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의 첫 휴가를 받다

Taehee Kim·2022년 6월 6일
0
post-thumbnail

🦁 멋쟁이 사자처럼 처음이자 마지막 휴가

멋사 FE 2기 캠프를 3월 28일부터 지금까지 휴일 없이 끊임 없이 달려왔다. 평일에는 아침 9~6시까지 수업을 듣고 복습과 과제로 1~2시에 잠들었고 토요일 오전은 책 출판 회의 오후는 JS 기초반 수업, 일요일은 신촌 모각코 스터디까지!! 주말에 조금씩 쉬면서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체력에 무리가지 않는 선에서 개발 공부를 달려 왔다. 벌써 멋사 과정이 절반이나 달려왔다는 게 정말 믿겨지지 않는 것 같다. 이제 팀 프로젝트 하나를 남겨두고 있고 있다. 다음날 팀 구성을 위한 레벨 테스트가 오전에 있을 예정인데 역시 자바스크립트가 가장 걱정이 된다. 수업시간에 정리해주신 최종 정리본을 한 번씩 쳐보면서 복습했는데, 잊어버린 부분도 많고 아직도 기초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기분이다. 꼬리에 꼬리는 무는 자바스크립트 기술 면접을 위해서, 그리고 협업을 위해서도 개인적으로 따로 JS 공부 시간을 더 할애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바쁘게 달려온 후 지방선거와 현충일과 함께 6일의 휴가를 받았다. 처음 계획은 1) 벤딩머신 JS 기능 구현 완성 하기 2) 이력서 초안 작성하기 딱 2개로 잡았다. 이력서 초안은 일단 어느 정도 작성해뒀지만 문제는 벤딩머신 과제였다. 처음 도전하는 실전 기능구현이었기 때문에 일단 어떻게든 구현해보자라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중간 쯤 가니 2일 동안 붙잡아도 단 한 줄도 해결하지 못하고 멈춰버렸다. 도저히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벌써 기능 구현을 끝낸 동기들의 코드를 보아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고, 이해가 가더라도 처음부터 나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서 참고하여 사용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강제 번아웃이 온걸까... 두 손 두 발 다 들게 되었다. 무기력해지고 속상했다. 다른 팀원들에게 도움을 받고 싶어도 휴일이랑 겹치면서 타이밍을 잡기 애매했다. 당장 내일 과제 제출이라고 하면.. 일단 내가 완성한 부분까지라도 최선을 다했음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미완성 과제는 처음이라 걱정도 되기도 하고 '나는 왜 이런 것도 못하는거야!' 이런 부정적인 생각도 들기도 했다. 원래 자바스크립트는 직접 구현해 보면서 배우는거라고 많이 들었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

긴 휴일동안 공부도 했지만 사실 본가도 다녀오고 조금 느슨해진 것 같다. 몸은 쉬고 있는데 마음은 불편하고, 공부를 하는 데도 집중은 안되고 졸렸다. 이런 느슨함,, 이제 내일부터 React와 프로젝트 시작하기 전 마지막 꿀같은 휴식이라고 생각하고 남은 몇 시간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

☕ 메이커준님과의 커피챗 그 후

메이커준님과 두근거리는 커피챗을 6월 2일 휴가 중에 가지게 되었다. 주요 내용은 '회고하는 방법'이었다. 나는 멋사 회고 팀원들과 함께 매주 진행하는 주간 회고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었다. 어느 순간 우리는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KTP 템플릿에 갇혀진 채 정작 어떤 사안에 대해서 제대로 해결을 해 본적이 있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서로 힘든 점을 말하면서 위로와 격려로 끝나는 것이 아쉬웠고, 회고 기록을 제대로 않아 우리의 회고 시간이 증발하는 느낌이 들었다.

메이커준님의 피드백은 다음과 같다.
1. 한 명의 서기를 두자. 그리고 모든 과정을 기록해라.
2. 회고 템플릿에 직찹하지 말자. 각 개인 또는 팀에 맞는 회고 방법은 직접 찾는 것이다.
3. 개발 일지를 쓰겠다고 부담을 주지 말자. 순간순간 쉬는 시간에 쓰는 5분 회고도 좋다.

나는 특히 개인 회고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쉬는 시간에 쓰는 회고 방법이 너무 신박했다. 수업 시간에 잘 따라기지 못하면 쉬는 시간에 내 상황과 상태를 회고하여 정리하고, 수업 시간에 질문하거나 동기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 행동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그래서 휴일동안 순간 힘들거나 복잡하면 짧게 하는 개인 회고를 시작했다.

그리고 또 나의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분명 대학생 입학부터 정말 남들 보다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을 계속 받고, 대외활동도 한 번도 멈췄던 적도 없고, 방학 때는 자격증 공부도 하고 휴학 한 번도 못하고 달려오기만 했다. 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가만히 멈춰서 쉬는 것이 불안하고 두려웠다. 남들보다 뒤쳐진다는 기분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빨리 취업해서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리는 그런 효녀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일명 신데렐라 증후군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고 길을 잃었다. 전공을 업으로 삼을 수 없다는 걸 4학년이 되니까 깨닫게 되었다. 나는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안정적이라고 생각되는 직업인 공기업을 준비했다. 결과는 한 마디로 실패. 이런 내 지난 5년이 아무 의미 없이 누구도 알아주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억울하고 답답했다. 그래서 이런 마음을 돌려서 메이커준님에게 어떻게 하면 지난 과거의 내 능력을 조금이라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특히 포토샵이나 일러스트에 관해서 말이다.

메이커준님은 단순히 자격증이 있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했고 나도 동의한다. 특히 디자인 자격증은 정말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느낀다. 대신 미래에 발전할 수 있는 여지와 기회를 잡을 방법을 알려주셨다. 앞으로 하게 될 멋사 프로젝트나 토이/페어 프로젝트에서 디자인에 기여를 하거나, 직접 디자인하지 않아도 ux,ui 개선에 새로운 제안이나 개선안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나의 과거를 드러내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메이커준님과 나의 차이점을 발견했다. 나는 과거만 바라보고 과거에 대한 후회만 생각한다. 반면 메이커준님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항상 혼자 생각하고 우울해 하던 것들을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과거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말이 있다. 그건 정말 좋은 말 같다. 그러니까 지금 이런 내 혼란스러운 과도기를 이겨내면 또 성장해 있을 개발자 김태희만 바라보고 남은 멋사 2달을 달려갈 것이다.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