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는 필자가 2023년 6월 6일 ~ 6월 21일까지 총 16일간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남긴 기록을 옮긴 포스트입니다.
오늘은 드디어 땅끝에 도착하는 날.
전 날 비가와서 그런지 일어나니 안개가 엄청 껴있었다.
굉장히 운치있는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아침에도 비가 보슬보슬 내려서 우비를 쓰고 출발했다.
안개 낀 저수지가 멋있어서 찍어보았다.
절 이름이 어린왕자다. 뭘까.
본격적으로 표지판에 땅끝(Ttangkkeut)이라고 표시가 되기 시작한다.
걷기 시작한지 3시간 가까이 지났는데도 안개가 걷힐 생각을 하지 않는다.
땅끝 해안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국토대장정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바다를 보는 순간이다.
근데 날이 흐려서 별로였다...
걷다가 잠깐 안개가 걷히고 하늘이 개었다. 그런데 이러다 또 금방 다시 흐려졌다.
국토대장정 내내 날씨가 맑았는데 하필 해남 땅끝에 다다르니 흐려지다니... 가는 날이 장날이란 게 이런건가 보다.
오늘의 점심 짬뽕
저번에 장성에서 먹은 짬뽕이 너무 별로여서 다시 도전했는데 여기는 찐 맛집이었다.
짬뽕에 탕수육 소짜까지 박살내고 출발.
여전히 하늘이 흐리다.
그래도 덕분에 날은 시원해서 걷기 편했다.
그냥 이쯤되면 해산물은 무조건 해남이라고 홍보하는 거 아닐까.
길 이름이 경치좋은 길이다. 얼마나 좋길래.
잠시 쉬기 위해 들른 정자. 바다 앞이라 날씨가 좋았으면 꽤 멋있었을 거 같다.
이 날 걸은 길이 꽤 위험했다. 사실상 인도가 없는 수준이라 계속 앞을 보고 조심히 걸었다.
뭔가 도랑에서 움직이길래 잘못 본 줄 알았는데 게가 있었다. 왜 여기 있는거지.
마지막 주유소다. 주유소 대신 "마지막 화장실" 이라고 써있으면 식겁해서 바로 들렀을 거 같다.
송호해수욕장에 도착해서 사진을 좀 찍었다. 다른 지역 사람들도 많이 놀러오는 곳인가 보다.
오르막차로...
이때까지만 해도 오늘이 국토대장정 중 오르막길을 가장 많이 오르는 날이 될 줄 몰랐다.
경사가 미쳤다.
진짜 육성으로 기합을 질러대기도 하고 이를 악물기도 하면서 어거지로 올라갔다.
거의 40분 가까이 올라갔는데 "그래 이래야 마지막이지" 하고 생각하며 중간에 한번도 안 쉬고 올라갔다.
오르막이 끝나고 내려가기 시작하자 친절하게 땅끝 방향을 알려준다.
중간중간 이런 가짜 땅끝 표시도 있는데 난 진짜 "땅끝" 을 보러 갈거다.
땅끝전망대로 가야해서 주차장으로 향했다.
모노레일 타고갈 수도 있는데 기왕 여기까지 걸어온 거 끝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나중에 도착하고 알았는데 어차피 이 날 모노레일 고장나서 수리하느라 운영 안했다고 한다.
근데 전망대 가는길이 또 오르막이다. 생각해보니 전망대니까 당연하다.
여기도 진짜 엄청 힘들게 올라갔다. 애초에 걸어서 올라가라고 만든 경사가 아니라... 엄청 가파랐다.
한참 오르막을 올라서 주차장에 도착하고 찍은 사진.
근데 여기가 끝이 아니다...
그렇다. 또 올라가야한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올라가면...!!!
첫땅!!!!
신나서 소리를 육성으로 지르며 땅을 밟았다.
사진도 찍고 경치 구경도 하고!
옆에서 보시던 청소부 아주머니가 신난 내 모습을 보고 축하해주셨다.
날이 흐려서 생각보다 풍경이 예쁘게 담기지 않는 게 아쉬웠다.
그런데...
야니 이게 무슨 소리야.
알고보니 진짜 땅끝은 여기서 500미터를 더 가야한다. 굉장히 "길이 험하다" 라고 써있다.
어쩐지 전망대에 사람이 별로 없더라.
조금만 더 가자...
한참 내려가다보면 무언가 탑 같은게 보인다...!
도착!!!!!!
16일간의 긴 여정끝에 성공적으로 땅끝에 도착해서 국토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땅끝에서 찍은 사진은 훨씬 많은데 마중 나온 아버지와 할머니랑 같이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다.
국토대장정... 솔직히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한번 걸어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세상에 착한 사람들이 아직 많고 뉴스나 인터넷에 나오는 이상한 사람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내가 힘들게 걷는 동안 친절히 도와주신 이름 모를 분들이 정말 많았다.
물 한 잔만 달라고 했는데 아예 큰 물통 하나를 주시려고 했던 식당 주인 아저씨.
토스트를 먹는데 어디가냐고 묻더니 고생한다며 공짜 커피를 주신 아주머니.
아무말도 안하고 조용히 옆에 지나가기만 했는데 날이 더우니 챙겨가라며 생수 한 통 주신 공사장 아저씨.
혼자 조용히 쉬고 있는데 편히 쉴 곳도 알려주시고 아이스크림과 얼음물도 챙겨주신 공장 직원분들.
그 외에도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고 인류애가 한층 상승하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정말 힘들었고 한 번 더 할거냐고 물으면 절대 안할거지만 인생에 딱 한번쯤은 할 만한 경험인 것 같다.
2023.06.06 ~ 2023.06.21
16일 간 서울 현충원에서 해남 땅끝까지 걸어서 완주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