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따라 엄격한 논리로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사람은 꼼꼼하고 심오할지는 몰라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길어 올릴 수는 없다. (...) 반면 창조적인 사고는 연관성을 인식하고 기존의 재료로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낸 것이다. 자연이 신체의 설계도를 가지고 이미 모범을 보인 것처럼 말이다. 창조적 사고를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필요하다. 우리가 제어할 수도 없고 예언할 수도 없는, 우리의 사고에 미치는 영향들, 여기에 우연이 작용한다. (pp.136-7)
논리적 사고가 있어야 우리의 착상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2차적 단계다. 처음에는 언제나 우연에 대해 열려 있는 개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p.138)
커다란 사회가 작은 하위집단으로 나뉘어 있으면 새로운 것은 각각의 공동체 안에서 너무 큰 경쟁에 휩쓸리지 않고 퍼져나갈 수 있으며, 새로운 것이 기존의 것보다 더 우월할 경우 먼저 자신의 집단에서 자리매김을 한 다음 전체 사회로 퍼져나갈 확률이 높다. 카를 지그문트는 말한다.
"다양성은 진보에 도움이 된다. 다양성은 우연이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모든 종류의 독점은 진화를 힘들게 한다." (p. 146)
끝으로, 이 책의 한계를 지적해 둔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이미 느꼈겠지만, 이 책은 이름난 왕궁과 유적과 절경 사이를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잠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인증 사진을 찍는 패키지여행과 비슷하다. (...) 하지만 패키지여행은 짧은 시간에 적은 비용을 들여 중요하고 이름난 공간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이 책도 그런 점에서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pp.318-9)
스토리를 판다는 것은 결국 감정을 판다는 말과 같다. (...) 감정은 이성을 거치지 않고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럼으로써 인지적 방어 반응조차 피해가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전유함으로써 전 반성적 층위의 삶을 점령해 버린다. 그럼으로써 의식적 통제와 비판적 성찰을 피해간다. (p.134)
(...) 스토리텔링은 어떤 장소의 특별한 이야기마저 상업화한다. 그러한 이야기는 그 장소에서 생산되는 상품에 서사적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상업적으로 최대한 사용된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이야기는 공동체에 정체성을 부여함으로써 그 공동체를 형성해 나간다. 반면 스토리텔링은 이야기를 상품으로 만들 뿐이다.
나는 이주가 강제와 비강제 또는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경우를 포함한 인간 경험의 핵심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p.269)
그래도 10월은 좋은 책을 많이 만나 너무 즐거운 한 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