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할 때 막연히 내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교감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니 진짜 내 마음과 생각을 꺼내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천천히, 그리고 차분하게 말하니 생각이 정리되어 횡설수설하지 않게 되었다. 꼬이던 발음 실수도 줄어들었다. 느리게 말한다는 건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대가 내 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니, 상대를 바라보며, 천천히, 차분히 말하자!
‘점심 뭐 먹지’ 미션을 마무리하자마자, 바로 ‘영화 리뷰’ 미션에 들어갔다. 그런데 사실, 나는 여전히 ‘점심 뭐 먹지’를 하면서도 해결하지 못한 고민 하나를 붙잡고 있었다. 바로 컴포넌트를 함수형으로 짤까, 클래스형으로 짤까에 대한 끝없는 고민이었다.
그래서 은근히 ‘점심 뭐 먹지’를 클래스형 컴포넌트로 구현한 페어와 매칭되면 좋겠다고 기대했었다. (나는 함수형으로만 구현해봐서, 실제 사용상의 차이점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 기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함께한 페어는 프로그래밍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은 분이었고, 그래서인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기보다 나의 흐름에 동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자체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페어 프로그래밍을 하는데도 혼자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시간이 조금 더 버겁게 느껴졌다. 의견 없이 코드를 짜고, 그 코드를 내가 먼저 의심하고, 또 고치고, 그 모든 과정을 혼자 반복하는 느낌은 조금 외로웠다. 그리고 점점 내가 너무 주도하고 있다는 생각에 페어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실력과 상관없이 누구와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번 미션에서는 그러지 못하면서 이 생각이 흔들리고 있다.
혼자서만 의견을 제시하고 결정하는 일이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게다가 이번 구현은 나에게도 처음이라, 의견 하나하나가 도전이자 실험이었기에 과정이 유독 어렵게 느껴졌다.
결국 마음에 들지 않는 코드를 제출했다. 이제 피드백을 반영해야 하는 데 읽는 것도 부담스럽고 막막하다. 게다가 다음 주에는 테코톡 발표까지 있어서 PPT와 대본 준비가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지금은 그냥… 모르겠다. 😮💨
나는 준비되지 않은 주제에 대해 시선을 받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질문이 이어지면, 그 대답하는 시간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다른 화제를 꺼내거나, 다른 사람에게 질문을 넘긴다. 무의식적으로 그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거다.
프로그래밍 이야기를 할 때는 이상하게도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연애, 학교생활 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할 때 시선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그 감정은 단순히 ‘시선이 불편해서’라기보다는, 어딘가 더 깊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노래방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곡을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 노래가 잘 어울리지 않거나, 가사가 반복되어 지루하게 느껴지면 끝까지 부르지 못하고, 중간에 끊고 싶어진다. 빨리 마이크를 넘기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노래방이 일상 대화와 같은 맥락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