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개발자 생존기 회고 #1

mxxnhx·2022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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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인력 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한데 반해 우리의 조직 문화는 그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 인원이 적었을 때 사용하던 방식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채로 답습되고 있고, 구성원들은 변화에 필요성을 느끼나 이미 커져버린 조직 앞에서 섣불리 움직이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변화

그래서 지금이 진정으로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그 첫 번째 변화로 조직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여러 직무에 계신 분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조직 개편 1차 인터뷰의 목적은 우리 회사에 어떤 역할이 현재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업무가 흐르고 있는가를 식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 구성원이 자신의 현재 역할과 업무 프로세스에서 느끼고 있는 문제점들도 같이 파악해보고 있다. 이번 회고에서는 조직 구조 개편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예전에는

사실 이전에도 조직 구조 개편은 꾸준히 진행됐다. 그럼 지금하는건 무엇이 다르나? 아니 무엇이 달라야 할까? 인원이 적었을 때 조직 구조 개편은 관리자급 위주로 논의되어 진행됐다. 그래도 괜찮았다. 인원이 적었기에 관리자급의 생각과 실무진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고, 적은 인원에서 구조 개편은 실무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으니까.

규모가 커질수록 조직 구조를 개편할 때 마다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스타트업에서 변화는 매일 같이 일어난다. 오히려 변화가 없는 곳은 위험한 곳일 수 있다. 인터뷰를 해보니 구성원들이 이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구성원은 불만을 가질까? 조직 구조를 변경하는 의사 결정 과정에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하지 않았기에 어떤 논의가 이루어졌는지, 본인의 실무 영역이 잘 반영된건지, 더 나은 해답은 정녕 없었는지 알 수 없다. 여기에서 정보의 비대칭이 발생했다.

정보의 비대칭은 이상하다. 정보가 비대칭일 때 각자는 상대방의 정보를 과대/과소 평가하려고 한다. 마치 무엇이 더 있는 것 처럼, 분명 어떤 것을 놓쳤을거라며. 정보의 비대칭은 인원이 많아질수록 해결하기 힘들다. 오히려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로 인한 대표적인 부작용이 사일로 현상이다. 상대를 잘 모르니 자신이 아는 조직에 갇힌다. 상대가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아는지 모르니 공유하기 힘들다. 또 자연스럽게 갇힌다.

그럼 어떻게?

정보의 비대칭을 완벽히 해결할 수는 없고, 어느 정도 완화시켜보고자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는 조직 개편 과정에서 실무진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

  1. 구성원들은 인터뷰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조직 개편에 암묵적으로 합의하게 된다.
  2. 또, 조직 개편 TF에 각 역할 별 구성원을 포함시키면서 대표성을 부여한다.

구성원이 암묵적으로 합의했고, 내 의견을 대표할 사람이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라는 두 가지 사실은 조직 개편의 정당성을 쉽게 확보하고 조직 개편 결과에 타당성을 부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 결과를 모른다는 사실이, 즉, 부분적인 정보의 비대칭이 오히려 동기를 이끌 수 있다. (라고 믿고 있는 중)

경영진으로부터의 변화가 아닌 실무진으로부터의 변화는 구성원들에게 여러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 우리 조직은 내 의견을 반영해준다.
    • 그러니 내 의견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주인 의식을 가지자.
  • 우리 조직은 계속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 변화한다.
    •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가 필요하면 우리는 또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 우리 조직은 실패해도 배우고 또 변화한다.
    • 도전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부정적인 결과는 소중한 경험이다.

근데 조직 구조는 진짜 중요할까?

옛날엔 조직 구조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이라면 구조에 갇히지 않고 필요에 따라 자신의 업무 영역을 잘 정의할 것 이라고 생각했었다. 이 명제는 말 장난이지만 어쨋든 참이다. 문제는 그 가정에 있는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절대 "일을 잘 하는 사람들"만 모이지는 않는다. 그게 스타트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타트업은 이미 잘 가꾸어진 체계적인 조직보다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 초기 스타트업일 수록 소위 맨파워로 회사가 성장하기 때문.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조직은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 그 책임이 있다. "일을 잘 하는 사람들만 있을 수 없다"라는 사실과 "조직의 규모가 커질 수록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라는 사실은 또 하나의 사실을 가르킨다. 조직은 일을 잘하는 사람들과 일을 못하는 사람들 모두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만 한다.

그래서 조직 구조는 중요하다. 정확히 말해 조직 구조는 조직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요인으로써 중요하다. 수직적인 조직 구조는 자연스럽게 구성원의 수직적인 업무 방식을 유도하고, 이는 수직적인 조직 문화를 생산한다. 구성원들은 책임과 권한의 분배 양상을 통해 스스로가 생각하는 그 조직의 문화를 정의한다.

어떤 문화가 좋은 조직 문화인가?

어떤 곳에서 일하는게 즐거운가? 나는 내가 성장할 수 있고, 내 성장이 회사의 성장이 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게 즐겁다. 능동적으로 일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게 즐겁다.

반대로, 수동적으로 일해야 하고,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워 내 성장이 멈춰있는 것 같고, 회사의 성장과 다른 방향으로 눈이 돌아가는 곳에서는 하루 빨리 이직하고 싶다.

어떤 문화가 스타트업을 성공으로 이끄는지는 모르겠다. 앞으로 인터뷰해보면서 우리 회사에 맞는 조직 문화를 찾아봐야한다.

Business vs Product

지난 2주간 사업화 영역에 있는 분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기서 그 결과를 공유할 수는 없으나, 사업과 제품의 차이를 기록해본다.

사업과 제품은 같은 목적과 목표를 공유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업무가 진행된다. 사업화 영역에서 우리가 돈을 벌 수 있는 시장과 잠재 고객을 식별하고 나면, 제품화 영역에서 해당 시장과 잠재 고객을 타겟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운영한다. 따라서, 사업화 영역에서는 전략과 분석에 집중하고 제품화 영역에서는 개발과 운영에 집중한다. 자연스럽게 두 조직은 매우 긴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사업적으로 다음 목표가 수립되고 나면 제품이 개발돼야 하고, 또 동시에 개발된 제품을 어떻게 홍보하고 시장에 선보일 것인지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제품이 개발되고 나면 운영을 해야 하고, 다음 목표는 무엇인지 분석을 통해 도출해야 한다.

사업 개발 파트는 제품 개발 파트 외에도 다른 많은 파트와 협업한다. 사업 파트에서는 제품을 사업화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파트의 도움이 필요하다. 제품의 전체 추진 일정에 맞추어 마케팅 파트와 협업해야 하고, 제품의 사업적 방향에 따라 브랜딩 파트와 협업해야 할 수 있다. 또, 경영진의 사내 경영 전략에 따라 사업 방향을 재고해야 할 수 있고, 제품의 잠재 고객 유형에 따라 영업 파트와 협업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사업 방향에 따라 파트너사를 발굴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등의 업무가 필요하다.

따라서, 경영 전략에 따라 사업 방향이 결정되고 사업 방향에 따라 제품 개발과 유관 부서의 업무가 진행된다. 이 모든게 on-time에 진행돼야만 올바른 사업 전개가 가능하다. 단순 개발 프로젝트만 관리해서는 업무가 유기적으로 관리되기 힘들 수 있다. 특히나 단순 O2O, B2C 사업이 아닌 실물을 바탕으로 사업이 진행되거나, B2B2C등의 사업이 진행될 경우 업무의 복잡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복 제품을 사업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조직과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조직이 필요하며 이 둘 사이에 다리가 되어 줄 역할 또한 필요하다.

사업 파트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현재 우리 회사에서는 사업적 관점을 고려하는 역할과 다리가 되어 줄 역할 군의 사람이 부족하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 사업 개발 진행에 집중할 수 있는 역할군을 충원하고 다리가 되어 줄 역할을 기존 인력을 pivoting하여 채워나갈 생각이다.

정확히 같지는 않지만 Product Manager와 Product Owner의 역할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아직 역할의 정확한 명칭을 정의하지 못해 추후에 더 조사하며 변경될 수 있다.

Product

이번 주 부터는 제품화 영역에서 업무를 진행하고 계신 분들과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제품화 개발 프로세스는 전체 시스템 기획 -> 파트 개발 -> QA로 이루어진다. 파트 개발은 또 플랫폼, 자율 주행, H/W 총 3가지로 나누어져 각자 영역에 맞는 프로세스를 따른다. 예를 들어, 현재 내가 관리하고 있는 플랫폼 개발 영역은 기존의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 등을 따라 기획/디자인/개발/QA의 개발 프로세스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자율 주행H/W 파트의 경우 각각 연구 특성과 실물을 다룬다는 특성이 강하게 작용하여 조금씩 다른 개발 프로세스와 주기를 가지고 있다.

배운 것, 개선할 것

생각했던 것 보다 사업화 영역에도 개선할 것이 많았다. 사업화 영역에서 어떤 업무가 진행돼야 하는지, 현재 진행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파트에 어떤 정보를 건네줘야 하는지,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다른 실무진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 좋은 조직 문화를 위해서는 개인 혹은 팀이 다른 개인 혹은 팀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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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y again, fail better.

3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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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24일

안녕하세요!
스타트업 취업 준비하고 있는 신입 개발자입니다.
우선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많은 참고 되었습니다.

이번에 배달앱 스타트업 면접 준비하고 있는데 면접 질문이 도저히 예상이 가지않아서 조언을 부탁드리고 싶어서 댓글 달게 되었습니다.
회사측에서는 스타트업 개발자의 가장 중요한 역량인 '문제 해결 능력'을 보고 싶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문제가 생겼을 때 OO씨라면 어떻게 해결하실건가요?" 같은 질문으로요.
개발 관련해서 생기는 문제를 물어보겠지만, 개발 지식에 대해서 너무 자세히 파고들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추가로 그 방법이 비즈니스적으로 어떤 이펙트를 줄 수 있을지도 설명 가능하면 좋다고 합니다.
직무는 앱 개발입니다!

혼자 생각해봤을 때는 회사에서 실제로 있었던 문제를 제게 질문해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저로서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꼭 취업하고 싶은 곳이라 이렇게 염치불구하고 문의드립니다.
어떤 질문이 나올지, 스타트업에서 무슨 문제들이 발생하는지, 무슨 문제가 생길지 조언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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