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분명 오늘은 이번 통영 여행의 마지막 밤. 어차피 내일 오후에 서울 가는 버스에서 서너 시간 늘어져 있을 거라 오늘은 밤을 새고 놀기로 했다.
라고 했지만 결국 새벽에 잤다. 알코올 들어가니까 안 잘 수가 없더라. 여러분 불면증에는 알코올이 최고입니...다? 아무튼.
아침에 일어나서 이것저것 정리를 했다. 캐리어에 내 물건들 채워 넣기도 하고, @판다군도 고향 가느라 며칠 집을 비울 거라 전반적인 청소를 했다. 책상 위에는 지난 주에 내가 선 정리 하고 책상 위 물건을 재배치하며 만들어놨던 독서 공간과 이것저것이 잘 유지되고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다음에 놀러 왔을 때도 잘 유지되어 있겠지?ㅎ 더 좋은 배치를 떠올린다면 바꿔도 상관은 없겠지만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최선의 배치였다고 생각한다.
바닥도 쓸고 길 잃은 물건들의 자리를 찾아주고... 이것저것 정리하고 나서 잠시 게임도 좀 하다가? 집을 나섰다.
나는 17시 10분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고 @판다군은 18시 버스를 타고 대구에 간다. 우리는 통영을 떠나기 전, 15시 언저리에 중앙시장에 갔다. @판다군이 이것저것 사는 동안 나는 짐을 가지고 벤치에 앉아 있었다. 모르는 통영시민이 여행 왔냐면서 어디서 왔냐고 말도 거시고... 기본적으로 이 동네는 다른 사람들한테 말을 많이 거는 것 같다. 워낙 서로 다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아서 버스 타다가도 서로 인사하고 그러시던데 ㅋㅋ 본인들끼리도 그렇게 막 길에서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누시고, 낯선 여행객에게도 종종 말을 거신다. 서피랑에서 동피랑은 많이 멀까, 같은 대화를 하고 있으면 지나가던 통영시민 분께서 동피랑 가는 길을 알려주신다거나?
벤치에 앉아 있다가 이런 것도 작성했다.
중앙시장에서 이번 통영 라이프의 마지막 식사를 했다. 진주반점도 가기로 했는데 결국 끝까지 못 갔네. 지난주부터 먹어보자고 말만 하고 계속 다음으로 미뤘던 졸복국을 먹기로 했다.
졸복국을 시켜 먹었는데 계산하려고 하니 졸복이 다 떨어져서 황복으로 했다며 황복국 가격을 요구한다. 저게... 황복?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아무튼 식사를 마치고 통영종합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내 버스 탑승 시간을 30분 정도 앞두고 도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적당히 시간을 떼우다가, 인스머스에서 아컴행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판다군을 두고 먼저 통영을 떠났다.
버스에서는 적당히 늘어져 있다가 태블릿을 조금 건드렸다가...를 반복했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면서 또 짧은 끄적임을 남겼다.
이제는 내가 선택한 나의 삶을 살아야지.
집에 오니 청년이음센터로부터 온 택배가 방 문 앞에 굴러다니고 있다. 얼마 전에 배송 완료 문자가 왔던 어게인 키트인 모양이다.
통영에 다녀온 짐을 풀기에 앞서 이것을 먼저 확인해보기로 했다. 이 키트에 대한 만족도 조사 문자도 왔는데 수령을 못 해서 작성을 못 하고 있었으니...ㅋ 구성품은 다음과 같다.
목도리...는 사실 곰 목도리 하고 다니느라 이전에 쓰던 목도리들도 방치하고 있는데 ㅋㅋ;; 디자인 자체는 괜찮아 보인다. 인센스와 인센스 홀더를 보니 성우형 생각나네 ㅋㅋ 저런 거 되게 좋아해서 자취방에 이것저것 다양한 인센스가 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니 성우형이 빌려준 우크렐레도 조만간 연습해봐야지, 하고 방치한지 정말 오래되었구나... 받은지 이제 몇 개월짼지...ㅋ 립밤도 괜찮아보인다. 호불호 크게 안 탈 것 같은 제품이다. 영화관람권.....은 친구 줘야지. 난 영화관에서 영화를 잘 못 본다. 영화관은 빛도 소리도 너무 과해서 힘들다. 영화관 vs 태블릿 어느 것으로 영화를 볼 것이냐고 하면 나는 고민 없이 후자다. 저기 있는 노트는 질문 일기...라는데 네 권의 노트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노트마다 하나의 주제로 질문들이 들어 있어 답변해 볼 수 있다.
질문 일기의 판권면을 보니, 두 권은 30문항으로 이루어져 있고 나머지 두 권은 45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매일 한 문항씩 답변해본다면 150일이다. 30문항짜리 두 권 병행하고 45문항짜리 두 권 병행하면 75일. 두 달 반? 그렇게 하면 대충 3월까지 이어지려나. 빼먹는 날 고려하면(...) 대충 올해 사업 시작할 때까지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하루 루틴으로 해보는 거다.
오늘은 계묘년 갑자월 을축일, 음력으로는 11월 21일. 열흘 동안 통영에 있다 왔는데 방에서 또 이걸 끄적이고 있자니 계속 여기에 있었던 것만 같다. 확실히 난 환경 변화에 금방 익숙해지는 편인 듯.
통영시 시내버스 노선도를 본 적 있는가.
이게 대체 뭔 소리야... 통영시 시내버스의 난해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고 싶다면 나무위키 "통영시 시내버스" 항목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그 복잡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걸어다니던 곳들은 대체로 익숙해졌는데, 버스는 도저히 익숙해지지 못할 것 같아...
아니 근데... 추위에 취약하기에 겨울을 남쪽 동네에서 지내는 게 좋은 것 같다고 한 거랑 별개로...
역시 남쪽 동네에 다녀와야 조금이나마 체중이 오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