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개발자 생존기 회고 #0

mxxnhx·2022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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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항상 실패할까요?

블로그를 작성하겠노라 다짐하고 1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방치되어있던 블로그를 개인 회고록을 위한 일기장으로 써보려고 한다. (이번엔 진지함. 진짜임.)

내 지난 3년의 경험을 풀어서

지난 3년 동안 2명이었던 개발팀을 22명까지 키우며 겪었던 수 많은 경험이 있었다. 어딘가에도 기록되지 않고 오직 내 몸에만 체화됐다. 정리되지 않은 채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니 이제는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게 맞는지, 가끔 방향을 잃곤 한다. 지나온 경험들을 회고를 통해 정제하고, 글을 통해 명료하게 만들어야지.

기억보단 기록을.

내 첫 설렘과 다짐은,

뭐였더라... 작년까지는 또렷했던 것 같은데,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퇴색한 기분.

2019년에 석사 과정 할 때 파트타임으로 일 해볼까 한게 첫 시작이었다. 마침 자율 주행 로봇이라는 꽤나 특색있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이 공고를 냈고, 석사 과정이었던 나는 실무 개발에 너무나 큰 갈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큰 생각없이 지원했다. 그냥 재밌어 보였다. 그 이상의 생각은 안했던 것 같다.

첫 출근 때 로봇을 보고 매우 신기했지만, 전산학과가 아무도 없는 걸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기술은 좋은데 서비스를 만들 사람이 없던 것이다. 이때도 나는 참지 못하고 내가 생각하는 이 회사의 현재 문제와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막 이야기 했다. 그게 내 첫 출근. 그 뒤로 계속해서 문제들을 개선해가면서 연구하랴 파트타임하랴 정신 없이 지내고 있을 때 대표님이 제안을 했다. 졸업하면 회사에 와 달라고.

대표님의 제안이 나를 설레게 하지는 않았다. 근데 회사는 나를 설레게 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직접 스스로 엄청난 걸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가 샘 솟았다. 진짜 모든 걸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 첫 설렘과 다짐은 그렇게 시작했던 것 같다. 이 세상에 혁신을 보여줘야지. (라고 자만했다.)

아직도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냐고?

당연하지!

아직도 변하지 않는 내 가치관이 있다. 시간과 의지만 있다면 사람이 못 할 건 없다는 것. 설령 그 속도에서 차이가 날 지라도 결국엔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누구든지 간에. 그래서 아직도 나는 가능하다고 믿는다. 나는 언젠가 혁신을 이룰거라고.

근데... 혁신의 정의가 조금 달라졌다. 옛날엔 혁신은 반드시 세상에 보여지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봐야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회사를 다니다보니 정말 많은 사소한 것에서도 조차도 혁신이 필요해보였다. 혁신은 작은 팀 하나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게 우리의 혁신이다. 문제를 회피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오롯이 바라보는 것으로도 우리는 혁신에 다가갈 수 있다.

이렇게 작은 팀에서조차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조직이 큰 혁신을 세상에 선보이는 건 너무나 자명하다. 작은 팀에서조차 혁신을 이룰 수 없는 조직의 어떤 구성원이 희망찬 미래를 그리며 기대를 밑거름으로 성장할 수 있겠는가.

하드스킬과 소프트스킬

근데 아직 혁신을 거론하기에는 나는 부족하다. 지난 첫 2년 간 개발자로서 필요한 하드스킬을 익히는데 집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드스킬을 익히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소프트스킬이었다. 익힌 하드스킬이 의미있게 사용되려면 개발자로서, 또 관리자로서, 소프트스킬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했다. 지난 1년간 개발자보다는 관리자로서 업무를 진행하며 부족한 소프트스킬에 대해 고민하고 배워왔다. 그리고 이제 내가 지금껏 움크리며 배웠던 스킬을 활용해 우리 회사에 큰 변화를 가져와야 할 시기가 왔다.

지금부터는

지금 우리 회사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있다.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올랐지만, 큰 성장통으로 인해 성장이 더뎌진 상태다. 변화없이 현재의 방법을 받아들일 경우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서 요즘 조직 구조에 대해 고민하고 효과적으로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한 여러 프로세스를 고민하고 있다. 다른 회사들의 좋은 구조와 프로세스를 우리 회사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반드시 좋지는 않더라고.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모든 구성을 다뤄야 하는 우리 회사의 특성을 고려한 우리만의 방법이 필요하다.

다음 주 부터는 회사 조직 구조와 프로세스 개편을 위해 다음과 같은 업무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회고가 내 회고의 첫 주제가 될 것 같다. (대체 개발자인 나는 왜 이걸 하고 있는 걸까)

  • 타 회사 조직 구조 및 개발 프로세스 레퍼런스 조사
  • 사내 개발 및 관리 프로세스 전수 조사
  • 사내 구성원 역할 별 인터뷰
  • 필요 역할 군 정의 및 누락된 역할 식별
  • 조직 구조 및 프로세스 개선 방안 수립

다행스럽게도 회사 내 구성원들이 마찬가지로 이런 변경에 필요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아직은 추상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으니, 다음 주 부터는 실체적인 부분을 구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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