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24년 3월

신두다·2024년 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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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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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베테랑의 몸

  • 희정 저, 최형락 사진 | 사회과학 | 링크
  • 세공사, 조리사, 로프공 등 12개 직업의 '베테랑'들의 인터뷰를 담고 있는 책이다. 한 가지 일을 수십 년 간 하신 분들이다. 사회 생활을 시작한지 고작 7년 밖에 안되었고 중간에 직무도 바꿨던 내겐 이들이 대단하다고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단순히 한 가지 일을 오래 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반복과 스치듯 흐르는 희망, 좌절을 견뎌냈을지 나로써는 감히 상상할 수 없다.
  • 커리어 내내 IT업계에 있으면서 가끔은 내가 얼마나 편협한 시야를 가지고 있는지 깨닫고 놀랄 때가 있다. 세상 모든 문제를 'IT스럽게' 생각하는데 익숙해진 내게 이런 이야기는 좋은 전환을 주는 동시에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한다. 세상은 저절로 굴러가지 않는다. 내 시야의 사각지대에 있는 주변에 관심을 잃지 않는 건 매우 어렵지만 또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다.
  • 얼마 전 회사 건물 유리창 청소를 하기 위해 그 높은 곳에 매달려 있는 로프공들을 보며 이 책에 나온 이야기를 생각했고, 그 뒤의 삶에 대해 상상해보았다. 이렇게 하나씩 관심을 되찾아가보자.

11. 반고흐, 영혼의 편지

  • 빈센트 반 고흐 저, 신성림 역 | 인문 | 링크
  • 반 고흐가 보낸 편지를 묶은 책이다. 주로 평생 그의 예술을 지지하고 후원했던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들이다. 반 고흐가 그림에 자신을 바치겠다고 막 결심한 순간부터 죽기 직전까지의 수 많은 얘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 이 책은 거의 10년 만에 다시 읽었다. 10년 만에 이 책을 읽으니 그때와 다른게 있었다. 전엔 고흐가 괴로운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모습에 밑줄을 그었다면, 이번엔 고독하고 괴로웠던 순간 자체에 더 눈이 갔던 것 같다. 무엇이 이렇게 바꾸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이 책을 읽을 때의 내 모습이 그랬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고흐가 위대한 예술가라고 칭송받게 된 결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는 그 고통에서 위로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저 한 인간이 느끼는 고통을 바라보며 내 고통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다. 10년 쯤 뒤에 다시 읽으면 또 다를 수 있겠지.
  • 그나저나 고흐와 같은 삶은 좋은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흐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일단 여기까지.

12. 시지프 신화

  • 알베르 카뮈 저, 김화영 역 | 에세이 | 링크
  • 까뮈는 평생 '부조리'를 탐구한 작가라고 한다. 이 책에서 그는 부조리에 대한 그의 생각을 본격적으로 펼친다. 최근의 난 여러 이유로 많이 지쳐있었고 기존의 내 관점으로는 이 상황을, 세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겠다 느꼈다. 그저 '힘들다'는 말만 내뱉고 끝내기 싫었다.
  • 까뮈의 부조리에 대한 메시지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그런 운명을 향해 저항하기 위한 일종의 행동계획 같이 느꼈다. 그렇게 생각하려 노력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세상은 아름답고 희망으로 차있다는 생각에 매번 동의하기 어렵다. 까뮈의 생각에 대해서는 더 공부해서 내 세계관의 기본값으로 세팅해볼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다. (『반항하는 인간』이라는 책도 사뒀다)
  • 이 책은 본문이 200쪽도 채 안되지만 다 읽는데 열흘이나 걸릴 정도로 너무 어려웠다. 까뮈의 부조리 개념이 궁금하신 분이 있다면 이 유튜브 영상을 먼저 보길 추천한다.

13. 슬픔이여 안녕

  • 프랑수아즈 사강 저, 김남주 역 | 소설 | 링크
  • 『슬픔이여 안녕』은 프랑수아즈 사강이 고작 19살에 낸 것으로 사강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준 책이다. 지난 달에 사강의 (편지로 이루어진) 책을 읽고 소설도 읽어봐야겠다 싶어 골랐는데, 결론부터 얘기하면 정말 놀랐다. 150쪽의 짧은 소설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으나,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었을 만큼 대단했다. 문학 평론에 대해서는 완전 무지하여 대단하다는 말 밖에 못 하겠지만, 여하간 그 나이에 카페에서 '별것 아닌 이야기'(p.156)를 써내려간 게 이거라니 참 놀랍다.

14. 마음을 움직이는 일

  • 전우성 | 경제경영 | 링크
  • 저자는 브랜딩 디렉터이고 이 책은 '브랜딩 에세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최근에 내 직무 외 공부를 한지가 오래됐다고 느껴서 골랐는데, 솔직히 막 새롭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내가 브랜딩에 대해 당장 뭔가를 해야할 상황이 아니라서 일수도 있고, 아니면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하기는 어려운 기본에 대한 얘기여서 일수도, 아니면 흔히 말하는 무언가를 쉽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실은 엄청난 고수라는 뭐 그런 이유 때문일 수도 있겠다.

15. 중앙역

  • 김혜진 | 소설 | 링크
  • 김혜진 작가의 책은 이미 여러 권 읽었는데, 이번 책은 좀 낯설었다. 기차역 근처 길에서 살아가는 한 남녀가 주인공인데 내용을 아예 모르고 읽기 시작해서 그랬던 것 같다. 좋은 소설이다. 이 책에 나온 인물들을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지 많은 내적 갈등을 겪으며 읽었다.

16. 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

  • 양유진 | 에세이 | 링크
  • '빵먹다살찐떡'을 구독 중이긴 하나 먼저 찾아보는 정도까지는 아니고, 그저 숏츠 넘기다가 보이면 긍정의 에너지를 얻어가는 정도였다.이 책을 냈다는 소식만 듣고 일단 바로 샀는데, 뭔가 영상에서 보이는 것보다 뒤에 더 깊이가 있는 사람일 것 같다는 걸 전에 느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 이 책도 참 놀라면서 읽었다. 유튜브 팬층이 대부분 어린 것으로 아는데, 내 생각에 그들을 타겟으로 하는 책은 참으로 진부한 위로나 희망을 주는 것이 될 위험이 큰 것 같다. (물론 이 책이 실제 1020 타겟이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진정한 자기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많이 배웠다. 앞으로도 유튜브 영상은 그냥 뜨면 보고 아님 말겠지만, 책은 또 낸다면 바로 사서 읽을 것이다.

17. 이처럼 사소한 것들

  • 클레이 키건 저, 홍한별 역 | 소설 | 링크
  • 옮긴이는 이 책을 '이 짧은 소설은 차라리 시였고, 언어의 구조는 눈 결정처럼 섬세했다.'(p.129)라고 했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여러 번 읽어보길 권했으니 나중에 한번 더 읽어봐야지.
  • 내가 펄롱이라면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처럼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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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 SaaS 회사에서 Data Analyst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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