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23년 11월

신두다·2023년 12월 3일
0

독서노트

목록 보기
10/14

54.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 제니 오델 저, 김하현 역 | 인문 | 링크
  • 누군가 내게 '인생책'을 꼽아보라면 빠지지 않고 고르게 될만한 책이다. 읽는 내내 상당히 자기계발스런 제목에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제목 때문에 지레 질려 도망갈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 같아서다. 나도 주변에 이 책에 대한 얘기를 몇 번 했는데, 늘 시작은 책 제목을 말하자마자 '이거 자기계발서 아니야!'를 외치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묻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책이다.
  • 들어가며에는 이 책의 핵심 주장이 모두 담겨있다. 저자가 말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설명을 시작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으니 몇 가지 인용만 해두겠다.

    "이 책은 ... 끊임없이 우리의 주의를 빼앗으려 하는 관심경제(attention economy)에 맞서는 정치적 저항 행위의 일환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제안하는 현장 가이드다. 이 책은 예술가와 작가뿐 아니라 삶을 한낱 도구 이상으로, 다시 말해 최적화할 수 없는 무언가로 여기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내 주장의 바탕에는 명료한 거부가 있다. 현재의 시간과 공간,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로는 어쩐지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에 대한 거부다."

    "나는 자본주의적 생산성의 관점에 반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제안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종의 행동 계획이다."

    "이 책은 소일런트의 시대에 먹는 네 가지 코스 요리다. 잠시 멈추거나 속도를 줄이라는 권유에 독자들이 위안을 얻길 바라지만, 주말의 조용한 휴식이나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내가 말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요점은 상쾌한 기분으로 일터에 복귀하거나 더욱 생산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이해하는 생산성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절반은 우리의 관심을 도구화하는 디지털 세계의 관심경제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나머지 절반은 다른 무언가에 다시 연결되는 것이다. 그 '다른 무언가'는 다름 아닌 실제 세계의 시간과 공간이며, 시공간에 다시 연결되는 것은 우리가 그곳에서 서로 관심을 가지고 만날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내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고 다른 체제에서 다른 무언가를 도모하기 위해 현재의 체제(관심경제)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p.302)

  • 이 책을 읽는 와중에 이어폰도 끼지 않고 주변을 충분히 둘러보고 들으며 동네 산책을 했던게 생각난다. 카페 창가에 가만히 앉아 지나가는 고양이에, 하늘에, 나무에 관심을 기울이던 순간도 생각난다. 조금이나마 내 관심의 주체가 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변에 늘 있었으나 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된 것 같았다. 저자의 주장대로 우리에게는 "관심을 거두는 능력뿐 아니라 다른 곳에 관심을 기울이는 능력, 관심을 확대하고 증식하는 능력, 관심을 더욱 예리하게 갈고닦는 능력이 필요하다."(p.170) 내 관심이 알고리즘으로 축소되게 둘 수는 없다.

55. 경청

  • 김혜진 | 소설 | 링크
  • 김혜진 작가님은 '젊은 작가상'을 통해 처음 만났다. 사실 그때 소설 자체보다 '작가의 말'이 임팩트가 너무 커서 그 뒤에 소설집도 사보고 그랬다. 이 책은 내가 읽은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다.
  • 그들이 구하고자 했던 건 과연 고양이뿐이었을까.

56.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쇼펜하우어 소품집

  • 쇼펜하우어 저, 박제헌 역 | 인문 | 링크
  • 누구의 말처럼 지금 쇼펜하우어가 한국에서 유행하는 걸 보면 살기가 참 어렵긴 한가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며 '아니, 대체 어떤 삶을 사셨길래 이리 세상을 냉소적으로..'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 생각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말에 완전히 공감한다. 어떤 생각이나 태도는 내 안에서 의도적으로 내쫒기도 하고, 너무 스며들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나에게는 '냉소주의'가 그렇다. 삶이 힘들면 당연히 사람은 냉소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난 냉소주의가 사는데 하등 쓸모가 없다는 걸 믿으려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미안하지만 벽을 좀 세우고 이 책을 읽었다.
  • 그럼에도,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한 아래 말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진리에 가까운 것 같다.

    행복론의 관점에서 보면 자기 인생의 성과를 거두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이 누린 기쁨을 계산하지 말고, 그가 잘 피한 악을 따져야 한다.

    행복론이라는 명칭 자체가 미화된 의미를 담고 있기에 '행복하게 산다'의 본래 의미는 단지 '덜 불행하게' 즉 참고 견디며 살아가라는 교훈이다. (p.181)


57.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 김윤정 | 경제경영 | 링크
  • 용인 고기리막국수 대표님이 쓴 책이다. '스타트업바이블'의 저자이자 투자자인 배기홍 대표님의 블로그 글을 구독하여 꾸준히 읽어보는데 추천의 글을 보고 읽게 되었다. (이 글)인데,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여전히 공감이 되어 내 리뷰 대신 링크를 남겨둔다.
  • 내가 꼭 자영업을 할 것이 아니라도 이 책은 배울 점이 많이 있다. 이런 류의 책은 물론 다 얘기하지 않을 수도, 때론 속일 수도 있겠지만 그 여부가 우리의 관심사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뭐, 관심사라고 해도 검증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신 그냥 저때 왜 저런 결정을 내렸는지, 그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 맥락과 사고 방식만이라도 배울 수 있다면 충분한 것 같다.

58.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 최인아 | 자기계발 | 링크
  • 최인아 대표님은 제일기획에서 부사장까지 하고 현재는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워커홀릭'이었고 대단한 성공을 이루었던 사람의 경험과 관점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다.
  • 나는 책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책방에 가면 대표님을 만날 수는 있겠지.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운이 좋으면 답변도 받아볼 수 있을 거다. 근데 그것만으론 그 사람의 경험을 흡수할 수 없다. 한 시간, 두 시간이면 될까? 안 될거다. 근데 그런 분이 아주아주 고심하고 시간을 들여서 책 한권으로 정리했다? 그걸 그냥 2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내가 원하는 속도와 시간에 볼 수 있다? 이런 꿀이 어딨나.
  • 나태해졌다고 생각하면 한 번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나저나 11월의 시작은 자본주의적 생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책을 읽고, 말에는 생산성에 대한 얘기를 들으니 뭔가 좀 헷갈린달까.

59. 2023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 권여진 외 6명 | 소설 | 링크
  • 최근에 내가 '수상작품집'을 읽는 이유는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고 싶어서다. 이런 여러 작가의 단편이 모인 소설집은 읽을 때 피로도가 심하다. 한 작가의 소설집이면 그래도 매 글마다 낯설지는 않으니까.
  • 구병모, 손보미, 백수린 작가님의 글이 난 제일 좋았다. 몇 권 더 사서 읽어봐야겠다.
profile
B2B SaaS 회사에서 Data Analyst로 일하고 있습니다.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