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김두현·2023년 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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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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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2023년 5월 4일, 21개월의 사회복무요원을 마치고 전역했다.

학교 생활로부터 도망치듯 시작한 군생활을 특수 아동 활동보조병으로 지냈다.
사실 요양원을 피하는 목적으로 교육청을 지원했었기 때문에 생각지 못한 직무였고, 그렇게 피할 수 없는 직장 생활(군생활보다 더 알맞은 표현같다.)이 시작되었다.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만큼 정말 열심히, 꽤나 고생하며 21개월을 보냈다.
많은 감정과 많은 일을 겪었지만 모두 나열하긴 힘들고.. 그냥 묻어두기엔 아쉬우니 최대한 요약해서 적어보고자 한다.


2021년 2학기

입영 일자는 8월 5일로, 훈련소 수료 후 8월 말에 근무할 초등학교 도움반에 처음 들어갔다.
두 분의 선생님이 계셨고, 좋은 인연역겨운 인연의 시작이었다.

처음에 돌볼 아이는 총 세 명이었고 2학년 두 명은 늘 귀여워하는 마음으로 보살폈다.
그리고 6학년 한 명은.. 당시에 그 아이의 마지막 학기였으니 망정이지, 진짜 전역때까지 남아있었으면 근무지 변경 신청을 하고도 남았을 것 같다. 바지를 내리고 뛰쳐나와 엉덩이를 내밀며 닦아달라하던 그때의 충격은 잊을 수가 없다. 정말로 기억 속에서 지우고싶다. 그래도 보호자 분은 선물도 챙겨주시고 좋았다..


2022년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 중 한 분이 다른 학교로 떠나셨다.
성격도 호탕하시고, 융통성도 훌륭하고, 말도 잘 통해서 덕분에 일할 맛도 나고 힘도 얻고 정말 좋은 인연이었다.

선생님들이 학교를 옮기는 거야 흔한 일이지만.. 왜 옮기셨는지는 한 명 빼고 다 안다.
남은 선생님 한 명때문이다. 정말 그 인간의 만행을 전부 까발리고싶지만..? 참고 그냥 간단한 소개만 해주자면

  1. 복무 관련 공문 내용 파악없이 1년간 "이렇게 해야될 것 같은데요..? 시전
  2. 특정 행동을 못 하니까 '특수아동'인건데, 그걸 못 하냐며 버럭버럭 소리지르며 압박
  3. 학부모님께서 상담 원한다며 와주셨는데 자리 부담스럽다고 상담 40분 내내 자리비움(나랑 학부모님 둘이서만 40분간 상담..^^)
  4. 1-2학년 수준 교과서 가르치는데 실수 3분에 한 번 남발(과장X)
  5. 아이가 문제 행동을 일으켜도 방치
  6. 브라우저 창 키우는 법 이해하는데 50초 걸림(진짜 지금도 웃음밖에 안 나온다..)
  7. 행정 관련 업무 실수로 이틀에 한 번씩 혼남(무능력도 죄다.)

앞서 말했듯 이건 개요도 안 된다. 더 적다가는 고혈압 올 것 같아서 생략. 정말 출근 자체가 끔찍한 1년이었다. 참으로 역겨운 인연이었다.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짧게 하자면, 2022년에도 세 명을 맡았는데 놀아주기도 잘 놀아주고 혼낼 때는 단호하게 교육하는 걸 반복하다보니 얘네도 '이 아조씨가 나를 위해 노력하는구나'를 아는지 편지나 선물도 받고 방학때도 나보러 학교까지 오는 등 많이 좋아해줬다.
예뻐하던 아이 중 한 명은 전학을 가게되어 아쉽긴했지만, 학부모님이랑 꾸준히 연락해서 가끔씩 본다.🤣🤣


2023년 ~5월

할렐루야... 그 인간은 학교를 옮기고 정말 너무너무 좋은 선생님이 새로 오셨다.
행정 업무 관련 및 학부모 상담으로 많이 힘들어하셨음에도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지원하시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심지어 아침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내 간식도 챙겨주시고.. 본받고싶을정도로 인격적으로나 삶의 태도 방면에서나 훌륭하셨다.

고학년 두 명과 1학년 신입생 한 명을 맡고있었는데, 1학년 녀석이 고생을 꽤나 많이 시켜서 분노가 꽤 많이 차올랐던 학기였지만 적응 잘 했으면 좋겠는 마음에서 학교 생활을 꽤 많이 잡아줘서 뿌듯했다. 아쉬운건 고학년 두 명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아 아쉽다.. 응원할게 아기들아.

어쨌든 그렇게 나의 군생활은 끝이 났다.


소감

내 지인들은 잘 알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군생활이 끝나면 개운함만이 기다릴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섭섭한 마음이 많이 컸다.

도움반 선생님뿐만 아니라 학교 내 모든 선생님들과 두루두루 친했는데, 전역한다니까 진심으로 아쉬워해주시고 몇 분은 눈물도 흘리시고 선물도 많이 챙겨주셔서 만족스러운 군생활로 장식되며 마무리됐다.
또한 학부모님들께서도 아주 많이 좋아해주시고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초반에는 '양육 경험은 커녕 사회생활도 안 해본 20대 초반 남자애한테 어떻게 자기 자식을 믿고 맡길까?'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시간이 흐름과 함께 조언도 많이 구하시고 믿어주시는 모습을 본 것이 아무래도 근무기간동안 가장 큰 힘이 된 것같다.

관련된 모든 분이 이 글을 볼 확률은 0%라고 확신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즐거웠고 보람찼습니다. 감사합니다!

  • 전역날 받은 선물 사진을 첨부하며 군생활 이야기는 마무리..
    + 중고차 한 대(놀랍게도 실화), 기프티콘 40만원, 상품권 20만원

각설하고!


Platinum lV 달성

  • 202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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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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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12일

늘 책임감 강하고 따뜻한 두현이!!!!♡♡♡존경합니데이 수고많았다아💕💕💕플레티넘 4도 완전 축하해!!!!!멋지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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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13일

앜ㅋㅋ 너무 고생했네 ㅎㅎ
전역이라는 글이 있길래 다른 글인줄 알고 들어왔는데 ㅋㅋ 이게 더 재밌다 ㅎㅎ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