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24년 2월

신두다·2024년 3월 16일
0

독서노트

목록 보기
13/14

6.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 사회과학 | 링크
  • 우리의 사상에도 '영토'의 개념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모순되는 것들이 끊임없이 대립하며 세력 경쟁을 한다. 영토의 기본 전제는 분리다. 기본적으로 분리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위험한 것은 분리를 넘어선 단절이다. 나는 내 머릿속에서 서로 싸우고 있는 것들 중 결코 어떠한 것에도 다른 것을 압도하는 힘을 주고 싶지 않다. 차라리 존 롤스가 말한 '무지의 장막'을 펼치겠다.

    사람들에게는 각자 정의가 미치는 범위, 즉 정의의 범위scope of justice가 있다. 누구나 정의를 추구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의가 미치는 영역은 한계선이 있다. (...) 수전 오포토우의 말을 빌리면, 이렇게 "어떤 사람이나 집단이 도덕적 가치, 규칙, 공정성이 적용되지 않는 외부세계에 존재한다고 인식할 때 도덕적 배제moral exclusion가 일어난다." (p.147)


7.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저 / 이민아 역 | 과학 | 링크
  • 이 책은 인류가 살아남는 것을 넘어 최상위 포식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친화력'이라는 새로운 진화론적 관점을 제시한다. 이전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왜 사람들이 허무에 빠지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쓴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조금은 공감하게 되었다. 내가 지금 이런저런 감정을 느끼는 것, 어떤 행동을 선택한 이유 같은 것들이 결국은 수십만 년 전부터 내려온 무언가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부쩍 하곤 한다. 그럴 때 허무를 느끼지는 않지만,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낄 때면 좀 짓궂다는 생각이 든다.
  •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난 냉철한 이성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지금도 이성의 힘을 더 믿는 편이지만, 이제는 '이성만이'에서 '만'을 빼고 생각한다. 결국 세상을 살아가는 건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늘 불안하고 뭔가에 흔들리고 있는 존재이고, 그 마음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공감하고 함께 있어주는 건 이성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그래야 그 안에서 문제를 찾고 이성에게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종용할 수 있지 않을까.
  • 최근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술 한잔 함께 해준, 내 옆에 있다고 말해준 친구들에게 너무 고맙다. 그 마음이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가 원래 다정한 존재로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해도 상관 없다. 우리가 그렇게 설계되었다고 해도 모두가 그렇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마음 하나하나가 내겐 모두 특별하다. 잊지 않고 보답하겠다.

8. 스무스

  • 태재 | 에세이 | 링크
  • 선물 받은 책이다. 얼마만에 받는 책 선물인지 모르겠다. 내 독서관에 큰 영향을 준 유현준 건축가는 책 선물 받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고 한다. 자기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 같아서라고 하는데, 나는 정반대의 이유로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난 이 책을 어떤 마음으로 읽었을까, 어느 부분을 좋아했을까, 왜 그랬을까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조금은 더 잘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좋다. 기회가 된다면 이 책에 대한 얘기도 함께 나눠보고 싶다.
  • 이 책은 저자의 10개월 간의 수영 입문기다. 나도 새벽 수영반을 6개월 정도 다닌 적이 있어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유아풀에서 음파음파를 배우고, 처음 물 속에 몸을 던질 때 여지없이 가라앉는 나를 보며 참 당황스러웠던게 기억난다.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다음에도 계속 물을 먹으며 수영을 하는데 대체 내가 이 새벽에 왜 이렇게 물을 먹고 있나 회의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지나니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 그렇다. 내게 이 책은 단순히 수영을 배우는 것에 대한 얘기가 아니었다. 한 사람이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고, 별다른 진전 없음과 똑같은 일의 반복을 견뎌내고 아주 조금씩 나아가 결국은 변화를 만드는 얘기인 것 같다. 똑같은 매일 속에서 계속 뭔가를 배우면서.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뭔지 모를 힘을 얻게 된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9.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

  • 이응준 | 에세이 | 링크
  • 내 인생 책의 반열에 오를 만한 책이다. 이런 책에 대해서는 늘 말을 아끼게 된다. 저자의 생각도 생각해볼만한 점이 많지만, 글 자체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런 책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요즘엔.
profile
B2B SaaS 회사에서 Data Analyst로 일하고 있습니다.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