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해 뜨는 걸 보러 갈까 하다가... 랜턴도 없고, 가게 되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다고 하길래 그냥 잠이나 자자고 했다. 사실 원래 새해고 뭐고 이런 거 신경 안 쓰고 사는데 신년맞이 등산이라는 말에 솔깃했다가, 어차피 등산도 안 할거면 뭐... 굳이? 싶었다. 그래서 오늘도 적당히 언제나처럼의 오늘을 보냈다. 카레도 먹고 게임도 하고... 그런 시간.
통영은 원래 바닷가 평지가 없는, 땅끝이 절벽인 섬이었다고 한다. 서피랑은 "서쪽에 있는 벼랑"이라는 뜻으로, 이제는 주변 바다를 메워 평지 위의 언덕처럼 되어버린 통영의 서쪽 벼랑 부근 지역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진행되는 야외 어드벤처 미션 게임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미드나잇 인 서피랑〉이다.
여기선 "야외 어드벤처 미션 게임"이라고 표현했지만 나는 "아웃도어 미션 게임"이라는 명칭으로 익숙한 장르다. 흔히 "야외 방탈출"이라고도 하더라. 부산의 다이아에그를 계기로 이 장르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보통 크게 머리 써야 하는 문제는 없고, 이 게임을 위해 단서가 될 만한 걸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는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게임이다보니 관찰력이 조금 필요하다. 그리고 게임이 진행되는 공간의 범위가 넓을 경우, 길을 찾는 것도 일이다. 게임을 제작한 시기로부터 시간이 많이 흐른 경우에는 단서로 사용된 지형지물이 사라지거나 더 이상 접근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불가피하게 단서를 따로 제공하거나 해당 문제를 패스하고 스토리만 이어가서 다음 문제를 풀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넘어간다. 이로 인해 게임에 대한 몰입이 깨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하여간 언젠가 다이아에그로부터 아웃도어 미션 게임 시나리오 기획 외주를 받은 적 있는 @판다군이 통영에 있는 게임들을 해보자고 하여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수령처로 찾아갔다.
문 열어, 문 열어주세요..!! 12시부터 19시까지 영업이라며...!! 휴무일도 따로 안 적혀 있었잖아...!!!!! 물론 오늘 같은 날은 연말연초 휴가를 가 있을 수 있는 날이지만...!!
여기 말고도 수령 가능한 곳이 몇 군데 더 있었기에 다른 수령처로 향했다. 근데 오히려 "월요일 휴무"라고 적혀 있는 카페 인서피랑이 영업 중이야...? 안 쉰다는 데는 쉬고 쉰다는 데는 안 쉬고 막 그래??? 하여간 어찌저찌 무사히 키트를 수령했다.
키트 구성은 공식 홈페이지 내용으로 대체한다.
그리고 이 게임의 시놉시스도 공식 홈페이지 내용으로 대체한다.
미션지에 나와 있는 QR코드를 찍어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추가하고, 이 게임의 시크릿 코드를 입력하여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다음과 같이 QR코드 인식에 문제가 있다...? @판다군이 "빅게임트레저"를 직접 검색해보니 다행히(?) 검색 결과로 떠서 문제 없이 진행할 수 있기는 했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서피랑 일대를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익숙한 이름도 여럿 보이더라. 그냥 길을 가면서는 못 본 채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보고 넘어가게 된다는 게 이런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꽤 잘 만든 게임인 것 같기도 했다. 아웃도어 미션 게임이 채팅과 실물 미션지를 병행하며 진행되다보니... 실물 미션지에 따라 현재 진행도가 파악이 되고 다음 문제가 미리 보이고 하는 이슈가 발생하기 쉬운데, 이 게임은 그런 게 없었다.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인지 알 수 없는 미션지에서 순차적이지 않은 문제 코드를 따라간다? 게다가 실제로는 사용되지 않는 더미 코드들도 섞여 있어서 미션지만 봐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채팅으로 답을 입력하고 다음 문제에 도달해서야 그 문제와 실물 미션지의 단서, 그리고 현장의 지형지물을 함께 보며 그 단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 수 있다. 아웃도어 미션 게임이 가진 고질적인 이슈를 해결한 형태라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아 근데 그... 좀 낑🐼받는 부분이 있긴 했는데 게임 진행과 관련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어딘가로 이동하는 단서가 좀 낑🐼받는다. 이게 참 낑🐼받는데 스포일러 방지 때문에 뭐라 말을 못 하겠네...ㅎ
전체적으로는 꽤 괜찮았다. 다음 문제를 위한 장소로 이동하면서 "이 길이 맞나????" 싶은 상황이 종종 있었지만... 아무렴 어때. 게임을 마치고 서피랑에 있는 서포루까지 올라갔다왔다. 그런데 내려오는 길에...
첫 문장에서는 피아노계단
으로 붙여 써놓고 다음 문장에서는 피아노 계단
으로 띄어 쓰는 이 일관성 없음이 거슬리는 건 일종의 직업병인가. 교정교열 업무 안 건드린지 몇 개월 된 것 같은데 몸에 밴 것 같다. 원칙에 따라 띌 거면 띄고, 고유명사로서 붙일 거면 붙이고 하나만 합시다요.
게임을 마치고나서 앞서 키트를 수령했던 카페에 돌아갔다. 메도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곳에서 파는 말렌카가 너무 맛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디저트와 함께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휴식을 취했다. 여러 가지 기념품들도 구경...했지만 사진을 찍었을 리가 없잖아(...)? 아무튼 그런 거다. 그래도 뭐 먹었는지는 찍었다.
딸기는 아침에 딴 신선한 딸기라고 서비스로 주셨다. 한창 가장 빠른 딸기가 나올 시기라나. 그리고 말렌카는 레몬 말렌카였는데, 레몬향 때문인지 메도빅과의 차이가 크게 느껴졌지만, 그 레몬향과의 조화가 상당히 괜찮았다. 생일은 안 챙기지만 생일 케이크로 메도빅 먹고 싶다(?).
17~18시 언저리 되면 어두워지는 것 같다. 아무렴 어때. 우리는 카페에서 나와 〈동피랑 시그날〉을 하러 동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시작 장소를 안 보고 출발했다가 동피랑 언저리에서 키트를 열었더니 너무 멀리 와버렸다. 다시 돌아가서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했다.
이 게임의 키트는 다음과 같다. 〈미드나잇 인 서피랑〉과 마찬가지로 홈페이지에서 가져왔다. 시놉시스는 줄글로 되어 있지 않아 생략한다. 관심 있으면 요 위에 제목을 통해 홈페이지 접속해보면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아웃도어 미션 게임은 게임을 제작한 시기로부터 시간이 많이 흐른 경우에는 단서로 사용된 지형지물이 사라지거나 더 이상 접근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게임이 좀 그런 게 있었다.
일단 아무튼 그 장소를 알려줄테니 이동하라고 하고는 원래 지형지물로 제공되었어야 하는 단서를 채팅으로 보내주더라. 다음 문제로 이동하는 건 이번 문제의 장소를 기준으로 설명이 되어 있을 거라 아무튼 이동하기는 해야 한다.
〈미드나잇 인 서피랑〉의 경우에는 그 근처 평지에서 이곳저곳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살펴보며 돌아다니는 게 컸는데, 〈동피랑 시그날〉은 평지에서 시작하여 동피랑 윗쪽을 직접 돌아다녀 보는 게 컸다. 전자는 2020년에 제작되었고 후자는 2021년에 제작되었다는데, 두 게임의 느낌이 상당히 다르더라. 제작하기에 따라 비슷하게 구현되면 자칫 루즈해질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는데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구현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아웃도어 미션 게임을 많이 안 해봐서 늘 새롭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ㅋㅋ
아니 근데 내려오는 길에...
우린 이런 걸 〈친구사이〉라고 하기로 했...어요? 지금 친구 분 밟혀 계시는데요...? 저거저거 지금 피 뿜고 있는 거 아니에요...? 친구란... 뭘까. ...밟는 것? 아님
오늘은 계묘년 갑자월 갑자일, 음력으로는 11월 20일.
새삼... 아재인 줄 알았던 모 인플루언서가 95년생 행님이라는 걸 알고 살짝 충격 받았다. 생각보다 내 또래였잖아...? 그니까 저 사람이 동현이랑 동갑????? 근데 나이를 알고나서 보니까 그럴 수 있을 것 같긴 해. 진짜 생각보다 어린 나이의 인플루언서가 은근 많단 말이지...ㅎ
아웃도어 미션 게임 두 개를 하고 집에 오니 20~21시 언저리더라. 동피랑에서 내려올 때 20시가 조금 넘었을 거다. 하여간 아까 카페에서 말렌카 먹고 이거 한다고 저녁을 패스했기에 23시가 넘어서야 저녁을 먹는다. 오늘의 짧막한 글도 지금 작성해보고...
>>> #39 〈다시 만나자〉
>>> #40 〈익숙해지다〉
오늘은 이번 통영 여행의 마지막 밤. 어차피 내일 오후에 서울 가는 버스에서 서너 시간 늘어져 있을 거라 오늘은 밤을 새고 놀기로 했다. 집 주인도 휴가고 내일 나 서울 갈 때 본가 간다고 하여 같이 밤을 샌다. 여러 가지로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새 이 도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고 ㅋㅋ 확실히 자주 가던 곳들은 이미 익숙하다.
아침에 문득 생각한 건데, 이름이라는 건 참 흥미로운 것 같다. 기본적으로 부모 혹은 그 비스꾸레한 누군가가 "이런 사람이 되어라" 하는 의미를 담아 지어주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적당히 어감 좋은 이름에 적당한 한자 붙여서 짓는 이름도 많다고는 하지만. 이름을 부를 때 그 이름에 담긴 의미와 이름을 지어준 자의 염원을 생각하며 부르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에 담겨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름이 가진... 무언가가 있다.
난 10대 시절 현실 인맥보다 랜선 인맥이 더 많은 삶을 살았던 탓일까, 첫인상이라고 하면 외모에서 오는 첫인상보다 이름에서 오는 첫인상이 더 크다. 외모에서 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름이 더 명확하게 다가오고 또 정확성?도 더 높다고 해야 하나. 가령 특정 글자가 들어가는 이름을 가진 이들은 나와 잘 지내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거나, 또 어떤 이름은 나와 상성이 잘 맞고 그런 게 있다.
그냥... 1월 1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나한테 신년인사를 보낸 사람이 두 명이 있는데 두 사람의 이름에 겹치는 글자가 있어 문득 생각해봤다. 12월 31일이 끝나갈 때 연락 준 사람과 1월 1일 저녁에 연락 준 사람까지, 그 이틀 사이에 나한테 신년 인사 DM을 보낸 사람이 네 명이 있구나. 그 중 새해로 넘어가는 새벽에 보낸 두 사람이 뭔가 겹치는 부분이 있는 거고. 이름의 가운데 글자가 겹칠 뿐만 아니라 둘 다 나를 보고 싶어하는 게 흥미로운 부분이다 ㅋㅋ 31일 밤에 연락 준 사람은 내 소식을 물어보고 1일 저녁에 연락 준 사람은 본인 소식을 전해준 반면 1일 새벽에 연락 준 둘은 모두 만남에 대한 이야기였단 말이지. 하여간 흥미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