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아침 식사. 얼마만이지... 일단 최근 몇 개월에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워낙 난 내 방에서 혼자 식사할 때가 많았고, 애초에 다들 아침을 잘 안 먹는데... 분명 집에서 아침 먹는 사람 나 밖에 없는데 오늘은 왜 다들 아침을 먹을까...? 사실 차려 먹기 귀찮아서 그렇지 있으면 먹는 것 같은 사람도 있긴 하다. 또 누구는 듣자하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체감상 점심이라나. 하여간 낯선 아침이었다.
극장 가는 길에 교보문고에 들렸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근처면 가는 길이기도 하고... 갈 만한 거리에서 사려는 책이 있는 지점이 여기 밖에 없었다. 겸사겸사 들렸다가...
아니 근데... 서점은 역시 위험한 곳이다. 사고자 하는 책이 있는 구역 말고는 쳐다도 보면 안된다. 그것은 충동구매를 야기하며 그렇게 수입도 없이 탕진으..ㄹ......ㅋ 솔직히 주변에서 날 경제적이고 소박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단지 없어서 못 쓰는 거다(...). 정기적인 수입이 있었다면 보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사는 사람이었을 듯.
큰 책이 있고 해서 극장 챙겨가는 에코백에 책이 다 안 들어갈 것 같아 100원짜리 종이가방을 결제했는데 극장 가는 길에 끈이 찢어져 버렸다(...). 정확히는 극장 가기 전에 식사하러 서브웨이에 들렸는데 거기 도달하기 전에 찢어졌다.
교보문고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글 하나 끄적였구나.
서른두 번째 공연. (「적들」 누적 26회, 「아버지」 누적 15회, 「대소동」 누적 12회, 「청혼」 누적 21회)
막공. 지난 서른 두 번의 공연 중의 작품 구성은 다음과 같다.
작품 | 누적 횟수 |
---|---|
청혼 | 21 |
폴렌카 | 12 |
적들 | 26 |
애수 | 21 |
굴 | 15 |
대소동 | 12 |
아버지 | 15 |
참여 배우들의 스케줄과 희비극 조합 등의 요인으로 인해 작품별 누적 횟수의 편차가 좀 존재한다. 오늘도 극장에 모여 작품 스틸컷을 먼저 찍고 시작. 정말 공연하기 직전까지 어느 팀인가 사진을 찍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첫 작품인 「적들」의 무대 위에 있어야 하는 촛대 소품 프리셋을 안 맞춰둔 이슈가 있었는데... 초반에는 관객 입장 전에 촛불을 켜고, 언제부턴가 심지 빨리 닳는다고 공연 시작 3분 정도 전에 나와서 불을 켜고 들어간 뒤 작품을 시작하던 것을, 오늘은 촛대를 하나씩 경건하게(?) 가지고 나와 불을 붙이는 것으로 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역대급으로 반응 좋더라. 나머지 두 작품도 괜찮게 흘러간 것 같고. 공연을 마친 후 분장실을 비우고, 다음 대관 팀이 있어 소품을 한 곳에 정리해놓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18시 시작으로 예정되어 있던 뒷풀이는 19시부터.
공식 뒷풀이는 오리고기. 세 테이블에서 훈제와 생고기가 섞여 있는 모둠으로 한 마리 시켜 먹고, 그 후로는 취향에 따라 주문한 것 같았는데 다들 생고기만 있는 걸로 추가 주문하더라. 개인 짐들은 극장에 맡겨 놨다가 식사 후에 찾으러 와도 된다고 해서 대체로 그렇게 했다. 세탁할 의상 등이 부피를 많이 차지하고 무게도 꽤 된다.
한 시간쯤 식사를 하고 몇 명은 2차. 안 해본 것 중 가장 해보고 싶은 단편이 무엇인지와 같은 소소한 대화를 나누었다. 연극 외적인 이야기도 MBTI 이야기도 나오고 연애 이야기도 나오고... 그냥 흔히 할 수 있는 스몰토크들? 그러다가 타깃이 정해진(?) 술게임을 가볍게 했다. 근데 그... 훈민정음? 정해진 초성을 가진 단어 제시하는 거. 거기서 딴 길로 엄청 빠졌다. 누군가 "이런 초성은 잘 안 나오지 않을까" 하고 던지면 다른 누군가가 아무렇지 않게 어떤 단어를 언급하고, 또 다른 누군가가 무언가를 제시하고... 하면서 술게임 아니고 그냥 단어 가지고 노는 사람들이 되어 버렸다 ㅋㅋ
그러고 집에 가다가... 답십리 언저리로 가는 사람 넷이서 택시를 타고 그 중 한 명의 집으로 찍고 이동했는데, 어쩌다보니(?) 고양이 보고 가자면서 같이 올라가게 되었다. 이번 공연이 두 극단의 배우들이 섞여 있는 공연팀이었는데, 2차까지는 반반 섞여 있었지만 이 시점에는 우리 극단 사람들만 남아 있었다. 그래서 좀 더 진솔한 이야기도 나누고... 인지하지 못한 이슈들과 알고는 있었지만 명확하지는 않았던 것들에 대해서도 좀 파악을 하게 되었다. 나의 이야기도 나누고.
아니 근데 이 언니 타로도 보고 사주도 보고 펜듈럼도 이용한다고요? 뭔가 흥미로웠다. 이쪽에 관심 있는 사람인지 완전 몰랐네. 생각해보면 그렇다. 우린 서로를 너무 모른다. 우리끼리 사적인 대화를 나눌 일이 별로 없었다. 서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무엇에 관심 있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 난 함께 하는 이들과 어느 정도는 서로를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다고 평소에 아무것도 없는데 만나서 놀?자고 하지는 못 하는 사람이다보니 이런 공식 뒷풀이 이후의 시간에 소규모로 최대한 오래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오늘처럼 길게 이야기해 본 적은 없지만.
확실히 우린 아슬아슬한 지점에 와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린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가.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언급하기 어려운 이야기들과 그리고... 역시 쉽지 않다.
오늘은 계묘년 을축월 갑신일, 음력으로는 12월 11일. 상현달을 지나 보름달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아니 근데 술집에서 메뉴를 시키려다가 직원한테 뭘 물어보려는데 나를 막더니 저 사람 중국인이라 제대로 설명 못 한다고 직원 있는 앞에서 까내려간느 사람은 뭘까...? 그러더니 한국인 직원으로 부르자고?? 아니 물론 의사소통에 약간의 번거로움은 있을 수 있지만 그렇게까지 할 일인가. 하여간 불편한 언행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불편한 언행을 한다. 나는 그 사람에게 대놓고 불편한 티를 내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나를 대할 땐 가끔 눈치 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게 무례한 사람이다. 이미 완전히 몸에 벤 무례함과 불편한 언행들을 의식적으로 고쳐 나간다면 고칠 수 있을까. 뭐, 거기까지는 내 영역 밖의 일이긴 하다. 오지랖의 영역이지.
아주 가끔,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데 도와준답시고 방해되며 걸리적거리기만 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발 좀 가만히 있어줬으면 좋겠다.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했겠지. 호의로 한 행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싶지 않은데 때로는 그게 잘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