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쉬었다. 사실 주말에도 오전에는 사람이 적다는 말을 믿고 클라이밍을 하러 가볼까 했는데 어영부영 하다가 그렇게 되었다. 클라이밍을 하기 애매한 시간이 되어 적당히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냈다.
슬슬 책이나 읽어야지 하고 있던 도중, 근처에 일이 있어서 왔는데 시간 있냐는 연락을 받아 만나러 나갔다. 오늘은 구체적인 일정이 있기 보다는 사적인 일정들이라 따로 조율해야 할 것도 없었다. 한양대 근처에서 만나 두세 시간 정도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떻게 지내고 있으며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해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대부분은 갑작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어 온 것들. 새삼스러울 것도 없으면서도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싶기도 한 이야기들. 좋지 못한 태도와 모순된 언행, 그리고... 역시 이해할 수 없는 것들뿐이다.
사실 이제 와서는 별로 이해하려고 하고 있지도 않다. 적당히 거리감을 둔 채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온전히 함께 하지는 않고 겉돌지만, 어쩌면 차라리 이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떠나가버린 많은 사람들과 사라져버린 시간들. 그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우린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을까.
결국 우리는 각자의 길을 선택하였고,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의 위치에서의 최선을 찾고자 한다. 그렇게 나아간 길이 어떤 길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언젠가 후회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철학자의 걷기 수업』에서는 중용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몇 챕터동안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근간이 되는 내용은 결국 중용에 대한 것이다. 그만큼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인 거겠지.
초안 작성하던 것을 마무리하였다. 이제 이걸 다듬고 정리해야 하는데, 생각해보면 그런 작업을 해본 적이 없다. 소설이라는 걸 쓰려고 시도해본 것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고, 10여 년 전 시도했을 땐 소설이 되지 못한 무언가의 상태로 사라져버렸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건드려야 할 지는 잘 감이 잡히지 않는다.
작성한 글은 대충 A4 2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다. 하나의 맥락으로 한 페이지 넘는 글을 써본 적 있었던가. 대략 한 페이지 정도가 최대치였던 것 같다. 반 페이지에서 한 페이지 정도의 분량. 그런 걸 생각하면 여러 가지로 유의미한 무언가가 된 것 같다.
남의 글도 좀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참...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내가 느낀 것들을 늘어놓으면서도, 새삼 내가 하나의 소설을 완성해 본 적은 없어도 글이라는 걸 끄적이려고 시도한 지는 꽤 오래되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중학생 시절, 모 웹진에 수록된 소설을 보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 그렇게 한 5년 정도 소소하게 끄적이다가 5년 정도 아무것도 쓰지 않고 읽기만 하다가 현재에 도달한 것 같다.
오늘은 계묘년 임술월 정묘일, 음력으로는 9월 22일이다. 완전히 초안과는 다른 삶을 살았지만 그런대로 잘 흘러간 하루였다. 적당히 할 건 하고 놀 건 놀면서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