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J C·2022년 1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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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첫번째 과제를 마쳤다.

진척률이 더디다는 피드백을 받았기에 다소 성의없이 제출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은 없었다.
개발일지에는 무엇을 써야할까 잠깐 고심하다가,
이 수업(스파르타코딩클럽:웹개발종합반)을 왜 신청하게 되었던가를 되짚어 보게 되었다.

컴퓨터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직업을 전진하다가 QA 로 업을 삼은지 10여년이 넘었다.
IT회사, 게임회사 등을 거쳐 지금은 매칭플랫폼 스타트업에서 운 좋게도 초보PM으로 임하고 있다.
소양도, 경험도 없는 주제에 감히 이 어려운 자리를 맡게 된 것은
짧다고도, 길다고도 할 수 없는 인생 살아오면서 만나보지 못한 최고의 스승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QA 가 주도하는 개발 프로세스"
스승님(정확하게 표현하자면 CTO)의 방향성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솔직히 한숨이 나왔다.
신기루와 같은 저 달콤한 문장에 얼마나 많은 기대와 낙심을 경험해왔던가.

설레임 한 소끔, 부담감 한 사발을 매일 들이마시면서 달려온 1년 반을 되돌아보니
이토록 가슴뛰고 신나는 하루하루를 또 경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중한 시기였고
QA가 주도하는 개발 프로세스를 진하게 맛보게 되었다.
과거형으로 쓰는 이유는, 스승님께서 곧 다른 곳으로 가신다는 소식을 접한 이래로
크게 낙심한 나는 그저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스승님께서 최근 논어를 읽으신다는 말씀에
네이버오디오클립의 논어백독을 다시 듣기 시작했다.
논어의 핵심코어로 평가받는 저 구절은 현생의 호모사피엔스라면 가장 부담가는 대목이 아닐까 싶은데, 나는 (항상 마무리는 미진하지만) 어제의 나보다 1mm 성장할 수 있다면 나쁜 짓 빼고는 다 해보는 성향인 탓에 도전거리를 찾아 보기 시작했다.
마침 스승님께서 내일배움카드 발급과 스파르탄코딩클럽을 소개해주셨고
뭐에 홀린 것 마냥 강좌 2개를 신청해버리는 오만을 부리게 되었다.
내가 이끄는 프로젝트 마감일과 웹개발 마감일이 불과 수일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순간 얼어붙었지만 이내 평온한 마음이 되었다. 늘 그래왔듯이 '하면 되지. 뭐 그리 어렵다고' 라는 안일한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결론은 아무 생각없이 신청한 것이었다.

벼락치기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지금, 회고를 작성하는 지금에 와서야 돌이켜보면
이 생각없는 무모한 이 판단이 결국엔 스승님의 방향성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동력을 얻게 해 줄 것이라 믿는다.
오랜만에 HTML, Javascript 를 건드리다보니 홈페이지 만들 줄 안다며 사방에 까불댄
치기어린 흑역사도 떠올랐고, 모 게임웹QA 로 재직하면서 유저들의 어뷰징을 막느라 웹취약점 공부를 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하나같이 훌륭한 결과를 얻지 못했고, 어쩌면 이번 수업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공부란 결과보다 과정에 의미가 있으니까. 그렇게 믿어왔으니까. 그래야 속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난 이번에도 자기만족감과 애통함을 반반 섞어
나의 스승님을 배웅해 드리는 2022년을 마무리 할 예정이고
이 시기를 함께 해주는 스파르타클럽에.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인사를 보낸다.

그리고 스승님.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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