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는 어떤 사람이야?

혜진·2022년 3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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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되고 이제 나의 학원 과정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처음 두 달은 거의 허덕이며 보냈던 것 같고 ^ㅠ^
세 달 네 달이 지나 5개월쯤 되자 html 과 css, mediaquery 를 사용해 사이트를 구현해보기도 한다.
시각적으로 무언가 만들어지고 내가 입력해넣은 값이 사용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실감나기 시작했다.

그 후부터 '개발자는 어떤 사람일까?' 라는 질문이 여러 밤 나와 함께 베개에 눕기 시작했다.

IT 계열은 나와는 전혀 연관이 없고 컴퓨터 관련 일을 하는 내 모습은 상상으로나마 해본 적도 없을 정도의 벽이 있었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은 꽤 능숙히 코드를 작성하고,
오류가 나면 무조건 선생님을 부르는게 아니라
의자를 바짝 당겨앉아 모니터에 눈을 박고 소소한 코드의 오류도 찾아보면서 '왜 이걸 틀렸지?....'하면서 우울해하는 게 아니라
'이것만 아니었으면 잘했네~!~!'하는 사고로 ㅋㅋㅋ 바뀌었다.
좋아 꽤나 뻔뻔스러워지고 있어


개발자는 어떤 사람일까?

체크셔츠에 뿔테안경쓰고 랩탑 들고 다니는 이미지 말고,,,,
(근데 이미 나 이 모습이다)

나의 첫 직장이자 전 직장이었던 곳에서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아주 아주 아주 명확했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아무런 이유를 찾지 못했고, 무엇보다 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내게 아무 발전없는 이 일을 매일 숨 돌릴 틈조차 없이 하는데도
난 그저 이 시간들을 흘려보내고 있다 매일 출근하며 생각했다.
많은 일을 열정적으로 열심히 하는데도 내가 할 일은 이 일이 아니라는 확신이 강해져갔다.

항상 일이 많아 출근시간보다 일찍 출근해 일하고, 쉬는 시간 전혀 없이 일하고, 매일 밤 10시까지 혼자 야근을 하고 문을 잠그고 나서는데도 제자리만 걷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나는 좀 더 멋진 일을 하고 싶어


어렸을 때 나는 투니버스를 아주 아주 열심히 보던 어린이였다.
어머니는 일하러, 오빠는 학원에 가면 집에 나 혼자 남아 22번 투니버스를 몇 시간이고 봤다.
그 때의 투니버스는 내 유년기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유년기의 bgm 이다.

항상 모든 만화의 주인공은 수많은 사람들 중 특별히 선택되어 처음엔 부정하지만,,,,, 결국 미지의 세계관에서 살며 하루가 멀다하고 고난을 만나 좌절할 때도 있지만 결국 아주 멋지게 멋진 일들을 해낸다.

그 영향인지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난 언젠가는 멋진 일을 할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커보니 사회는 생각보다 더 녹록치 않았지만 ^_^;

난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멋진 일을 하고, 해내는 사람이 될 거라고.


나는 전공한 분야에 안정적으로 취직해 평범하게 일하고 있었기에 나의 진로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그저 전공자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그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 따위는 내 스스로를 절대 설득할 수 없었다.

나는 기꺼이 이 안정함을 부수고 좀 더 멋진 일을 하고 싶다.
맨땅에 헤딩이거나 가끔은 헤맬지라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확실해지기까지 생각은 많이 하지만 한 번 마음을 정하면 무조건 고다. 고고고


이왕 하는 거 잘하는 사람

나는 고등학교 3년 동안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구름 모양도 찾고 10년 뒤에 뭐하고 있을까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나는 되고 싶은 꿈이 정확히 없었다.
그 때도 내가 어떤 직업을 하고 싶을지 보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했던 것 같다.

고등학생 때 진로를 정해 대학에 가는 친구들도 있고 그저 그저 그저 성적에 맞추어 대학과 학과를 정하는 친구들이 있다.
나는 후자였다.
후자가 전자에 비해 나쁘거나 부족하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그 까닭은 학과를 선택해 전공을 배우는 건 한 분야의 학문을 배우는 것일뿐
내 미래에는 이제 오직 그 길만 있다는 갑갑한 선고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내 전공과 나는 잘 맞지 않았다 ^_^
그래도 어떻게 해 들어갔는데!

들어갔으니 나는 아주 열심히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시험 한 달 전쯤부터 집에서 필요한 짐을 바리바리 싸와
학교 도서관에서 살며 한 달간 거의 잠을 자는 것도 씻는 것도 먹는 것도 하지 않고 공부했다.
우리 학과는 200명 가까이 되었는데 나는 과에서 15등 안에 들기도 하고 성적 장학금도 타며 열심히 공부했다.

그렇게 순탄히 졸업하고 아직 하고싶은 일이 없었기에 전공자가 갈 수 있는 취업기관을 알아보며 취준을 하다가, 1순위로 취업하고 싶던 곳에 면접 도중 합격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일을 하며 나의 유일한 동기부여가 있었다면, 내가 하고있는 일로 인해 누군가는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진심으로.

하지만 이 일은 내 자신의 기대치의 가치에 지나치게 부적합했고 부족했다. 나는 더 멋진 일을 해야하는데, 이럴 때가 아닌데.


할 수 있는 일, 못하는 일

그럼 어떤 일을 하지?
멋진 일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나의 매일이 보람차고 새로운 일을 하고싶다.
꿈이 있던 게 아니라 오히려 아무 미련도 없어 생각하기가 편했다.
뒤에 두고 온 꿈 없이 이제 앞만 보고 앞길만 만들면 되니까!
가보자고~~~

내가 못하는 일은 어떤 게 있지? 생각하다 깨달은 사실이 있다.
못하는 일이라고 정의하기에 나는 무언가에 도전한 경험이 턱없이 모자랐다.

난 머리털 나고 중학교 수련회에서 스키를 딱 한 번 타보았는데,
그 날의 경험으로 나는 스키를 못 타고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뭐라도 한 번 해봐야 알 수 있다. 뭐든 그렇다.

해보고 싶은 게 크게 없어 흘러가는 대로 만족했고 또 늘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도전한 경험이 모자랐다.
그렇기에 내가 못하는 일을 정의할 수 없었다.
그저 가정하며 내 한계만 만들었을 뿐이다.
난 이걸 못하고 이걸 싫어하고 이건 나랑 잘 안 맞는다고.

나는 이 때 어쩌면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말할 생각이 떠오른다.

내가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았던 주제에 가장 나랑 멀다고 생각하는 일은 어떤 게 있지?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컴퓨터 관련 일이다.
나는 문과라서 당연히 컴퓨터 관련 일이나 개발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못한다고 확신한 건 오직 나밖에 없었다.

조혜진 개발자 적합 체크리스트

  • 내가 만들며 그 결과가 직관적으로 보여지는가?-> Yes
  •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가? -> Yes
  • 한 번도 해보지 않았으면서 못한다고 생각했던 일인가? 그에 도전하고 싶은가? -> Yes
  • 멋진 일인가? -> YYYYYEEEESSSSSS

실제로 저 생각이 들고 나는 바로 개발자 친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바로 학원을 상담하러 다니며 직장에 퇴사의사를 밝혔다.
이렇게 적으니 정말 노빠꾸였군
하지만 어떡해
난 멋진 일을 하고 싶고! 해보지도 않고 못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거고! 또 하면? 잘해야지. 잘해보고 싶고!

그렇다.
나의 개발 공부 서사
코딩하고 있다보면 새로운 단어 나와도 바로 칠 수 있어서,
대학 다니면서 고3때 다녔던 영어학원에서 조교 알바를 했던 게 약간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흐흐 뭐든 남는거야

꽤나 멋지고 패기넘치지 않나요?
내일도 화이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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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두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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