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목: 탈주를 꿈꾸다

이제 2월이면 내가 '개발자'라는 직업적 타이틀을 걸고 일하게 된 지 2년이 된다. 정말이지, 학부 시절에 복수전공으로 for문을 이해하지 못해 튜터님을 붙잡고 징징거릴 때만 해도 이걸로 내가 돈을 벌어 먹고 살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할 수 없었다. 코딩은... 선택받은 자만이 할 수 있는 것... 이라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기에 적당히 기술적 지식을 겸비한 팀 서포터 같은 걸 하면 되겠거니 했다.

하지만 인생은 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닷컴 버블이 붕괴되고 사회에서 IT 산업에 대한 관심이 꺼져갈 때 쯤 나는 IT 회사에서 일을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유는 컨텐츠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영역이라는 착각에. 몹시도 착각일 수 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틀린 말도 아닌 게, 컨텐츠의 생성과 배포와 향유 모든 게 거의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었다. 겨울왕국의 화려한 디자인과 FL 스튜디오의 키노트가 나에게 3D 그래픽이나 음향 프로그램을 위한 코딩을 공부하라고 한 건 아니었지만(사실 하고싶었다.), 방향은 IT를 향해 있다는 점 정도는 확실했다.

그 때부터였을까요...? 제가 코딩에 발을 담그게 된 게...
어쩌다 코드를 읽고 쓸 줄 알게 되어(물론 거기까지 엄청나게 많은 다이나믹 히스토리가 존재한다.) 닥치는대로 코드를 뜯어보고 고치면서 기획(이라고 쓰고 작업 요청자의 상상을 개발자가 이해 가능한 언어로 도식화 하는 일이라고 읽는다.)까지 하게 된 비전공 출신 개발자가 되었지만, 사실 지금 이 자리에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보면 그냥 운좋게 문과를 탈출해 생존한 게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적성에도 잘 맞는 거 같다... 일단 마음에 안 차는 기능과 서비스가 있다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점도... (물론 그 뒤로 머리는 자연히 생각을 거부하게 되었다.)

그래도 '역시 코딩보다는 기획을 더 잘하는 거 같은데...' 같은 생각을 하며 이리저리 필드에 구르던 때(현재진행형이다.)에 기회가 생기면 좀 더 기획력을 발휘해 봤지만 답은 하나임을 깨달았다, 생존하려면 개발을 메인으로 둬야하는 거다.

그간 온갖 형태의 중소기업에서 어정쩡한 기발자로 전전하다 이제는 결심했다, 일단 개발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선배가 있는 곳으로 가자고. 그게 어디가 됐든, 나의 성장을 지지하고 함께해 줄 수 있는 동료가 있는 곳으로 가자고.

이렇게 나는 기술 블로그(이미 반은 사설이다.)를 카우치 코딩 체험단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시작했고 그러는 김에 포트폴리오도 좀 더 깔끔하게 정리하려 한다(github.io로 직접 개발한 기술 블로그를 사용하려는 욕심은 이제 깨끗하게 접었다.).

오늘부터 시작된 카우치코딩 체험단(사실 지금 회사에 들어오면서 이 단어는 내 지뢰가 됐다.)은 취업용 맞춤 포트폴리오를 위한 6주 포트폴리오 제작 코스(React&Spring)이다(깨알같은 통일성인데, 6기 참여생이 됐다.). 환급반이 아니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 지병이 다시 도졌다. 내 필드에 거액을 투자하게 되면 왠지 억울한 느낌이 드는 성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나는 무슨 수를 쓰든 끝까지 환급받을 놈이다. 그래서 6주간 8회 이상의 포스팅 작성부터 시작하려 벨로그 계정부터 만들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글은 포트폴리오 수업에 대한 소개글이다!

사실 커리큘럼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포트폴리오 준비'에 꽂혀서 입금부터 하고 봤는데 팀을 짜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회사 다니며 제대로 된 팀 프로젝트를 해 본 적이 없는데 여기부터 벌써 나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 채워진 기분이다. 2년 전 교육받을 때는 팀의 중요성에 대해 몹시 강조받았는데 정작 돈 받으면서 일할 때는 팀이 없었다...(너무 글러먹은 회사들만 전전해서 그런 듯.)

이 코스는 6주동안 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데, 역할이 분배된다는 점이 너무 다행이라고 느껴졌다(나도 회사에서 역할 좀 분리해서 일 받고 ㅅ). 백엔드가 스프링이라는 점은 굳이 내가 아쉽지 않다, 나는 신기술에 미쳐서 괜찮다(라고 하지만 진짜 node.js는 너무 말도 안되게 획기적으로 편해서 그렇다...).

전 회사에서 리액트(클래스 컴포넌트 썼다는 게 너무 함정이다...) 사용했었으니까 프론트로 배치된 게 어느 정도 커버될 거 같다. 오늘 구성된 팀원들과 앞으로 진행할 주제에 대한 기획 내용을 목요일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놀랍게도 지금 기운이 넘치는 거 같다. 하나도 안 피곤하다, 이 회사를 탈출할 수 있는 빛을 찾아서 그런 게 분명하다. 기획안 초안을 백 장 정도는 쓰고 잘 수 있을만큼의 의지가 타오른다(머리 속에서는 이미 프로젝트 하나 뚝딱 완성했다.).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회사 욕이나 한 바가지 쏟아버릴 거 같았다. 하지만 그런 백해무익한 짓을 하는 거보다는 내 다짐과 약간 고쳐진 뇌를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여기에 기록을 남기며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제발)) 연결되고 싶다.

카우치 코딩과 함께하는 두근두근 이직 프로젝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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