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23년 9월

신두다·2023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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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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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말랑말랑 생각법

  • 한명수 | 경제/경영 | 링크
  • 가끔씩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즈음의 나와 요즘의 나를 눈 앞에 나란히 세워두고 이리저리 둘러보곤 한다. '이건 좀 나아졌네, 이런 건 배우지 말았어야지' 따위의 평가질을 하기도 하고 되려 그들에게 당하기도 한다. 한바탕 대화의 장을 열다보면 어느 지점에서 앞으로도 조심해야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 이 책은 내가 생각하는 그 중 하나에 대한 얘기를 저자의 경험과 함께 들어볼 수 있어 좋았다. 책을 읽고 난 후 '어떤 형식과 절차에 나를 가두지 않고,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고, 그 놈의 있어보이는 척 좀 그만하자'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내 주변의 모든 걸 가끔씩 낯설게 바라보자는 것도. 어떻게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씨앗을 뿌릴 수 있는지에 대한 팁도 많이 들어있으니 이래저래 가볍게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 몇 가지 인용.
    • 좋은 공기를 마셔본 사람은 자신과 같은 공기를 내뿜는 사람을 잘 알아봐. 눈빛이 다르거든. 아무리 구린 공기가 가득한 조직에 들어가도 기죽지 않고 공기청정기 같은 자유로운 숨을 내뿜는 사람들이 어딜 가나 조금씩 있어. 가끔 그들은 위험에 처하지만, 그들 덕에 누군가는 사는 것 같아. (p.138)

    • 실제로 내가 일하는 영역에서 여러 제작 가이드를 만들 때 이런 메시지를 넣어.

      "이 가이드를 보고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당신을 응원한다. 여기 있는 규칙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규칙을 깨는 것이 당신의 목표가 되기를 바란다. 규칙이 깨져 더 멋진 결과물이 나온다면 당신을 본받아 이 가이드를 업데이트 하고 싶다" ..(p.260)

42. 나의 미카엘

  • 아모스 오즈 저, 최창모 역 | 소설 | 링크
  • 유튜브 민음사TV를 애청하다보니 문학 쪽은 민음사 책을 자주 사게 되는 것 같다. 이 소설은 천천히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고 하여 그렇게 했다. 동의한다. 심리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는 소설이다.
  • 내가 볼 때 미카엘은 좋은 사람, 남편이다. 되려 한나의 행동을 보며 자주 의아했고 화가 날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한나의 "나는 그의 자제력을 사랑했다. 그것을 깨부수고 싶었다"는 말도 한편 이해는 갔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냐는 질문에 미카엘은 "당신의 질문은 무의미해. 사람은 무엇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야. 그냥 살고 있지. 그걸로 끝이에요"라고 답하는 사람이니까. (너 T야?)

43. 공부의 위로

  • 곽아람 | 인문 | 링크
  • 이 책은 저자가 대학교 4년 간 들은 수업에서 배운 것들을 정리한 것이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들은 수업들 중 일부가 목차로 되어 있다. 서문에서 "오랫동안 궁금했다. 왜 대학 입학 성공기를 다룬 책은 많은데, 국내 대학에서 공부한 이야기는 왜 드문 걸까?"라고 책을 쓴 이유를 밝혔는데, 생각해보니 그렇네 싶었다. 다른 사람 대학교 수업 들은 얘기를 뭐하러 읽나 싶다기 보단, 오히려 다양한 분야를 빠르게 훑을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 저자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다니며 50과목 144학점을 들었고, 그것도 거의 올 A+을 받던 (스스로도 말하듯) '모범생'이었다. '아니, 이걸 20년이 지나서도 이렇게 자세히 기억한다고?' 싶은 부분이 정말 많았다. 기억력도 원래 좋은 것 같지만, 아마 교수님 말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강의노트에 다 적었던 모양이다. 교재, 레포트 하나 하나 전부 보관하고 있는 것도 대단해.. 이 정도는 되어야 이런 책을 쓸 필요조건이 채워지는 게 아닌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 근데 그렇게 범생이었던 궤적에서 나온 것 같은 몇몇 생각은 동의하기가 어려운 것도 있었다. "창의성과 깊이에 대한 공허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전에 주입식 교육부터 알차게 하며 단단히 터를 잡아놓았으면 좋겠다"는 부분은 특히. 책에서 읽은 저자의 경험을 봤을 때, 내가 이해한 저자의 '주입식 교육'의 의미는 무비판적인 수용, 일단 암기하기에 가까우니까. 그게 필요한 분야도 물론 있겠지만, 글쎄. 주입식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동기(motivation)의 부재'다. 저자는 모범생이어서 학습에 대한 동기가 유달랐는지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다.

44.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 데이비드 이글만 저, 김승욱 역 | 과학 | 링크
  • 뇌 가소성(plasticity)에 대한 얘기다. 우리가 많이 쓰는 플라스틱도 이 단어에서 온 거라고 한다. 열을 가하면 형태가 변하니까. 가소성이란 단어는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 우리 뇌의 부분은 원래부터 그 일을 하기로 정해져 있던 것이 아니라는 것.
    • 다만 저자는 '가소성'보단 '생후배선(livewired)'라는 새로운 단어를 제시했다.
  • 이 책은 가히 최고였다. 정말 재밌게 읽었다. 뭐랄까..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 같았달까? 이 책은 말하고 인용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 오히려 하나도 하지 않겠다. 그냥 한 번 읽어보시길.
  • 아, 이 책을 알게 된 유튜브 영상은 이것이다! 영상도 매우 훌륭하다.

45. 세계 끝의 버섯

  • 슈테판 클라인 저, 유영미 역 | 인문 | 링크
  • 단순히 버섯에 대한 얘기를 하는 책이 아니다. 부제는 무려 '자본주의의 폐허에서 삶의 가능성에 대하여'이다. (한국 출판사에서 붙인게 아니라 원서부터 그렇다) 굉장히 안 어울리는 두 조합(버섯과 자본주의?)이지만, 그래서 샀다.
  • 일단 버섯의 채집과 유통의 문화, 구조, 형태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깊다는 것을 알게된 건 즐거운 배움이었다. 역시 나는 대부분의 세상을 너무 피상적으로 알고 있고, 무지하다. 이렇게 생태학으로도 인간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이종결합을 본 것도 굉장히 신선했다.
  • 하지만, 500쪽이 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감출 수 없는 생각은 이거였다. "도대체 저자는 뭘 말하고 싶은걸까..?" 대체 결론이 뭔지, 아직 사고의 폭이 깊지 못한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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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 SaaS 회사에서 Data Analyst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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