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에 대한 고찰, 우테코 프리코스를 마치며

버건디·2023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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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테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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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4주의 우테코 프리코스 기간을 마친 후 작성하는 철저히 개인적인 회고글이다.

- 들어가며

나는 현재 약 4-5년째 주 4-5회 정도 헬스를 해오고 있다.

이 이야기를 듣는 분들은 대부분 감사하게도 "와 운동 좋아하시네요" 나 "운동 되게 잘하시나봐요" 라는 말씀들을 해주신다.

❓ 과연 그럴까 ❓

헬스장에 걸어서 오고가고 대략 1시간 20분, 가서 운동 한시간 정도를 한다.

헬스를 하는데에 하루에 약 2-3시간정도가 소요되지만 이것에 어떠한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대단한걸 해냈다는 큰 성취감도 느끼지 않는다.

'찌뿌드드하던 것이 풀렸다.' 라는 작은 개운함 정도 느낄 뿐이다.

헬스를 자주 한다고해서, 나는 헬스를 좋아해! 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부끄럽다.

이 좁은 나라에는 이미 운동 영상, 책, 식단까지 섭렵해가며 미스터 코리아를 향해 가시는 분들이 다수 존재하며, 그분들에 비하면 난 작디작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헬스장에서 헤드셋을 끼고 빨갛게 달아올라 터질것 같은 이삼두를 뽐내시며 운동에 몰두하시는분들에 비하면 난 그저 드넓은 초원에서 치타들을 피해 도망다녀야하는 임팔라에 불과하다.

그저 헬스장에 도착하자마자 노래를 들으며 매트에서 몸을 풀고, 오늘은 하체, 오늘은 등 N분할 같은 구체적인 루틴이 아니라 그저 공허하게 턱걸이와 기구 몇개를 하고 온다.

운동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후훗 오운완~!“ 이라고 속으로 외치며 자기 효능감을 느끼기보다, "와 저사람은 신호등 한칸 남았는데 그냥 건너네.." 라고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이 헬스장에 오고가는것을 수년간 이어오고 있으며 이는 나에게 해내야만 하는것이 아니라, 그냥 핸드폰을 켜고 습관적으로 유튜브에 들어가듯이 일상이 되었다.

헬스와 더불어 계단오르기도 주 2회정도 하고 있는데, 이는 시작한지 1 여년 정도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계단오르기는 헬스랑은 반대로 올라가야 할 시간에 닿으면 닿을수록 마음속에서 나 자신을 설득하고 힐난하기 시작한다.

아까 헬스장까지 다녀왔는데 또 해야하나?
너무 배고픈데 집가서 차라리 저녁을 먹는게 나의 살과 더불어 행복도 찌울수 있지 않을까?
지금 공부할것도 많은 취준생이 염치가 있는건가?
야 묻잖아 대답해 대답하라고

스스로를 추궁하고 사자후까지 날려보며 스스로를 옥죄어본다.

결국엔 계단오르기를 안하는 날은 헬스에 비해 훨씬 많으며, 심지어 직접 본인이 선택해 ‘안’하는것인데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 본론

위 글이 몰입이랑 무슨 상관이 있을까 ?

💪 이 글은 내가 그냥 운동을 이것저것 하고 있다는 건강미를 내뿜기 위한 글일까? 🦵

본인은 몰입의 뼈대는 ‘무의식적 관성’ 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1. 어떠한 행위를 할때 높은 강도이지만, 지치지 않는 것

2. 그 행위를 본인이 "난 열심히 하고 있어!" 라고 인지도 못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잘 해내오고 있는 것

3. 남과 비교 할 필요도 없이 본인을 위해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해내는 것

위 조건들을 충족했을때 난 이것에 '몰입'해있어 라고 말할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프리코스가 나에게 위의 조건들을 충족시켜주는 중요한 경험이었다.

처음 프리코스가 4주 동안 진행 된다고 했을때, "와 너무 긴거 아니야?" 라는 걱정과 더불어 "난 코딩테스트 완전 젬병이니, 차라리 이게 나에게 더 이로울수 있겠다." 라는 양가 감정이 들었다.

또한 사전 설명회 ot를 보기 위한 목적도 "합격에 관한 팁이 있을까?" 였다.

위에 말한 몰입과는 거리감이 먼, 우테코에 합격하느냐 마느냐라는 기준점이 확실히 있었다.

또 첫 주차에는 미션을 진행하면서 "이 정도면 됐지 않았을까? 이것 말고도 지금 할게 너무 많은데.." 라고 남들과 비교하며 내 자신을 합리화 했다.

순수하게 창작을 해보고싶다는 일념으로 개발을 시작했고 우테코 전까지도 이 마음가짐으로 공부해오고 있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일정 순위 안에 들어야한다는 시스템에 들어오니 남 신경을 안쓸 수가 없었다.

또한 4주라는 기간이 짧지 않다고 느꼈기에, 실리를 추구하며 얼른 끝내고 다른 할 일들을 하려했다.

처음에는 이 프리코스가 나에게 '계단오르기'로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1주차 코드 리뷰를 하자마자, 나의 이러한 생각들은 옹졸했음을 깨닫고 반성하게 되었다.

프리코스를 통해 처음 코드 리뷰 문화를 체험해 볼수 있었는데, 점점 남과 비교하기보다 나의 성장을 위해서 다른 분들의 pr을 보게 됐고 '함께의 가치'를 깊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얼굴 한번 뵌적 없는 분들과 동료애를 느낄 수 있었고, '개발은 협업' 이라는 말이 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뿐만 아니라 첫 주차에는 잘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험'을 준비하는 느낌이었다면, 그 후부터는 '미션' 그 자체에 집중해서 문제 해결에 집중 할 수 있었다.

새로운 미션이 공개 되더라도 얼른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내가 이 미션에서 무엇을 해결해야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보며 천천히 미션 자체에 스며들게 됐다.

그리고 한번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아무리 적어도 하루에 2-3시간씩이라도 투자하며 차근차근 나아갔다.

이처럼 프리코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달동안 헬스 같이 나의 일과로써 자리 잡게 되었고, 새로운 미션들을 해결하는 것에 대해 '무의식적 관성'을 갖게 했다.

❓ 왜 우테코는 단발성 코딩테스트가 아닌, 한달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의 과제형 프리코스를 진행하는 것일까❓

만약 단발성 코딩테스트를 치룬다면 한달 내내 매일 오는 문의 메일, 카톡에 대한 답변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서류 접수부터 합격자 발표까지 2달이 넘는 기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을텐데 왜 프리코스여야만 할까 ?

또한 한번에 어려운 시험을 보게 함으로써 합격자와 탈락자를 명확히 구분 할 수 있을텐데 왜 단계적으로 난이도가 높아지는 식의 미션을 제공하는 것일까 ?

본인은 프리코스를 참여하면서 위의 이유에 대해서 감히 판단해보았다.

프리코스의 목적은 우테코와 함께 할 인원을 선발하는데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순히 과제만 제공 하는것이 아니라, 참가자가 능동적으로 미션에 참여해보면서 '몰입' 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프리코스는 이러한 몰입 경험을 통해 결과적으로 프리코스를 막 시작했을때의 자신보다 더 성장해있는 본인을 발견하도록 하는 길라잡이의 역할을 해준다는 것을 느꼈다.

결과적으로 우테코에 합격하느냐, 불합격하느냐가 아니라 본인이 성장했느냐 안했느냐로 귀결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물론 내가 합격을 한다면 우테코는 내가 정한 목적지로 향해 갈수 있도록 해주는 환승역의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어서 조금은 돌아가게 되더라도 이미 우테코는 나에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의 역할을 해주었다.


- 결론

영화 '블루자이언트'의 주인공인 다이는 세계 최고의 재즈 색소폰 연주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도쿄로 상경한다.

하지만 도쿄에 와서도 여건이 마땅치 않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지하철이 지나가는 육교 밑에서 연습을 한다.

그 과정에서 동료들을 만나게 되고, 도쿄에서 제일 명성 높은 재즈 공연장인 'So Blue'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

결국 다이는 꿈을 이룬다.

영화에서 So Blue의 관계자인 타이라는 다이의 동료 피아니스트인 유키노리에게 말한다.

"본인의 솔로 연주를 할때는, 속에 있는 내장까지 다 꺼내서 보여주어야 한다는 마음 가짐으로 임해야한다."

다이는 정말 본인의 솔로 연주를 내장까지 꺼내서 보여줄 정도의 기세로 쏟아붓지만, 절대로 지치지 않는다.

오히려 행복해하고 감사해한다.

지금까지 홀로 공부를 해오던 나에게 프리코스는 타이라가 말한 내장까지 꺼내서 보여줄 정도의 나만의 솔로 연주를 선보이는 시간이었다.

4주 동안 정말 후회 없이 달려왔고, 이 기간은 정말 값지고 얻은 것만 존재했다.

이러한 감정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 우테코와 4주 동안 함께 몰입한 지원자분들께 감사 말씀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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