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앱등이'의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 (in 포스텍) 생존기 (1)

Cha Seung Hoon·2023년 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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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지독했던 개발 블로그와의 악연의 역사, 드디어 오늘로 Adios,,,


으랏차차 2023

학교를 떠나 강남구 보안관으로 지내온 지 어언 1년 9개월이 지나고 이제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할 2023년이 다가왔지만, 이 상태론 4학년을 맞이할 수 없다 판단한 나.
정신 못 차리고 살아온 나날들이 워낙 길어서 인지 주위 하나둘씩 다들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는데도 불구하고 뭘 하고 있지도 않고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시간이 지나고 이대로는 학교로 돌아갈 수 없다고 판단, 아이패드를 열고 향후 계획을 끄적여 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해왔던 것들을 적어보자.

(칸이 굉장히 여유로웠다...)

다음으론 하고 싶은 것들.

FE, A.I, Embedded, iOS ...

이것저것 적어보긴 했지만 막막했던 찰나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모집 공고를 보게 된다.
100만 원, 애플, 포스텍 ...
심지어 모집 자격에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 자'라는 문구를 보고는 미국 진출의 꿈에 부풀어 바로 자소서를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자소서를 써내려가는 와중에 함께한 5년간의 대학 생활에 대한 끊임없는 자아 성찰과 후회는 자전적 소설의 좋은 원동력이 되었다.

(Special Thanks to @moonletgo...)

선발 과정의 모든 과정을 적기엔 오늘 글을 작성한 이유와 맞지 않으니 결론으로 넘어가자면 아래와 같다.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저 메일을 받고 부끄럽게도 실제로 과정에 참여해야 할 지 고민을 했다. 주위에서 들을 몇 가지 이야기도 있고 만일 학교로 돌아간다면 에융대 학생회장에 도전하려고 했었기 때문이다.

(또 다시 정신을 못 차리고 쾌락만을 좇는 학교 생활로 돌아 갈 뻔 했던 것이다...)

하지만 답십리에 사는 한 멘토의 조언을 듣고 포항 행을 결정하고 3월 초에 포항으로 내려 오게 되는데...

포항항ꉂꉂ(ᵔᗜᵔ*)ㅋㅋㅋㅋ⛴🛳🌊⚓🚢🌊⛴

아카데미에서의 첫 주 기간을 한 단어로 설명하자면 "그리움"이다.
마치 5년 전 새내기로 돌아간 듯한 그리움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새내기 때 진행했던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며 어색함이 눈에 대기에 보이는듯한 그 느낌.
그 느낌이 너무나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느낌이었다.
또 다른 그리움은 서울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사실 첫 주 차가 재미있었고 좋은 사람들을 꽤나 많이 만났다고 생각해서 나 스스로는 서울을 그리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지만 친구들에게는 나의 그리움이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생각을 해보니 그들의 이야기를 부정할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포항에서의 첫 일주일에 대한 감정을 묻는다면 주저 없이 긍정적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스스로는 이 또한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블로그는 왜 시작했는데?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진정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존재하지만 만일 읽는다면 여기까지 읽으며 드는 의문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블로그는 왜 만들었는데?"
사실 예전부터 블로그를 만들어야지 라는 생각은 항상 해오곤 했다. 꽤나 많은 수의 개발자들이 본인이 얻은 지식들을 자신만의 블로그에 정리하곤 하고 같은 문제를 같은 블로그에서 찾아서 해결하는 내 자신을 보고 '이럴꺼면 이런 문제가 생길 때 내가 내 블로그에 정리를 해두면 좀 더 쉽게 찾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곦 했다. 하지만 항상 갖가지 핑계와 함께 블로그 개설을 미뤄오곤 했다.

'나는 개발자니깐 깃헙 페이지로 블로그 파야지. 그럴러면 공부하고 파야되니깐 나중에 해야겠다.'
'벨로그나 티스토리는 너무 흔해서 싫은데...'
'아직 맘에 드는 테마를 못 찾았으니깐 내가 테마를 직접 만들어야지. 그럴려면 공부하고 파야되니깐 나중에 해야지'

그러나 이번주 수요일 아카데미에서 애플의 Rebecca Stockley와의 워크샵에서 배운 한 가지가 가슴에 비수가 되어 날아와 꽂혔다.

"Celebrate a failure"

실패를 축하하라니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고 그 다음에는 솔직히 뜬 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데드라인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진심으로 실패를 축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자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그들이 실패를 축하하는 이유는 실패 해야 다시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내가 설정한 데드라인은 나의 편협한 고정관념 아닐까. 나를 포함한 우리는 아이언맨도 캡틴 아메리카도 아니라 실패해도 전 우주의 생명체의 반이 모두 소멸될 일은 없다. 우리가 맛 보는 그 어떠한 실패도 이 세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전에 고대 그리스인들의 사고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적이 있다. 그들은 어떠한 일을 겪더라도 그것의 이유를 신으로 치부해버린다는 것이다. 시험에 떨어진다면 시험의 신이 나를 버린 것이고 연인이 나를 떠난다면 신이 사랑을 거둬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어쩌면 나에게도 고대 그리스인들처럼 실패를 받아 들이기 수월한 사고 방식이 하나 생긴 것이 아날까.
이전에 나는 스스로를 게으른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했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스스로 완벽하게 준비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의 이유는 어쩌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더 이상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이렇게 블로그를 시작하였다. 그 언젠가 만나게 될 나의 실패를 축하하기 위하여.

또 아카데미에서 강조하는 한 가지 활동이 있다. 바로 회고이다. 회고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사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자의로든 타의로든 여러 가지 회고를 해왔다. 어릴 적 하루에 몰아서 쓰던 방학 숙제 일기라든지, 고3 시절 틀린 문제를 또 틀린 나 자신을 보며 좌절했던 오답 노트라든지, 친구들과 자랭 하다가 패배의 원인을 찾기 위해 돌려본 리플레이도 모두 회고의 한 형태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앞 이외의 방향을 돌아 볼 시간이 적어지는 듯하다. 내 핸드폰 속 사진첩에는 하늘이 예쁠 때 찍어둔 사진들이 있는데 그 사진들을 보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내눈 앞에 그 아름다운 하늘이 펼쳐져 있다. 적어도 몇 년 전에는 고갤 들어 하늘을 보고 사진을 남길 여유는 있었나 보다. (사실 지금도 그리 바쁘진 않다.)

예전에 다큐멘터리 3일에서 어떤 일반인의 멋진 말이 기억이 난다.

"기차를 타고 뒤를 돌아보면 굽이 굽어져 있는데 타고 갈 때는 직진이라고 밖에 생각 안 하잖아요."
"저도 반듯하게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면 굽이져 있고 그게 인생인 거 같죠. 앞으로도 굽이져 있을 것이고..."

내 인생에 앞에 있을 굽이진 길을 헤쳐 나가기 위해선 지나 올 땐 몰랐지만 내가 지나온 굽이진 길을 어떻게 지나 왔는지 뒤돌아 본다면 내 앞에 놓인 굽이진 길도 또다시 한번 지나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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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우당탕탕 으랏차차 내 인생

6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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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31일

그대의 첫 디딤을 응원합니다 by moonlet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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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18일

to be the best, beat the best, best blessed
-Max Hollo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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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10일

인생 좃대로 살자. 어떻게든 된다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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