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하지 않을수록 생각하는 사람에게 잡아먹힌다.

new_chall·2021년 8월 23일
1

[생각하는 것을 즐겨야 한다.]

나는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도피증상이 많다. 나는 생각하는 것이 힘들면 누워서 핸드폰을 하다가 잠에 들곤하고..1), 게임 한 판만하고 생각해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몇 시간이 지나고 컴퓨터를 종료하며..2), 행동을 하더라도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을 가지지, 왜 그 행동을 해야하는지, 그 행동을 통해 어떤 성과가 창출되는지 등의 복합적인 생각은 하지 않는다..3)

간단하게 두가지 사례로 나의 행동을 체크해보면, 더욱 명확한 도피 증상을 파악할 수 있다.

  1. 게임

나는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을 좋아한다. 리그오브레전드를 하는 사람들은 몇가지 분류로 나뉠 수 있다. 첫번째는 승리를 통해 더 높은 상대와 만나고자 하는 플레이어이다. 이 플레이어들은 승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투자한다. 예를 들면 자신이 플레이하는 챔피언의 상성과 대처법을 익히면서, 최적의 수를 익히려고 노력하고, 상대방이 선택한 챔피언의 카운터 챔피언을 선택하여, 좀 더 효과적으로 제압하려고 한다. 인게임에서도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여 최적의 교전을 짜고자 노력하며, 경험치, 골드 등 상대방보다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작은 오브젝트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투자한다.

예전 플레티넘2까지 찍은 나를 보면, 긴장을 하고 조합을 파악하며 이길수 있는지 없는지 선제적으로 체크를하여 높은 승률이 예상되는 경우에만 게임을 시작하였고,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적의 위치를 끊임없이 체크하고 상대방이 꺼려할만한 행동들을 하며 목표에 다다를 수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약한 상대를 찾기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티어에 위치한 아이디로 접속을 하여, 막무가내로 플레이한다. 소위 뇌가 빠진 플레이를 자주하고, 아군도 도와줄 수 없는 위치에서 돌격을 하여 적에게 점수를 주는 플레이를 일삼는다.

왜 그런 행동을 할까? 생각하기가 싫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면서 게임을 하면 몸이 쉽게 피로해지고, 그럼에도 진다면 억울해한다. 왜졌는가에 대한 의문은 하지 않는다. 단지 게임이기때문에 그러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핑계를 대고, 또다시 똑같은 짓을 되풀이 한다.

  • 여기서 볼 수 있는 생각도피증상은 무엇일까?
  1. 나는 플레티넘2까지 찍어봤기때문에 더 발전하지 않아도돼 (스스로 상한선을 정해버림)
  2. 우리팀이 날 도와주지 않아, 우리팀만 던져 (핑계거리를 찾음)
  3. 단지 게임일 뿐이야. 즐겨 (전혀 즐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핑계거리를 찾음)
  4. 단지 게임일 뿐이야. 왜 졌는가는 중요하지 않아 (진게 분함에도 불구하고 생각도피에 대한 핑계거리를 찾음)
  5. 나도 똑같은 짓을 해야지 ㅎㅎ 나도 하고싶은거 해야지 ㅎㅎ (스스로 낮은 위치를 점유함)
  6. 아몰라 서렌치던지 ㅋㅋ (순간의 최적의 플레이를 포기해버림)

등등 너무나 많다.

  1. 직업

최근 LG전자에 대한 지원동기를 적다가 스스로 말려버려 결국 제출을 하지 못하였다. 가장 큰 문제는 직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데이터 분석가가 존재하는 이유와 목적, 목표는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많은 웹서핑을 하였고, 쏘카 데이터 그룹의 블로그를 우연히 접속하여 보게 되었다.

내가 읽은 글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인턴 9개월 후기였다. 첫 흥미는 지원동기와 면접 질문이었다. 그러나 글을 읽을수록 자존감이 떨어지고 이내 글을 읽기를 멈추게 되었다.

일단 지원동기부터 살펴보자. 해당 글의 필자는 "배우고 싶은 멋진 분들과 일할 때 더욱 좋은 성과를 보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소카를 선택했다고 하였고, 회사의 사업분야 또한 "프로 통학러로서, 제한된 교통 수단으로 인한 이동 수단들의 관심"이라고 하였다. (너무나 깔끔하다...)
면접 또한 정리를 잘해주셨다. 데이터에 대해 이해를 잘하고 있는지부터, 프로젝트 단계별로 왜 그런 선택을 하였는지에 대한 통찰도 물어보셨다고 한다. 또한 교통관련 여러 아이디어를 제안하였다고 한다. 교통과 데이터가 어떻게 하면 시너지가 날지 미리 고민을 하였으며, 그에 관해 소카가 가야할 길에 대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한다.
나는 그런 열정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그러한 열정을 회사에서 보여줄 수 있는가? 나는 없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발표는 주요 회사 구성원들에게 발표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과연 저런 발표는 잘할 수 있을까? ..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주눅이 들었다 나는 열정이 있는가?에 대한 답변은 "없다"이다. 나는 단지 주어진 일만 해결하고자 하는 기계이다. 최근들어서는 쾌락을 더욱 쫓고 있다. 고민이 없는게 고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건데, 고민이 없는 이유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과감하게 말할 수 있다.

다음 말할 내용은 더욱 심각하다. 데이터를 활용한 운영방안 제공 역할을 맡은 필자는 예상 사용자와 배치 차량 대수, x%확률로 t분전에 사용자에게 이동해야 한다는 등의 분석 방법을 회사에게 제공하였다. 제공한 인사이트는 운영지표를 통해 성과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한다.
소카 데이터 팀은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견을 조율한다. 이에 따른, 운영 결정 최적화를 하기도 하며 비즈니스 전반의 방향을 결정하기도 한다.
사실 이쯤에서 글 읽기를 거의 멈추다시피했다. 내가 과연 이 것을 할 수 있을까라는 망설임이 가장 컷다. 수박 겉핥기식이라도 많은 지식을 얻었는데, 사업적으로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너무 컸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데이터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한 답을 알려주기 위해 문제를 남겼다.
각 존별로, 증차량과 감차량을 결정해야한다고 할 때, 이용시간이 감소하고 있는 한양대 옆 쏘카존의 차량수는 줄여야 할까?라는 문제였다.
문제 정의 : 한양대 옆 쏘카존의 차량 이용시간이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설1 : COVID 19때문에 20대의 이용량이 줄었을 것이다.
가설에 대한 반박 : 매출은 오히려 증가하였다.

문제 재정의 : 한양대 옆 쏘카존의 이용시간이 감소한 반면 매출은 늘었다. 왜그럴까?
가설1 : BM상 이용자 수가 많아졌다. 어떤이용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을까?
결과 : 연령별 시간당 매출이 증가하였다. 특히 30대 이상의 이용자가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때 운영을 담당하시는 분이 30대 이상의 수요는 주로 뚝섬근처에서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해준다. 한양대존 사용자들의 추이를 살펴보니 뚝섬위주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뚝섬의 소카존은 차량이 매우 부족하다는 인사이트를 얻게 된다. 따라서 감차를 하고, 뚝섬존에 증차를 한다.

나이스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구조화를 하면 쉽게 알아들을 수 있지만, 구조화를 하지 못한 당시에는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다. 결국 생각을 하지 않았기 떄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무엇이 중요한지 알면서도 생각을 안한다.

결론
나는 생각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다. 하지만 돌아보면, 모든 세상의 흐름은 생각으로부터 시작된다. 나도 생각을 하며,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을 항상하고, 재밌네?라는 생각을 마음속에 품어야겠다.

profile
데이터 분석가, 태블로 개발자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