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일어나서 느긋하게 준비하고 나간다.
오늘은 나의 두 번째 날. 그럭저럭 흘러갔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빠르게 흘러간 느낌. 추석 땐 로테이션 장소 중 이곳에서 근무할 때 근무 장소 자체가 식당이라 굳이 나가서 식사한 적 없고 늘 그냥 식당 한 구석에서 점심 식사 후 합류하곤 했는데, 오늘은 휴무일이라 식사를 하러 나갔다. 근데 주변에 식사할 만한 곳을 잘 모르겠다. 시장 밖으로 나가 골목으로 들어가면 식당이 몇 있긴 한데, 막 끌리는 곳은 없데. 그래도 뭐 그냥 뭐라도 먹긴 해야 하니 적당히 먹고 들어갔다.
새삼 다시 느낀 거지만 난 확실히 불특정 다수를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일이 잘 맞는 것 같다. 누구는 감정 노동이 심한 서비스직이라며 기피하기도 하지만... 난 다양한 인간 군상을 구경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기도 하고, 한 걸음 물러나서 대하는 느낌? 모든 이들을 한 번 보고 말 사이로 여겨도 되는 곳이니까. 함께 일 하는 사람들도 이번에 보고 끝이잖아? ...그런 마인드로 임해서인지 추석 때 일했던 사람 중 이번에 또 하시는 분 두어 분이 날 알아보고 인사하셨는데 난 그 분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애초에 원래 사람을 잘 기억 못 하는 것도 있고.
기본적으로 난 사람을 스쳐 지나가는 불특정 다수 중 하나가 아닌 어떤 유의미한 고유 개체로 여기기까지 오래 걸리는 편인 것 같다. 그래서 충분히 오래 함께 하거나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다면 상대를 친구로 인식하기도 쉽지 않은 것 같고. 친구의 친구로 소개받는 건 그냥 모임 같은 데서 one-of-them으로 만나는 것보다 "특별한 계기"로 여겨지는 것 같다. 모임에서 길게 대화한 사람보다 친구의 친구로 소개받아 짧게 대화한 사람이 친구가 될 확률이 더 높다. 친구는 그렇게 알음알음 알아가는 걸 선호하고 그 외 인맥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이들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듯. 그렇게 스쳐 지나가다가 친구로 남게 된 이들은 내가 생각해도 신기해. 그들은 다른 이들과 뭐가 달랐을까. "그들"이라고 해봤자, 현재 남아 있는 인맥 중에 누군가의 친구로 소개받지 않고 나와 다이렉트 관계인 사람 두어 명 밖에 안된다. 솔직히 @판다군의 경우에는 다른 친구를 소개해주는, 그러니까 누군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는 존재로 작용하는 일이 많았지만 그 본인도 나와 다이렉트 관계로 시작된 게 아니라 수현이 친구로 알게 되었지. 수현이가 그 몇 안 되는 다이렉트 관계 중 하나고.
그런 의미에서 데스크 직원 시켜주세요. 불특정 다수의 회원님들 대하게 해주세요.
오늘은 봄에 있을 공연을 위한 준비, 그 첫 리딩. 캐스팅 미정인 채로 임의로 지정하여 한 바퀴 돌아보았다. 대략적인 캐스팅은 다음주 모임 때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어찌저찌 이번 공연은 그렇게 진행될 것 같다.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다시 해보고 싶던 작품이기도 하고... 물론 이 작품이 어떤 의미로 남을지는 잘 모르겠다.
공연 일정은 정해졌다. 5월 15일부터 19일까지, 평일 19시 30분, 토요일 15시 & 18시, 그리고 일요일 15시. 소극장 혜화당에서 하는 SF연극제에서의 일주일이다. 런타임은 아마 100분 정도? 조금 넘을 수도 있고. 소극장 혜화당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고, 예매 등의 자세한 사항은 나오는 대로 언급하겠다.
오늘은 갑진년 병인월 경자일, 음력으로는 12월 27일. IT서적 서평단 모집 글이 가끔 보이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저런 비전공자를 위한 IT 전반에 대한 안내서 같은 느낌의 책은 나에겐 더 이상 필요하지 않고, 주변에도 딱히 관심 있는 사람을 모르겠다. 기존에 IT 분야 내 특정 세부 분야가 아닌 IT 전반에 대한 관심을 물었을 때 긍정적인 응답을 한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었거든.
가끔씩은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멜로디가 날 자극하곤 한다. 그 파장 속에서 심장이 뛸 때 이성을 살짝 잃곤 한다. 그 어떤 자극 속에서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난 무엇보다 그 드럼 소리. 드럼 소리에 매료된다. 보컬이나 기타, 혹은 다른 악기보다도 난 그 소리에 빠져든다. 내 머릿속을 파고 드는 대부분의 노래가 그렇다. 객관적으로 드럼이 존재감을 과시하는 건지 아니면 나에게만 그렇게 들리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나의 귀갓길을 사로잡던 음악을 공유해본다.
아니 근데 이 영상은 마지막 히든 트랙까지 제대로(?) 담겨 있는 음악이잖아? 사실 히든 트랙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5집보다는 6집이다. 「ㄱ나니」의 끝자락에 붙은 「너에게 (Rock ver.)」을 떠올려 본다. 그것은 참 미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릴진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건 네온이의 지인들도 모르는 이야기고 처음 공개하는 이야기지만, 저 히든 트랙 직전의 수록곡, 「ㄱ나니」라는 곡이 내 입덕곡?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왜곡된 게 많았구나. 저 곡은 당시 내 정서 불안을 안정시켜준? 위로가 된? 곡이었다. 저런 분위기, 저런 가사의 노래가 어떻게 그런 의미로 다가왔는지 묻는다면, 글쎄. 시덥잖은 긍정적인 말보다는 심연에 가까운 이야기가 더 와닿을 때도 있잖아. 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와 닿아 있는 느낌을 받았던 걸까. 아무튼 그렇다. 그리고 그 시점은... 공식적으로 내가 나의 정서 불안 및 고립의 시작 시기라고 언급하는 고등학생 때보다 3~4년 전의 일이다.
이것도 살짝 공유해보지만, 하드코어 음악에 대한 거부감이 있거나 심리적인 뭐시깽이가 있는 사람은 굳이 들어보지 않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