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CBL 프로젝트를 마치고, 우리는 5일간의 Bridge1
세션에 들어갔다.
주말 동안 딱히 준비할 건 없고 편한 마음으로 오라고 했지만, '쉬는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급히 강의를 다시 훑어봤고, 월요일 아침 익숙한 강의동으로 향했다.
일반적인 교육과정이라면 프로젝트가 끝나자마자 새로운 이론 강의나 더 어려운 과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여기는 달랐다. 다음을 향해 나아가기보다, 멈춰서 돌아보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내가 이 시간 동안 무엇을 했고, 어떻게 느꼈고, 무엇을 놓쳤는지를 함께 짚어보는 시간이었다.
챌린지세션에는 내가 속한 팀에 집중했다면
브릿지세션은 ‘나’라는 개인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챌린지를 어떻게 수행했는지, 어떤 순간이 나를 지치게 했고, 또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했는지를 돌아보며
CBL 과정에서의 내 행동이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함께 탐색해나갔다.
예를 들어 내가 “개인 시간이 없어서 힘들었다”고 느꼈다면?
• 왜 개인 시간이 없으면 힘들었을까? • 내게 개인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 그 시간에 나는 무엇을 하려 했던 걸까? • 어떤 협업 방식이 나에게 잘 맞는가? • 반대로, 마음에 들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그동안은 그냥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하고 단순하게 넘겼던 것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간에는 왜 이런생각을 하게되었는지 그 시작점부터 되짚으며 함께 파헤쳐보며 내가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감정들이 꽤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개인 회고 세션에서는 Results & Actions → Thinking & Feelings → Values & Beliefs
의 흐름을 따라 내 경험을 되짚었다.
표면적인 사건만 떠올리던 기존의 회고 방식에서 벗어나,
그 아래 깔려 있던 감정, 그 감정을 낳은 생각, 그리고 결국 내 안에 자리한 믿음까지 이어지는 구조였다.
처음엔 그냥 바빴다
, 힘들었다
정도로 시작했지만, 문장을 쓰다 보니
“내가 그렇게 반응한 이유”를 좀 더 정확히 짚어낼 수 있었다.
'감정 단어 군집' 활동은 예상보다 강력했다.
막연히 느끼기만 하던 감정들을 단어로 분류해보면서, 나 자신을 훨씬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불안’, ‘서운함’, ‘답답함’이라는 단어 하나가 나를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혹은 멈추게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동안은 그냥 기분이 안 좋다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명확한 감정적 메시지였다는 걸 뒤늦게 배웠다.
Bridge에서 가장 실질적인 배움 중 하나는, 감정과 인지의 분리였다.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른 이유는,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생각의 방식(인지)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팀원이 내 말에 반응하지 않았을 때,
나는 ‘무시당했다’고 해석했지만, 상대는 단지 피곤했을 수도 있다.
감정은 곧바로 믿고 따를 게 아니라, 그것을 낳은 생각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이건 앞으로 어떤 협업이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매우 중요한 인식의 기반이 될 것 같다.
개인 그래프를 중심으로 진행된 멘토링에서는
왜 힘들었는지
무엇이 나를 지치게 했는지
,나는 어떤 협업을 선호하는 사람인지
같은 질문들이 이어졌다.
처음엔 그저 지나가는 불편함이라 여겼던 일들이,
조금씩 원인을 짚어가면서 그때 나는 왜 그렇게 느꼈는지
를 스스로 납득할 수 있었다.
왜?
라는 질문을 반복하며 결국 나 자신의 방식과 기대, 성향을 마주하게 되었고, 더 이상 막연한 불안 대신에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면 되겠다는 어느정도의 가이드라인도 얻을 수가 있었다.
Bridge 기간 중 가장 또렷이 남은 순간은 멘토 Daisy의 멘토링 세션이었다. 그 시간에 임포스터 신드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미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조차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누구나 인정하고 자랑스러워할 만한 결과를 이루었음에도 자신에 대한 의심을 떨치지 못한다는 점이 마음 깊이 무겁게 다가왔다.
나 자신을 돌아보면, 애플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처음 1~2주는 ‘정말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계속 반복하며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기도 했다. 테크 트랙으로 지원하긴 했지만, 기술적으로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는데… 나는 과연 어떤 부분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을까? 그냥 라이프 저니를 조금 특이하게 썼다는 이유로 운 좋게 들어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세션이 끝난 후에도 조급하게, 쫓기듯 부족한 기술을 채우려 애썼던 것 같다.
멘토링 세션 이후, 불안이라는 감정이 꼭 실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한편으론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실력이 쌓이더라도 내가 바뀌지 않으면 끝없이 스스로를 갉아먹게 될 수도 있다는 점도 함께 깨달았다. 그래서 불안을 없애기보다는, 어떻게 잘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작은 루틴을 만들어 지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작은 루틴을 반복하다보면 어설픈 완벽주의를 핑계로 하루를 망가뜨리지않고, 매일의 저점을 어느정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Bridge1은 앞만 보고 달리던 나를 잠시 멈춰 세웠다.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걷고 있는지
조금은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불안과 조급함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 감정들과 어떻게 함께 걸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됐다.
앞으로 이어질 C2, C3, 그리고 더 많은 챌린지들 속에서도
이런 식의 멈춤과 되돌아봄이 계속될 수 있다면,
나는 조금씩 단단해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4일 차는 OPENDAY로, 각자가 원하는 활동을 열고 참여자를 모집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하마와 함께 ‘좋아하는 영화 추천하기’ 세션에 참여해, 아침부터 카페에서 2시간 동안 영화 이야기를 나눴다. 왓챠피디아를 쭉 훑어보며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5일차에는 포항시에서 FAMTOUR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포항시의 명소들을 관광할 수 있었다. 호미곶 유채꽃밭.. SpaceWalk 등... 네이버 블로그 스타일이 아니라서 사진은 그냥 하나만 첨부하도록 하겠습니다 !
(만우절)싸피가 되어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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