영사관에서 거리시위를 했다. 12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퇴진 관련 원탁토론회가 예정되어 있다.

▲ 12월 6일, 하와이 대한민국 총 영사관 앞 시위 하와이 마노아 주립 대학교 소속 교수 및 학생들과 재외동포들이 거리시위를 했다. ⓒ 권예준

12월 6일, 뉴욕 컬럼비아 대학 내 윤석열 규탄 포스터가 붙여졌다.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 주립대 (UC Riverside)에서도 학내 총 4개 공공 게시판에 포스터를 게재되었다. 산타 크루즈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는 12월 8일 계엄령 관련 웨비나를 개최했다.

▲ 12월 6일, 뉴욕 컬럼비아 대학 내 윤석열 규탄 포스터가 붙어 있다 대학마다 포스터나 시국선언문 붙이기 운동 중이다. ⓒ 북미대학원생및연구자모임

▲ 윤석열탄핵 집회 포스터와 웨비나 포스터 12월 8일 산타쿠르즈 캘리포니아주립대(UC Santa Cruz)에서는 계엄령 관련 웨비나를 개최했고, 미시간대학교에서는 긴급집회가 열렸다 ⓒ 북미대학원생및연구자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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