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회고

Roy Jung·2023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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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Bye Bobidi

내 첫 정직원 회사인 바비디를 떠나게 됐다. 바비디를 떠나기로 마음 먹었던 이유

  • 바비디에서 에너지를 쏟아냈기 때문에 바비디에서의 남은 에너지가 고갈되었음을 느꼈다.
  • 기술적으로 더욱 다양한 challenge들을 경험하고 싶었다. 바비디에서는 서비스를 빠르게 기획하고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개발자들도 기획과 user research까지 할 정도로 product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동시에 기술적인 challenge한 상황이 생길 정도로 고도화된 제품을 경험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큰 회사를 경험해보자!". 스스로를 스타트업을 선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정말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대기업에서 주는 안락함(?)도 부러웠고 겪어보고 싶었다.

이직은 정말 너무 힘든 일인 것 같다. 힘든 것도 힘든거지만 너무 에너지 소모가 큰 일이다.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일은 일대로 하면서 이직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회사도 알아보고 지원해야하며 이력서를 작성해야하고 면접 준비도 해야한다. 그래도 성공적으로 이직한 나 아주 칭찬한다.

떠나게 됐지만 좋은 추억들이 많고 많이 배웠던 바비디, 같이 재밌고 열심히 일했던 동료들, 나를 신뢰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대표님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여행

이직은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직의 장점 중 하나는 이직 사이 텀에 가는 쉴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긴 기간 동안 여행을 갈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아닐까 싶다.

사하라의 로망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생택쥐베리의 "어린왕자"다. 최근에 재밌게 읽은 책은 "연금술사". 문학이 아닌 책 중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은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이 세 책의 공통점은 사하라 사막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난 사하라 사막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특히 어린왕자를 읽고 상상해왔다. 쏟아질 듯한 별들 아래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어린왕자와 대화할 수 있는 곳. 귀여운 사막 여우가 있는 곳. 숨겨진 보물이 있는 곳. 나에게 사하라 사막이란 낭만 있는 곳이었다.

모로코를 선택했다. 모로코는 신비한 곳이다. 아프리카이면서 중동과 유럽이 섞여있다. 무슬림이면서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프랑스와 사이가 좋지 않고 베르베르어와 아랍어도 많이 사용하지만) 사실, 무슬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느낀 것은 매우 착하고 친절한 사람들이다. 위협적인 상황은 전혀 없었다.

사하라 사막의 밤하늘이 정말 아름다웠다. 사하라 사막 투어를 어떤 가족과 함께 했는데 가족끼리 밤하늘을 보고 감상하는 모습이 부럽고 좋아보였다. 다음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사막의 밤하늘을 감상해보고 싶다.

사하라에 대한 감상

사하라 사막의 낮은 당연하게도 너무 너무 덥다. 계속 물을 마시게 되고 정말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와 햇빛이다. 낮 투어가 끝나고 어둠이 찾아오자 리터럴리 언제 그랬냐는 듯 사막은 차갑게 식었다. 마치 생동감 있던 영화가 갑자기 갑자기 흑백 사진으로 바뀐 것 같았다.

의외로 내가 느낀 감정은 슬픔이었다. 지금 나한테 있는 어떠한 것도 언젠가 그렇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지금은 나름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나의 생명도 한순간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너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식중독

음식은 나와 맞지 않았다. 그나마 꼬치 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는데 막바지에 먹은 음식이 문제가 있었나 보다. 아무래도 위생이 좋지 않다 보니 그랬나보다. 모로코를 떠나서 런던에 도착하자 마자 정말 심각한 식중독에 걸린다...

6대주 정복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지구의 6개의 대륙에 다 가보게 됐다. 뿌듯하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라는 프로그램처럼 태어난 김에 더 열심히 여행다녀야겠다.

손흥민

흥민이형의 나이가 어느덧 만 31살이 되었다. 토트넘의 주장이 됐고 여전히 절정의 기량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언제 에이징 커브가 와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됐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손흥민 같은 선수는 내가 죽을 때까지 나오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손흥민 국가대표 경기는 본 적이 있지만 소속팀 경기를 직관을 해본적이 없었다. 따라서 이번에 무조건 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표였다. 그래서 축구 경기 일정에 맞추다 보니, 원래 모로코와 포르투갈이 가까워서 묶어서 가곤 하는데 경로가 이렇게 비효율적이게 됐다. 그만큼 축구가 중요했다.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끔찍한 식중독 증상이 왔다. 원래도 축구에만 관심 있었기 때문에 관광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몸이 너무 아팠고 설사도 너무 심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못하고 숙소에만 있었다...일주일 넘게...축구만 겨우 봤다. 특히 토트넘 대 첼시는 경기 보면서 화장실도 많이 갔고, 경기 중에도 너무 아팠다. 또 얼마나 춥던지...돌아오는 길에 진짜 춥고 아파서 너무 고통스러웠다. 정신력으로 악으로 깡으로 다녀왔다. 근데 결과도 충격적이었다. 무패로 1등을 달리던 토트넘이 핵심 선수 2명 퇴장에 핵심 선수 반더벤의 부상까지 대패했다. 2명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라인을 올리는 낭만 있는 경기를 펼쳤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완패했다. 인상적인 경기이긴 했다.

2번째 경기인 울버햄튼 경기는 1타 2피 경기였다. 울버햄튼에 황희찬도 있기 때문이다. 울버햄튼이란 도시는 축구팀 빼고는 생소한 도시였는데 너무 예쁘고 평화로운 도시였다. 토트넘 경기 좌석이 경기를 보기 가장 좋은 좌석(60만원)이었다면, 이번 경기는 응원이 가장 격한 곳이었다. 코너 플레그 바로 앞이고(15만원) 바로 옆에 어웨이 팬들이 있다. 애초에 스탠딩 좌석이라고 쓰여있는 곳이다. 현지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이런 좌석을 추천한다. 정말 미친 응원의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어웨이 팬들을 향한 욕과 조롱은 덤. 울버햄튼 같은 팀의 특성이기도 하다. 빅클럽이 아니기 때문에 팬들이 더 열성적이고 찐팬들이 많다. 토트넘은 런던 연고이기도 하고 빅클럽이기 때문에 "한번 구경 온" 느낌의 팬들이 많다. 경기장도 비교가 많이 됐다. 토트넘 구장은 EPL에서 가장 최신 구장인만큼 깨끗하고 신식이다. 반면, 울버햄튼 경기장은 비교적 작고 구식이다. 복도가 좁고 화장실도 작아서 하프타임에 화장실 가려다 돌아왔다...이 경기도 레전드 경기였다. 두 코리안 리거가 별다른 활약은 없었지만 울버햄튼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미쳐버린 울버햄튼 로컬 팬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고 그 속에 내가 있었다는게 추억이 된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경기 이후에 바로 A매치 경기가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을 만나지 못했다. 애꿏은 극적인 결승골 주인공 사라비아 선수만 한국 사람들(나 포함)한테 싸인을 해주고 있었다.

현지 할머니가 "영어 할 줄 알아요?"라는 말과 함께 나에게 다가왔다.
이후 조금 스몰톡을 나눴는데 엄청난 한국인 인파를 보고 신기했던 모양이다. 저들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으며 심지어 티켓은 어디서 났냐며 질문 폭탄을 날렸다. 울버햄튼 시골에 저렇게 많은 한국인들을 본 것이 아마 처음이었나보다. 할머니의 표정이 너무 재밌었다.

포르투

저번에 가족 스페인 여행에서 나만 일정상 포르투갈을 가지 못했다. 그 중 가장 가고 싶었던 도시는 포르투였다.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도시. 아쉬웠기 때문에 이번에 가게 됐다.

날씨가 안좋았고 흐렸던 것이 아쉬웠지만 도시가 아기자기하고 낭만 가득했다. 여행 마지막에 좀 편하게 쉬는 것이 계획이었고 식중독이 거의 회복하고 왔기 때문에 나름 잘 쉬었던 것 같다.

강도를 만나다

멘탈을 잘 회복하던 중 내 멘탈은 다시 박살난다. 동행과 걸어가다 소매치기를 만난다. 동행이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북아프리카계 사람 둘이 있었고 그 중 한명을 붙잡고 있었다. 자신의 여권을 가방에서 빼갔다고 했고 도망치려고 하자 도와달라고 한거였다. 나도 달려들어 거들었다. 거의 제압하자 소매치기는 주머니에서 칼을 빼들었다. 우린 혼비백산해서 도망쳤다. 난 길을 건너 도망치다 영화처럼 차에 치일 뻔 했다.(끼이이익!) 그 동행은 도망치다 넘어져서 칼에 찔릴뻔 했다.(비오는 날이었다) 다행히 착한 현지인들이 도와줬다. 아찔했다. 충격적인건 경찰서가 바로 옆이었는데 아무 도움이 안됐다는 것이다. 계속 도움을 요청했지만 나와보지도 않았다. 참...

격투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MBTI가 극 N인 나는 칼든 괴한을 만나는 상상을 살면서 수천번은 했던 것 같다. 칼을 보자마자 아무 생각도 안들고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력감을 느꼈다. 만약 동행이 아니라 내 가족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격투기를 제대로 배워볼까...많은 감정을 느끼게 됐다.

Hello LG AI Research

대학교 동기들이 다니고 있기도 해서 일찍이 관심이 있던 회사였다. 동기의 추천을 받기도 했다. 입사가 더 맛있게 느껴졌던 것은 채용 시장이 얼어붙은 시기이기도 하고 면접 날짜가 밀리는 등 채용 과정이 너무 길어져서 애를 태웠기 때문이다.

LG AI Research에 출근한지 얼마 안됐지만 참 오묘한 곳이다. 대기업스럽기도 하고 스타트업스럽기도 하다. LG의 계열사이지만 생긴지 얼마 안됐기도 하고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추구하는 것 같다. 확실한 건 LG에서 가장 빵빵한 지원을 받는 곳인만큼(현 시점..) 근무 환경이 좋다.

팀 분들이 매우 친절하게 대해준다. 가족같은 분위기가 있고 온화하다. 이게 입사하고 알게된 LG의 "인화사상"인가 싶다. 거친 토론(?)에 익숙해져있는 나에게 좀 생소한 분위기이다.

같은 날 입사한 동료도 있고 며칠 뒤에 입사하신 분도 있어서 한결 수월하게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팀에 친구가 있는 것도 역시 큰 도움이 된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반성 & 다짐

걱정, 적응, 성장

새로운 회사에 잘 적응하기. 열심히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곳에선 MLOps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나에게는 생소한 분야다. 러닝 커브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열심히 공부해서 빨리 퍼포먼스를 내고싶다. 기술적으로도 잘 성장하고 싶고 내 커리어에 대해서도 잘 생각해보고 준비하고 싶다.

사실 LG AI Research는 지금까지 경력직들만 뽑아왔다. 나도 경력직으로 오긴 했지만 내 경력은 해봐야 2년이다. 그래서 더욱 걱정되고 긴장이 된다.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2명도 나보다 훨씬 긴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걱정되지만 몸으로 떼워야지 싶다. 압박감이 있는 만큼 빠르게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

체력과 게으름

늘 생각하지만 난 게으르다. 여젼히 잠이 너무나 많고 게으름 피우는 걸 좋아한다. 그런 내 모습을 좋아하지 않다. 그리고 그렇게 살수록 체력이 좋지 않게됨을 느끼기도 한다. 체력은 정말 중요하다. 내년에는 체력적으로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강한 체력과 더불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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