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회고

HYUNGU, KANG·2025년 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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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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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년도는 어떻게 보냈을까? 간단하게 되돌아보면서 생각들을 정리해보자.
뽑아볼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이다.

  • AI
  • Human

AI

나에게 AI는 인간의 물리적/시간적 한계를 극복해주는 도구로 가장 처음 사용됐다.

자료를 정리하는 노가다성 작업이나, 특정 입력에 맞는 특정 출력을 뽑는 용도의 목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간단한 작업을 좀 더 빠르게 해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서는 좀 더 나아가서 사고를 가속화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혼잣말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되물으면서 사고를 이어 나가던 방향과 비슷하게, discussion partner의 역할로 생각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해줬다.

최근에는 아직 조금 모자라기는 하지만 O1이 나오면서부터 단독으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면 문제의 해결까지 이어지게 만들 수 있다. 인간을 돕지 않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다.

물리적/시간적 한계를 극복하는 도구에서, 사고를 가속화하고, 종국에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낸다.
문제를 해결해 내는 데 인간이 낄 틈이 없어졌지만, 아직은 누가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나머지 2%가 결정된다.

2%는 인간의 결함이다.


Structured outputs가 나오고 자연어를 구조화된 데이터로 거의 완벽(?)하게 변환이 가능해져 인터페이스의 역할로서 좀 더 활용이 무궁무진해졌을 즈음,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AI 스피커가 문득 생각났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뒤 realtime API가 발표됐다.

Whisper/realtime API라는 한창 더 좋은 인식률을 가진 인터페이스가 등장했고, 이제 더 나은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텐데, AI 스피커들은 왜 다시 등장을 하지 않을까?

이 생각에 대한 답을 내려보았을 때는, 시장에서 게임에 참여를 하려면 플랫폼이 될 수 있는가가 가장 큰 전제 조건일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음성으로 대화하는 스피커에서 앱을 팔 수 있을까? 쇼핑을 할 수 있을까? 물론 그 위에서 돌아가는 앱을 잘 만들 수는 있겠지만, 음성으로 어떤 앱들이 있는지는 탐색하기는 쉽지 않을 거다. 따로 앱을 통해서 설치하기에는 그 의미가 무색해질 것이고. 그나마 빌트인된 앱들을 넣어서 본인들의 플랫폼과 연동하는 목적으로는 여전히 유용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을 해봤을 때, 음성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방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탐색하는 것엔 적합하지 않은 인터페이스라는 생각이 들었고, 단독으로 그 이상 가기에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음성 단독이 아니라 시각적인 정보에 보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날 때 가장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고, 앞으로는 AI가 음성으로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도와주는 중간 인터페이스의 역할도 해내야 할 것이다.


Google, OpenAI의 AI SDK를 사용해 보는 것과 더불어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진행해봤다. (AI 쪽은 Google보다 OpenAI가 SDK를 더 잘 만드는 것 같다.) 덕분에 회사에서 진행하는 제품들을 개발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백엔드는 Fastify, Supabase, Drizzle-ORM, Docker, AWS App Runner 등을 사용해봤다.

Fastify는 Express의 상위 호환 느낌이었다. 구성이 간편하지만 좀 더 사용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된 느낌이었고, 쉽고 깔끔하고 간결하면서도 자유도 높게 백엔드를 구축할 수 있었다.

Supabase는 콘셉트를 처음에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2일 정도 지나니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도커를 통해서 local 환경을 명령어 하나로 세팅할 수 있었고, config 설정을 통해서 환경을 쉽게 변경도 가능해서 환경 구성을 하는 게 매우 쉬웠다.
Drizzle-ORM 또한 TypeScript 지원이 잘 돼서 쉽게 사용이 가능했고, Supabase와의 연동 또한 어렵지 않게 가능했다.
그리고 두 가지 모두 CLI 툴을 제공해 줘서 CI/CD 연동해서 마이그레이션이나 배포하는 게 so easy.

AWS App Runner는 Elastic Beanstalk 대신 사용해봤는데, 이것도 물건이다.
Docker로 파일을 말아서 올려주기만 하면 바로 배포가 된다.
세팅이 EB보다 200배 정도 쉽고, 비용도 체감상 싸다. (정확하게는 모름)

백엔드를 구성하는 제품/서비스 대부분이 프론트보다 어려워서 그런지, AI로 integration을 도와주는 것들이 부분 부분 들어가 있었다. 로우 레벨에서 복잡한 시스템 위에 얹어져 있는 도구들의 경우 그 특성상 특정 동작을 제어하기 위해서 세부 조건들을 건드려야 하는 경우가 많고, 문제들의 대부분이 그곳에서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이런 제품들에 붙어 있는 AI들은 그럴듯하고 장황한 코드들만 뽑아내고, 실제 문제 해결에는 도움을 전혀 주지 못했다.

어드민 같은 걸 작업할 때는 v0를 유용하게 사용했는데, AI 도구 중 유일하게 쓸만한 수준의 결과물을 내놨다.
만약 찍어내는 프론트엔드 작업이 필요하다면 무조건 유료 결제를 할 것 같았다.

작업을 하면서 패키지 매니저는 pnpm을 사용했는데 모노레포를 세팅하는 데 있어서 가장 깔끔하게 패키지 간의 연결이 처리됐다. 하지만 npm, yarn과 다르게 pnpm을 치는 게 손가락이 영 불편해서 손에 붙지 않는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다.


이제 일반적이거나 MVP 같은 제품을 만들 때는 인력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
말 그대로 상상한 걸 만들어서 팔려면 팔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개인이 비즈니스를 하기에는 정말 좋은 시기인 것 같다.

Human

2% 인간의 결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깊이 생각을 하지 않음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무언가에 대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상을 살피고 정의하고 그 과정들을 나열하면서 살펴가는 과정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이러한 방식을 AI에 적용하고 성능이 급격하게 올라갔는데, 사고와 고찰을 하지 않는 인간은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고를 하지 않는 인간이 AI를 사용하여 만든 결과물은 무언가 2% 뒤틀려 있다.
어떤 게 올바른 것인지 판단할 수도 없으며, 결과물에 의구심을 갖지도 않는다.
그저 결과물에 결과물을 계속해서 덧대며, 정제되지 않은 누더기를 뽑아낼 뿐이다.

시장에서는 이제 더이상 사고하지 않는 인력들을 채용하는 리스크를 질 필요 없이, AI 로 대체할 것이다.


작년에 이어 또 레벨업을 했다.

평가는 서프라이즈가 아니었지만 결과가 조금 서프라이즈였다.

3분기 연속으로 이러한 결과를 냈지만, 물론 회사의 정책상 4분기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팀의 구조가 변경됐다.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중요하다 싶은 일만 생기면 엮여 들어간다.

새로운 것은 재미있지만, 하던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것은 찝찝하다.

결국 급한 대로 누군가가 이어서 받아갈 것이고, 종국에는 누군가가 올바르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이기에 찝찝하다.


누군가를 업고 1인분을 하는 건 정시 출퇴근을 해도, 2.5인분을 하면서 야근을 하는 것보다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힘듦을 가져온다는 것이었다.

올해 내가 배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이고, 채용은 정말 잘해야 된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일에 에너지를 더 낼 수 있는지, 정말 잘 알 수 있는 한 해였다.


프리다이빙을 배웠다. 내가 숨을 3분동안 참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금방 13m 까지 잠수를 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풀이 입장하기 위해서는 버디가 있어야 하고 자격증이 필수적이라, 강사를 통해서가 아니면 배울수가 없는 구조이더라. 그리고 자격증도 뭐 시험이 있는게 아니고, 강사가 확인하면 바로 패스가 되는 그런 구조 (...)

활발한 사람이 아니거나, 프다에 미쳐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주 즐기러 다니기에는 다소 어려운 취미이다.
그래도 고요한 바닷속에 혼자 있는건 참 좋다.

24/25 시즌에는 곤지암 시즌권을 끊었다.
가격은 무려 90만원, 집하고 가까워서 야간에 매일 출근 할 생각으로 장비까지 모두 마련해놨지만.. 회사에서 연말연초에 일을 잔뜩 만들어준 덕분에 휴가를 쓰고 빡세게 타려던 계획도 철회하게 되었다.

그래도 계속 열심히 타면서 카빙의 자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무언가 몰입을 할 대상이 있다는건 언제나 행복한 일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감각이 무뎌지고, 냉소적이게 되어 가는 것 같다.
사람을 좀 더 곁에 두고 사는 삶을 살아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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