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24년 1월

신두다·2024년 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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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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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

  • 마리아 투마킨 저 / 서제인 역 | 인문 | 링크
  • 이 책은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매번 눈이 가는 주제다. 다른 글에서도 말했지만,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결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내 오랜 생각이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이해하려는 노력이 의미나 쓸모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세심함을 필요로 하는 일 같다.

    여기서 궁금한 게 하나 있다. '동일시를 통한 공감'이라는 것 말이다. '그 사람이 나일 수도 있었다'고 말하려면 우리는 먼저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물음에 주어진 답을 해독하는 데에는 보통 영겁의 시간이 걸리지 않던가? (...) 한 인간에 관한 사실들은 대게 타인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으며, 그중 대부분은 애초에 타인들이 결코 알아낼 수 없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무시하면 타인들은 곧 상징의 집합체로 변해 버린다. 우리 자신이 좋아하는 음료만 골라담은 물통으로, 일종의 도구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타인을 온전한 인간으로 받아들인다는 건 그의 어떤 점이 우리와 다른지 알아차리는 것이며, 또한 그 다른 점을 굳이 비틀어 숭고함에 가까운 무언가로 왜곡하지 않는 것이다. (pp. 211-212)

  • 이 책의 메시지와는 별개로 글의 형식이나 구조가 완전히 처음 보는 것이라 놀라며 읽었다. 이렇게도 글을 쓸 수 있는 거였구나. 필력도 좋고 저자만의 관점도 확실하고 새로워서 좋았다.

2.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패트릭 브링리 저 / 김희정, 조현주 역 | 에세이 | 링크
  • 우연히 이동진 평론가의 '2023년 올해의 책 TopN'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고 산 책이다. 영상만 보고는 이 책이 주로 형의 죽음에 대한 얘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메트로폴리탄에 걸린 수 많은 작품들,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책이다.
  • 이제 막 피어오르려 한 삶을 포기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심하게 되기까지 그 마음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3. 공룡의 이동 경로

  • 김화진 | 소설 | 링크
  • 김화진 작가님의 두 번째 책이다. 한 모임에 4명의 사람이 있고 챕터마다 각자의 시선에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것이 너무 흥미로운 이유는 같은 일, 같은 대화에서도 때론 다른 동기,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사람들을 만나면 나름의 편집된 기억을 가지고 있게 되는데, 반대로 나에 대한 그들의 기억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게 만든다.

4. 인생은 너무도 느리고 희망은 너무도 난폭해

  • 프랑수아즈 사강 저 / 김계영 역 | 에세이 | 링크
  • 책 디자인이 정말 정말 예쁘다. 사각사각한 종이에 쓰인 진짜 편지를 받아보는 기분이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경험을 했다. 사강은 이름만 들어봤지 잘 몰랐다. 이 책은 내용만 생각한다면 사강에 대한 팬심이 있는 사람이 읽어볼만 하다.
  • 사강의 다른 글은 조만간 책을 사서 읽어봐야겠다.

5.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 임솔아 | 소설 | 링크
  • 이 책도 신기하게 『공룡의 이동 경로』와 같은 형식이다. 4명의 화자가 나오고 각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요즘 이 플롯이 유행인가..? 하여튼 역시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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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 SaaS 회사에서 Data Analyst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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