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극장에 갔다. 오늘은 전체 첫공이고, 내일까지 같은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소품 체크하고, 이것저것 확인한 후, 드레스 리허설과 테크니컬 리허설을 진행했다. 그런데 오늘은 조연출 님 불참하는 날이라더라. 그 동안 음향이랑 조명을 조연출 님이 맞추셔서 연출 님 테크니컬 리허설 시간이 충분히 필요할텐데 쩝... 아무튼 오전에 「적들」 팀 디테일을 잡고 간단히 식사를 한 뒤 「대소동」 팀 디테일을 잡고, 전환 및 커튼콜 연습을 하니 공연 시간이 되었다. 결국 테크니컬 리허설을 할 시간은 별로 없더라.
식사를 할 시간은 마땅치 않아서 「대소동」 팀 중 한 명에게 식사 배달 요청을 했다고. 근처에 있는 유부초밥 가게에서 기본 메뉴로 사오라고 했다나. 그런데 이 유부초밥이라는 게... 김밥만큼이나 내가 쉽게 체하는 음식이라...ㅋ 얹히지 않으려면 의식적으로 굉장히 천천히 먹어야 한다. 씹어삼키는 그 순간도 썩 유쾌하지 않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배고프면 먹어야지(...). 식사 메뉴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여유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다행히 그걸로 탈 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천천히 먹으면 괜찮다, 천천히...
아 근데 새삼 진짜 나 입에 발린 말 못 하는구나를 느낀 게... 누군가의 연기에 보완점을 지적한 후 그 사람이 고쳐봤는데 어떠냐고 물어볼 때... 아까보다 낫지만 만족스럽진 않을 때... 괜찮다는 말을 못 한다. 솔직히 아직 괜찮진 않거든. "아까보다 많이 나아졌어요"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다. 아니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머뭇거릴 때 이미 상대가 "단휘 씨한텐 만족스럽지 않구나" 하는 걸 캐치해간다. 나도 막 깐깐하게 보려고 하는 건 아니었고 그냥 소소한 조언이었는데... 그게 참 그렇다 ㅋㅋ;; 그래서 그런 걸 기분 나빠하지 않아하는 사람에게만 개선해야 할 부분을 언급하곤 한다. 잘한 건 언급 안 하고 아쉬운 부분만 언급하면 서운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한테는 얘길 잘 못 하겠어...ㅎ 잘한 부분은 내가 언급하지 않아도 다른 분들이 많이 얘기해주실 거에요...?👀
첫 번째 공연. (「적들」 누적 1회, 「대소동」 누적 1회)
테크니컬 리허설을 못 하고 올린 공연이라 연기 외적인 부분에서 삐꺽거림이 있었다. 그리고 연출 님도 공연 끝나고 나니까 완전히 기가 다 빨렸다고;; 근데 그럴 만 하긴 했어. 다른 디테일 잡느라 테크니컬 리허설 할 시간이 없었으니. 연기 디테일의 째잘째잘한 것들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 수준이었고, 테크니컬도 내일은 조연출님 오시니까. 그래서 크게 모니터링 해야 할 부분은 없었다.
원래 다음주에 첫공 하는 작품 중 일부를 좀 잡을 예정이었지만 연출 님이 너무 기 빨린 상태라 도저히 안 되겠다고... 17시 30분 정도에 빠른 퇴근.
개인적으로는, 문제되지는 않지만 미리 체크했으면 좋았을텐데 싶은 부분이 있긴 했다. 공연 시작 직전에 결정된 사항이라던가. 그래도 큰 무리 없이 진행되었고, 내일은 좀 더 준비된 상태로 공연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첫공이라는 게 늘 그래, 놓치는 것들이 꼭 있다니까.
나중에 들었는데, 문화예술 커뮤니티 아티비티에서 알고 지내는 @REDEGG 님께서 오늘 친동생이랑 같이 우리 첫공을 보러 오셨다고 한다. 평소에 전시를 보고 영화를 보곤 한다고 하시던데, 오늘은 영화 대신 연극을 보는 걸 선택하셨다고. 첫 날이니만큼 어설픈 부분도 많았을텐데 간만에 떨림을 느꼈다고, 배우들의 표정 연기에 반했다며 호평을 해주셔서 감사하더라.
오늘은 계묘년 계해월 갑오일, 음력으로는 10월 20일. 오늘 퇴근길에 새삼스럽게 느낀 건데, 나 진짜 사람 못 알아보는구나. 아니 솔직히 특이한 색으로 염색한 사람 정도는 알아볼 수 있잖아. 지하철에 타면서 그 사람을 인식했으면서, "손ES 님이랑 머리색 비슷하네" 하고 생각하고 넘겼는데 지하철 내릴 때 누가 인사해서 보니까 손ES 님이더라(...). 튀는 외모를 가진 사람조차 그 사람으로 바로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비슷한 느낌 정도만 받는단 말이지. 튀지 않는 외모를 가진 사람이면 그 정도 인식도 하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간다고.
솔직히 클라이밍장에서도 김EC 님이 나한테 인사하기 전에 먼저 그를 인식해 본 적이 없는 것 같긴 하다. 예측하지 못한 상태로 마주쳤을 때 내가 먼저 인식하고 인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보통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지난 번에 연극 보러 갔을 때도 로비에서 도저히 아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어서 명단을 볼 수 있겠냐고 여쭤봤지만 안된다고 하셨지. 결국 아는 사람을 전혀 못 만나다가 식사 할 때 겨우 성CH 님 한 명 만났다.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아는 사람이 몇 명 더 계시긴 했다더라.
집에 오니 웬일인지 언니가 집에 있더라. 여긴 또 언제 왔대... 듣자하니 엄마아빠랑 내일부터 2박 3일로 셋이서 어딘가에 놀러 갔다 온다고 한다. 어디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번에는 셋이서 태국인가 어디 외국 다녀오더라. 아무튼 나랑은 상관 없는 일정이니까. 근데 확실히 언니가 집에 있으니... 내 방이 내 방 같지가 않다(...). 누가... 자꾸 내 방에 들어와... 말을 걸고......
아 그리고 오늘 문득 뜬 알림을 보고 느낀 건데, 국내 개발자 커뮤니티는 페이스북에 몰려 있긴 하지만, 그 뿐만 아니라 트위터...였던 것, 그러니까 X도 개발자 지망생에게 상당히 유용한 플랫폼인 것 같다. 학부생 때 이것저것 하면서 보니 공식적인 개발자 공간은 페이스북에 많고, 또 전문적인 것은 디스코드나 슬랙 같은 곳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아직도 IRC 같은 걸 사용하는 정신나간? 사람들도 있지만 요즘은 대체로 디스코드나 슬랙 같은 데에 연동해서 접근성을 높였더라) 보다 비공식적이고 사적인 IT 소식은 트위터였던 것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다. @피터의 트위터 계정에는 타임라인이 IT와 유관한 계정들로 도배되어 있어서 그런지, 그 분야를 떠나 있어도 흥미로운 IT 소식을 종종 접하게 된다. 교육학은 졸업 후에는 딱히 접할 일이 없었지만 IT 분야는 가만히 있어도 이것저것 정보가 들어오는 것드 트위터였던 것의 영향이 큰 듯ㅋㅋ
다른 분야의 커뮤니티는 어떨까... 다들 어디에 모여 있는 거지? 어쩌면 트위터에 개발자가 많은 게 아니라 그냥 개발자 자체가 많은 것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개발자들은 오픈소스 문화를 즐기는 사람일수록 회사 밖 커뮤니티를 즐기기 때문에 어디서라도 잘 모인단 말이야. 난 그런 문화를 좋아한다. 단지 IT 분야를 업으로 하고 싶지 않을 뿐(...). 그래서 개발자는 안 하면서 오픈소스 컨트리뷰션 아카데미 같은 게 있으면 지원하게 된다. 그런 활동이 궁금하다면 @피터의 흔적을 살펴 보도록.
사실 컨트리뷰션 아카데미는 매년 "올해가 마지막이다, 내년부터는 안 할 거야"를 외치며 2023년까지 참여하였다(...). 2024년에는 정말 안 할 거야... 이젠 정말 슬슬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저 블로그는 2023년 회고글을 마지막으로 아무것도 안 올릴 거다. 탈-IT 선언을 한 지 2년 정도 되었는데 아직도 오픈소스 같은 거에 관심을 갖곤 하지만... 아무튼 이제 진짜 안 할 거다. 누가 개발 얘기 해도 아는 척 안 해야지. 이제부터 나는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아니다. 교직이수 한 것만 내세워야지(?). 근데 몇 년 전에는 진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며 교육학을 전공했다고만 말하고 다닌 적 있긴 하다. 수업도 들은 적 없는 문예창작을 전공했다고 주장하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그 와중에 러문과 과잠을 입고 다니곤 한다. 그냥 혼종이다. 그치만 다냐[Даня]는 러시아 뭐시깽이잖아. 아무튼 아무말이다.
오늘 누가 병원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분장실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누군가가 "배우들 중에 은근 공황장애 같은 거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라고... 저 사람에게는 어떤 형태로든의 정신적 이슈가 완전 남 일이구나...싶더라. 나야 뭐... 경계선 인격장애라던가 이인증이라던가 주변에서 "의심"을 말한 건 여럿 있었지만, 항상 전문가 상담 및 정밀 검사를 거부해왔어서. 결국 그게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 공식적인 기록은 남아있는 게 전혀 없다. 그나마 그런 쪽으로 이야기를 할 의향이 있던 유일한 상대가 한길이형이었는데... 제주도 내려가고부터는 어디서 뭐 하고 사는지. 건대 후문에 한길이형 자취방 있을 때가 좋았는데 말이다(?).
참 난해한 게... 난 인지치료 같은 게 잘 통하지 않는다. 그 내용마저 뭐 어쩌라고 하며 그저 흥미거리로 여기기 때문에 그저 흥미롭게 받아들이며, 행동치료를 하려고 하는 상담사에게 마저 "당신은 지금 이런 의도로 이러이러한 기법을 사용해서 이런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 같은 태도로 대할 걸 난 안다. 교육심리 수업을 들으며 느꼈다. 내가 교직이수를 했으면서도 임용 준비를 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도, 요즘은 학교의 역할 중 정보 전달보다 인성 교육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쪽은 도저히 내 영역이 아닐 것 같아서다.
교직이수 하는 사람은 사범대 학과를 다전공 할 수 있는 교직다전공 제도가 있었는데, 3학년 때 그저 흥미를 쫒아 컴퓨터공학+교육학+수학교육 했다가 결국 수학교육은 수업 두 개 듣고 다전공 포기 원서를 제출했고, 교육학은 이미 들은 게 많아서 그냥 교생실습까지 다녀오고 교원자격증을 받긴 했지. 하지만 그걸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난 그냥 문제 푸는 걸 좋아했을 뿐 "수학"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어.
어쩌다 이런 이야기로 흘러 왔지... 하여간 그, 정신적 이슈에 대해 생각해본다. 알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라고 해도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들은 이제 다들 극단을 나갔구나) 올해는 연초부터 유독 심리적 방황을 많이 했고, 그 속에서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보기도 했다. 그 지원사업은 대체로 긍정적인 효과를 남겼다. 마무리는 썩 좋지 못했지만. 어쩌면 처음부터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나의 글뿐이었는지도 모르지. 뭐... 나를 다시 글 쓰게 만든 건 그 지원사업에서 만난 친구였으니... 이 또한 지원사업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튼 오늘 퇴근 후의 시간은 그저 가벼운 휴식으로 보냈다. 사유의 시간을 가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