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는 조금 개인적인 일정. 문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정도로만 언급해두겠다. 끼짝끼짝 만들 게 있어서. 간단히 템플릿 정도만 만들고 이따 퇴근 후 마저 진행하기로 했다.
두 번째 공연. (「적들」 누적 2회, 「대소동」 누적 2회)
13시에 극장 in. 근데 13시 30분쯤 도착하는 사람이 많더라. 사실 나도 13시 20분 정도에 도착했지만. 극장에 도착해서는 한 바퀴 돌면서 프리셋 셋팅을 했다. 어제 공연 끝나고 뒷정리를 안 하고 갔기 때문에 소품들이 제자리에 있지 않다. 따라서 위치가 달라진 소품들을 원위치로 옮기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 작업을 빼먹으면 공연 도중 멘붕 올 수 있다. 하루 2회 공연 있는 경우에 그 사이 시간에 소품 정리를 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이슈도 간혹 있...는데 그러진 말자. 아무튼 내가 극장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은 그거다.
이것저것 준비하고, 공연 시작 한 시간에서 삼십 분 전 정도에 다시 한 번 체크한다. 놓친 게 있나. 서 선배님 퇴장 직후 재등장까지의 짧은 시간에 휴지 쓸 수 있게 미리 뽑아놓기로 했지. 긴장 높아져 있는 상황에는 휴지 뽑는 소리마저도 거슬릴 수 있으니 말이다. 의자 자리에 있고, 가방이랑 식탁보, 그리고... 그렇게 모든 소품의 위치와 상태를 확인한다.
오늘의 공연은 크게 걸리는 부분 없이 잘 진행되었다. 다음주부터는 또 어떨지 모르겠네. 7개 작품이 제각각의 순서와 조합으로 반복되니... 무대 전환 및 소품 체크에 대한 게 신경 쓸 게 많을 것 같다. 그래도 오늘만큼만 잘 흘러갔으면 좋겠네.
근데 왜 다들 백스테이지 보조등은 끄지 않는 거야...? 극장 들어가서 한 바퀴 돌며 프리셋 셋팅을 하듯, 극장 나가기 전에는 한 바퀴 돌며 보조등을 끈다. 암전 때 빛 새어나가면 좋을 게 없기 때문에 백스테이지는 어두운 상태를 유지하는데, 불을 완전히 꺼두면 너무 어둡기에 중간중간에 어두운 조명을 켜 놓는다. 그것을 켜는 작업도 끄는 작업도 대체로 내가 하는 듯.
앞서 말한 그 무언가. 이어서 진행해야 되는데 모종의 사건으로(...)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진행한다. 이걸 작성하는 이 시점에서 여담
까지 다 작성해놓고 이것만 남겨 놓고 있다. 작업을 마치고 마저 작성해야지. 아니 어쩌면, 중간까지 하고 썸네일 그리고 이걸 업로드한 후 새벽에 작업을 이어갈 수도 있겠다. 현재로서는 모르겠다. 아무튼 아직 충분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어... 그래도 아까보다는 나은 것 같다. 이제 진짜 하러 가야지.
아니다. 작업 마치고 마저 작성하기는 무슨. 어차피 이런 데에 공개할 만한 내용도 아니니 오늘은 썸네일 그려다 마무리 해야겠다. 대충 썸네일을 그릴 마음의 준비가... 준비가... 대충 된 것 같으니 말이다.
오늘은 계묘년 계해월 을미일, 음력으로는 10월 21일. 늘 그래... 매년 한두 개씩은 전자기기를 망가뜨리는 것 같다. 흔히 있는 일이다. 흔히 있는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흔히 있는 일이다. 태블릿이 미끄러졌다. 왜 미끄러졌는지 모르겠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손 밖으로 벗어났다. 태블릿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할 정도로 핀치가 약한 걸까. 액정 멀쩡한 기기들을 오래 사용하긴 했지. 어쩌면 무엇 하나는 작살날 때가 되었던 것일지도 몰라. 이왕 깨질 거면 내 핸드폰이었으면 차라리 나았을텐데. 태블릿은... 태블릿은...... 태블릿을 가방에서 꺼낼 때까지 충분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 같다. 썸네일 그리기 전에 꺼내겠지. 아니, 애초에 오늘 저녁 일정에서 이미 태블릿이 필요하다.
일단 다른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추스려보자... 어떤 이야기가 좋을까.
나는 무언가를 사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유, 생각, 정신력! 그래, 그런 것만 하고 있지, 뭐. 그래서 좀, 문제야. ―라는 건 〈동물 없는 연극〉 중 「추억」이고. 작년 12월 중순에 했던 공연인데 아직도 기억하네. 아무튼 내 대사는 아니었다. 카를과 안과 뤼크의 대화일 뿐. 나는 리샤르 역을 맡았으니.
그리고 내가 사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사유하는 사람도 좋아한다. 무언가에 대해 깊게 파고들고, 생각하고, 빠져드는 사람. 그렇게 살아가는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누군가가 되고 싶기도 하고. 자신으로서든 타인으로서든 그런 삶을 지향한다. 무언가를 읽고 쓰는 자는 그런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읽기만 하는 자는 그저 정보만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 파고들지 않을 수 있다. 쓰기만 하는 자는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기만 하고 깊이 있는 사고는 못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읽기만 하는 자와 쓰기만 하는 자가 그렇진 않을 수도 있지만, 감히 일반화를 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읽고 이에 대해 사고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써내려간다. 꼭 읽은 것에 대해 쓰라는 것이 아니다. 읽은 것들은 조금씩 쌓여 내면 어딘가에 축적되고 있다. 그 속에서 사유의 과정을 통해 재구성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물이 쓰여지는 것이다. 그렇게 쓰여진 글은 또 누군가를 사유하게 만들고, 그 흐름은 서로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사실 나도 그렇게 깊이 있게 사고하는 편은 아니긴 하다. 적어도 내가 지향하는 바에는 훨씬 못 미친다. 나는 굳이 따지자면 일반인과 마니아 사이 정도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 게 있다. 마니아 측에 서기엔 아는 게 별로 없고 부족하지만, 일반인 측에 서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장르문학 같은 거에 관심 가질 때 이미... 아니, 그 전에 우리의 영혼을 은빛으로 물들였을 때 이미 돌이킬 수 없었어. 그보다, 서 대장의 뒤를 쫒을 때 우린 이미 凡人의 영역을 벗어나고 있었다. 우린 늘 대중적인 것보다는 우리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지.
그나마 장르문학이라던가 하는 쪽으로 대화가 통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게 성CH 님이었는데... 그런 거에 비해 딱히 대화를 나눌 일은 별로 없었다. 아컴 호러라던가 광기의 저택 같은 걸 알고 있다는 점에서 그 사람도 상당히 이 쪽 사람인 것 같았는데 말이다 ㅋㅋ 뭐... 사실 코스믹호러 같은 경우에는 엄밀히 말하면 난 마니아 층은 아니긴 하다. 단지 마니아의 잠재력이 있는 상태라고 할까. 그런 장르가 취향에 맞긴 한데, 그런 거에 비해 많이 안 접해봤어.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라던가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라던가... 흥미롭기는 하다. 개인적으로 연재중지 상태인 이 장르의 웹소설 하나가 연재 재개 되기를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작가를 찾아가서라도(?) 완결까지 보고 말겠어. 근데 그런 취향과는 별개로 그 사람은 뭐랄까... 학교 선배 대할 때 같은(...) 미묘한 어색함이 있어.
난 수현이의 마니아틱함도 좋아한다. 나는 수현이가 계속 음악을 했으면 좋겠어. 물론 철덕으로서의(?) 수현이도 상당히 흥미?롭다. 하지만 역시 수현이는 네온이와 디스트로이 더 월드~~~를 외치며 종말을 노래하던 수현이가 좋다. 오랜 이야기엔 눈물도 사라지고 말겠지만, 조금은 달라진대도 좋아. 10년 전의 우리에게 그저 내 체온이 전해지기를. 역시 수현이 곁에는 승태가 있어야 해(?). ...그게 뭔 말이야.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누군가 공연을 보러 와주는 건 감사한 일이다. 감사한 일인데... 감사하면서도 좀 씁쓸한 경우가 가끔 있다. 어렵다. 나는 왜 누군가 공연을 보러 올 때, 나를 보러 온다는 말이 썩 유쾌하게 들리지 않을까. 좋은 의도로 하는 말이라는 건 알겠다. 그건 알겠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미묘한 씁쓸함은 감출 수 없었다. 그거다. 나는 나를 보러 오는 것보다, "나"는 그저 계기일 뿐이고, 이 공연 자체를 보러 와줬으면 좋겠다. 내가 나오든 안 나오든 얼마나 나오든... 그 자체를 즐겨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목적이 되는 건 뭐랄까... 부담스러운 거랑은 또 다른 영역인데, 뭘까. 적절한 어휘와 표현을 찾지 못 하고 있다.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느낌???
오늘 새삼 깨달은 건데, 내가 공연 소식을 정기적으로 공연 할 때마다 전하는 이들이 있고, 몇 번 전하다가 더 이상 전하지 않게 되는 이들이 있는데... 그 차이가 큰 것 같다. 내 공연 아니더라도 관극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한테는 내 공연 소식도 전하고, 내가 재밌게 본 타 공연 소식도 전하고 하는데, 그냥 내가 무대에 선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나"를 보러 오는 사람한테는 점점 공연 소식을 안 전하게 되는 듯. 이걸 몇 년 만에 명확히 인지했다. 흥미롭네... 이렇게 나 자신의 무의식적인 판단 준거를 파악해가는 것도 참 흥미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