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앱등이'의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 (in 포스텍) 생존기 (2)

Cha Seung Hoon·2023년 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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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4개월이 지났다. 승훈아. 년 뭐했냐?


내가 돌아왔다

오늘은 6월의 마지막 날. 내일이면 (사실 약 1시간 뒤) 벌써 1년의 후반부의 시작인 7월이다. 블로그를 조금 끄적여보겠다는 마음으로 블로그의 첫 글을 게시한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이제야 두 번째 회고글을 게시하는 내 자신이 이제는 대단하기까지 하다. 최근에 기록에 관한 고민이 생겼다. 공부 내용이든 회고든 기록 자체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아직 정답은 찾지 못했지만 일단 기록해보려 한다. 기록을 못하겠다는 느낌보단 힘들다는 느낌이니 이겨낸단 마인드로 접근 해보려한다. 원래는 매번 챌린지가 끝날 때마다 블로그에 회고록을 적으려 했으나 3개월을 미룬 탓에 이번 글에는 조금 많은 내용이 들어갈 듯 하다. 기억을 더듬어 가며 과거의 나를 요리조리 뜯어보며 관찰해보고자 한다.

이제는 가물가물한 MC 1

사실 생각해보니 저번 글을 작성할때도 MC 1이 끝나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그 당시 MC 1을 끝내고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에서 글을 작성했었는데 내 계획 상으로는 올라갈 때 첫 번쨰 글을 작성하고 내려오는 기차에서 작성하는 것이였던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3개월이 훌쩍 넘은 이제야 회고를 한다.
지금은 종영한 유재석씨가 진행했던 "일로 만난 사이"라는 프로그램을 알고 있는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는 그동안 나만의 안전 지대에서만 모든 것을 해왔던 것 같다. 대학교 들어와서 진행한 기억 속 모든 프로젝트는 이미 알고 있는 친구들과 진행했던 것 같다. 팀 프로젝트의 모든 멤버가 친구는 아니였어도 적어도 한 명 이상은 꼭 친구가 있었던 것 같다. 작년에 참여했던 42 서울 라피신에서도 같이 신청했던 친구와만 함께 했었고, 개발이라는 길에 들어선 뒤에는 내가 생각하는 안전 지대 내에서 나가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MC 1는 말 그대로 "일로 만난 사이", 나의 안전 지대 바깥의 사람들과 협업하는 경험이였다. 사실 현실에서 벌어지는 대다수의 협업은 이와 같은 형식의 협업이지 않는가? 어쩌면 나는 '진짜 협업'을 처음으로 경험 했던거 일지도 모른다. 기간이 3주로 짧았기도 했고, 실질적으로 작성한 코드는 굉장히 적었기 떄문에 많은 것들을 느끼진 못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주파수를 새로운 곳에서의 새로운 삶에 맞추는 작업이였던 것 같다. 그 때문에 내 스스로 조금은 붕 떠있는 기분이였고 완전히 챌린지에 몰입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다음 챌린지로 향했다.

Bridge 1

이 곳에선 매 챌린지가 끝나고 일주일 간의 브릿지 기간을 거치는데, 그간 진행했던 챌린지의 전체적인 회고와 챌린지 내에서의 개인적인 회고가 일정의 주를 이룬다. 그리고 처음으로 퍼스널 멘토와 멘토링을 진행했었는데 생각나는 이야기는 팀에 관한 이야기였다. 부침없는 팀이 과연 정말 좋은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물론 부침 없이 좋은 결과로 도달한다면 최고겠지만 그 부침없음이 어쩌면 허점을 들키지 않고 지적 받지 않기 위함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스스로 해보게 되는 계기였다.

근본, One Team, 어디인디 그리고 MC2

약 6 주간의 MC 2 기간은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다. 기획적인 부분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한 팀 활동이였는데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또한 처음으로 Swift를 통해 만든 결과물이였기 때문에 많은 공부가 되었지만 개발 기간에 시간에 쫓겨 조금 더 깊게 들어 갈 수 있었고 더 깊게 들어갔어야 하는 여러 부분들을 놓치고 간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프로젝트 일정에 쫓겨서 개발 시작 시에 팀원들과 많은 부분들을 정해 놓지 않고 개발을 진행하다 보니 후반부에는 이것이 문제가 되어서 개발 진행에 발목을 잡았던 것 같다. 따라서, 조금 더 체계적인 협업 과정을 경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에 들어오고 나서 부터 들었던 한 가지 생각이 있는데, 직장인과 개발자에 대한 생각이였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직장인, 개발자의 의미가 아닌 내가 생각한 직장인과 개발자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돈을 벌기 위해서 개발을 하는 사람과 개발을 하기 위해서 개발을 하는 사람. 일반적인 경우가 직장인이 될 것이고 개발을 정말 사랑하는 경우가 내가 생각하는 개발자일 것 이다. 나는 아카데미에 온 뒤로 줄곧 내가 이 곳에 있어도 될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 곳의 러너들은 직장인이 아닌 개발자를 지향하는 사람들로 보여졌고, 이 곳 아카데미 또한 직장인이 아닌 개발자를 양성하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MC 2 기간 중 픽사의 애니메이션 '소울'을 보게 되었는데 내가 가지고 있던 묵은 고민을 해결되었다.


내게 소울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직장인과 개발자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이였다. 나는 다른 사람들은 가슴 속 깊은 곳에 개발에 대한 불타는 열망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소울의 주인공 또한 자신의 '인생의 불꽃'이 음악이라는 생각이였지만, 사실 그것이 아니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한, '인생의 불꽃'을 찾지 못해서 태어나지 못하고 있는 '22'에게는 사실 '인생의 불꽃'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닌 '사소한 찰나' 였음을 알려준다. 내가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던 개발자가 실제로 존재할 순 있지만, 실제로 개발을 즐기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개발이라는 인생의 불꽃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돌아가지 않던 코드를 고쳐서 돌아가게 만들고, 머릿 속으로만 상상했던 것들을 실제로 만들 때 마주하는 그 사소한 찰나에 매료된 사람들이 아닐까. 나에게 있어서 '인생의 불꽃'은 없지만 분명히 마주했었던 '찰나의 순간'들로도 개발자가 되기엔 충분하지 않을까.

첫 번째 '브.나.브'

길다면 길었던 MC2를 마무리하고 나를 맞이한 건 브릿지 -> NC1 -> 브릿지로 이어지는 일명 브.나.브 였다. 장정 한 달이나 되는 이 기간을 정말 잘 활용하고 싶었지만, 생각만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기간에 자주 서울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공부할 시간이 굉장히 부족했고, 이 기간동안 그동안 부족했던 스위프트 문법이나 SwifUI의 기초적이고 조금은 깊은 부분을 공부하고자 한 계획은 실패했던 것 같다. 브.나.브 기간 동안의 가장 큰 감정은 후회였기 때문에 이 감정을 추진력 삼아서 MC3 기간 동안 일명 '갓생' 살기에 도전하고자 했다. (일단 지금까지는 나름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브.나.브 기간동안의 일 중 두 가지 정도 언급하고 싶은데, 첫 번째는 바로 WWDC이다.
애플 생태계 개발자들의 축제라고 불리는 WWDC를 아카데미 인원들 다같이 관람하는 것은 꽤나 색다르고 좋은 경험이였다. 사실 이전에는 iOS 개발자를 지망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게 WWDC는 그저 신제품 발표회 같은 존재였다. WWDC가 하는 날 어쩌다가 새벽에 잠을 자고 있지 않았으면 키노트를 잠깐 보다가 다시 껐고, 다음날 테크 유튜버들 정리해주는 신제품에 대한 스펙들만 참고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 iOS 개발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WWDC 2023은 사뭇 달랐던 것 같다. 업데이트 되는 여러 가지 사항들을 보면서 저것들을 활용해서 어떤 앱들을 만들수 있고 어떤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것 같다. 가장 놀라웠던 포인트는 두 가지 정도 였는데, 우선 sharePlay를 통해서 자동차에서 동승자들이 모두 노래를 선곡하고 재생할 수 있는 기능이였다. 기존의 애플의 강점은 본인들의 생태계로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태계의 범위가 이제 개인에서 집단으로 확대된 것 같아서 굉장히 소름이 돋았다. 두 번째는 역시나 비전 프로였는데 많은 말들이 있지만 내가 느낀 감정은 '굉장히 굉장하다' 였다. 이 비젼 프로야 말로 기술이 한 단계 위의 스탭으로 가기 위한 기폭제가 아닐까 생각했고, 그러한 흐름을 따라 가기 위해서 이후 비젼 프로가 출시된다면 직접 구매해서 사용해 볼 예정이다!

두 번째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브.나.브 기간 중 두 번째 브릿지 기간에 진행했던 멘토링에 관한 내용이다. 멘토링에서 들었던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내용은 "브랜딩"에 대한 내용이다. 어떤 프로덕트에 대한 브랜딩이 아닌 나라는 사람에 대한 브랜딩이였다. 나를 어떤 개발자로 브랜딩할 것 인가에 대한 내용이였는데, 이에 대한 부분을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은연중에 주위에서 들려오는 '컴공은 취업 잘 되잖아'와 실제로 불었던 개발자 열풍 때문에 사실 취업에 대한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선배들이 했던 것 처럼 시키는 거 적당히 하고 적당히 열심히 하면 좋은데 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안일한 마인드로 살아오다가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사실 아직은 조금 먼 이야기지만 지금부터 나를 어떤 개발자로 브랜딩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전략적으로 행동하려고 한다.

약 4개월 간의 이야기를 하나의 글에 담으려니 쉽지 않았다. 앞으로는 정말 정말 정말 제때 제때 써야겠다. 8월 초에 MC3 회고로 돌아오도록 하겠다. 요즘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있어서 스페인어로 마무리를 해볼까 한다.

Adios. ¡Hasta lu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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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우당탕탕 으랏차차 내 인생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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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8일

나만의 안전 지대에만 머물렀던 것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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