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오며 서울에 올라왔으니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 종종 푸념처럼 내뱉는 말이 있는데, 서울은 나름 오래 있었음에도 도무지 정이 안 간다는 것이다. 어차피 싸돌아다니는 건 별로 안 좋아하니 인프라 덕도 잘 모르겠고, 시끄럽고 정신 없다. 똑똑해야만 살아남는 곳 혹은 살아남기 위해 똑똑해져야 하는 곳. 뭐, 내게 서울은 필요에 의해 잠시 손을 잡고 있는 '적의 적' 같은 존재 같다는 생각도 가끔 하곤 한다.
처음부터 서울이 싫지는 않았는데 왜 요즘따라 이렇게 싫다고 푸념일까 생각해봤다. 여러 이유와 감정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도시 자체가 주는 외로움 때문인 것 같다. 클래식한 표현을 빌려보자면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하야 이 책은 내 생각이 얼마나 맞는지 궁금하여 골랐던 책이다. 오만가지 사연을 가진 이민자들의 도시 뉴욕을 다루고 있고, 책의 첫 장에는 '지금 외롭다면 이건 당신을 위한 책이다.'라는 절절한 문장에 두근 거리기도 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그런 느낌의 책은 아니었다. '외로움'도 대상과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던 것 같다. 뉴욕에서 고독에 찬 시간을 보냈던 예술가들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뉴욕이란 도시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거나 혹은 미술에 대해서 조예가 있다면 분명 흥미롭게 읽을만한 책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나조차 알만한 유명한 예술가들의 퍽퍽했던 삶이 궁금하다면 역시.
에디톨로지는 저자가 만든 용어로 '편집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세상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편집의 과정을 겪는데, 이것이 창조라는 것이다. (p.27)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며 그저 '많이 알고 있는 것'의 시대가 얼마나 더 유효할지 모르겠다. 태양 아래 완전히 새로운 건 없다고 하지만, '새로운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건' 가능하지 않나 싶은데 그런 맥락에서도 저자의 핵심 메시지는 상당 부분 공감이 된다.
그나저나 책 내용과는 별개로 나도 좀 박사님처럼 쓸데없는 허영심 없이 생각하고 말할 줄도 알아야 할텐데 싶었다. 마지막 부분이었나 아예 대놓고 투덜대시는 부분에서도 너무 대놓고 그러시니 되려 웃음이 나왔다. 호불호는 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생각을 해내야 하는 사람들은 그래야 더 재밌는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지 않을까나. 모르겠다.
에디톨로지 에서 언급되어 구매한 책이다. 책은 130쪽으로 굉장히 얇고 문체도 어렵지 않아 술술 읽을 수 있다. 철학자가 쓴거라고 쫄지 않아도 된단 얘기다.
책의 내용은 상당히 흥미롭다. 책을 읽으며 나 역시 "긍정성의 과잉에서 오는 자기 착취" 중인걸까 진지하게 고민 해보았다. (지금은 나름의 결론을 내려둔 상태다.) 온갖 분야의 철학이 좋은 이유는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그 관점을 통해 세상을, 나를 진단하고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해줄 수 있게 해주기도 하고.
책에 진단은 있는데 처방이 없는 것 같아 좀 물음표를 띄우며 책을 덮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장드린다. 다 읽고 혹시 감화되셨다면, 인터넷에 칼럼 등으로 나온 반론 글도 읽어보길 바란다.
두다님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던 계기였어요! 앞으로도 많은 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