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척률이 더디다는 피드백을 받았기에 다소 성의없이 제출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은 없었다.
개발일지에는 무엇을 써야할까 잠깐 고심하다가,
이 수업(스파르타코딩클럽:웹개발종합반)을 왜 신청하게 되었던가를 되짚어 보게 되었다.
컴퓨터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직업을 전진하다가 QA 로 업을 삼은지 10여년이 넘었다.
IT회사, 게임회사 등을 거쳐 지금은 매칭플랫폼 스타트업에서 운 좋게도 초보PM으로 임하고 있다.
소양도, 경험도 없는 주제에 감히 이 어려운 자리를 맡게 된 것은
짧다고도, 길다고도 할 수 없는 인생 살아오면서 만나보지 못한 최고의 스승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QA 가 주도하는 개발 프로세스"
스승님(정확하게 표현하자면 CTO)의 방향성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솔직히 한숨이 나왔다.
신기루와 같은 저 달콤한 문장에 얼마나 많은 기대와 낙심을 경험해왔던가.
설레임 한 소끔, 부담감 한 사발을 매일 들이마시면서 달려온 1년 반을 되돌아보니
이토록 가슴뛰고 신나는 하루하루를 또 경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중한 시기였고
QA가 주도하는 개발 프로세스를 진하게 맛보게 되었다.
과거형으로 쓰는 이유는, 스승님께서 곧 다른 곳으로 가신다는 소식을 접한 이래로
크게 낙심한 나는 그저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스승님께서 최근 논어를 읽으신다는 말씀에
네이버오디오클립의 논어백독을 다시 듣기 시작했다.
논어의 핵심코어로 평가받는 저 구절은 현생의 호모사피엔스라면 가장 부담가는 대목이 아닐까 싶은데, 나는 (항상 마무리는 미진하지만) 어제의 나보다 1mm 성장할 수 있다면 나쁜 짓 빼고는 다 해보는 성향인 탓에 도전거리를 찾아 보기 시작했다.
마침 스승님께서 내일배움카드 발급과 스파르탄코딩클럽을 소개해주셨고
뭐에 홀린 것 마냥 강좌 2개를 신청해버리는 오만을 부리게 되었다.
내가 이끄는 프로젝트 마감일과 웹개발 마감일이 불과 수일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순간 얼어붙었지만 이내 평온한 마음이 되었다. 늘 그래왔듯이 '하면 되지. 뭐 그리 어렵다고' 라는 안일한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벼락치기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지금, 회고를 작성하는 지금에 와서야 돌이켜보면
이 생각없는 무모한 이 판단이 결국엔 스승님의 방향성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동력을 얻게 해 줄 것이라 믿는다.
오랜만에 HTML, Javascript 를 건드리다보니 홈페이지 만들 줄 안다며 사방에 까불댄
치기어린 흑역사도 떠올랐고, 모 게임웹QA 로 재직하면서 유저들의 어뷰징을 막느라 웹취약점 공부를 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하나같이 훌륭한 결과를 얻지 못했고, 어쩌면 이번 수업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공부란 결과보다 과정에 의미가 있으니까. 그렇게 믿어왔으니까. 그래야 속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난 이번에도 자기만족감과 애통함을 반반 섞어
나의 스승님을 배웅해 드리는 2022년을 마무리 할 예정이고
이 시기를 함께 해주는 스파르타클럽에.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인사를 보낸다.
그리고 스승님.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