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ind] 첫 취직과 개발자 첫 걸음 떼기🐝

Jade·2023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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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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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첫 출근은 어제였지만 어제는 첫날 긴장이 풀린 탓인지 집에 들어오자마자 뻗는 바람에 이제야 좀 숨을 돌리고 회고라는 것을 해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글을 쓰지 않게 된 지가 좀 된 거 같다. 블로그에 적은 글 중에서도 꼽자면 회고 정도인데 어떤 일들을 하고, 어떤 걸 느꼈다 정도가 다였지 내가 최근에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점이 걱정인지 이런 것들은 백수 생활이 길어지면서 쓰면 쓸수록 우울함을 더할 뿐이라 의식적으로 피한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 주절주절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오랜만에 글을 써보려고 한다.

심리학과로 대학을 진학하고 나서 돌이켜보면 대학생활동안 내가 실질적으로 배웠다고 생각하는 건 나 자신에 대한 내용과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하다 정도가 다였던 것 같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힘들 때는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선택지 하나를 알게 된 것도!)

사람들 중에서는 빠르게 취직을 위해 준비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렇지는 못했다. 그래서 돈을 벌어야 할 때가 되니 엄청 막막했던 것 같다. 그나마 잘했던 게 공부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본 적도 있지만, 공무원 시험이라는 건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1년간 보장된 미래가 없어도 그 막막한 현실을 견딜 수 있는 몸과 정신 건강 + 금전 + 시간이 지지해줄 때 비로소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그냥 2년하고 떨어진 사람의 이야기니까 헛소리일 수도 있다. 헤헤.

아이러니하게도 시험을 접고 나서 1년 안 되게 다니게 되었던 학원에서 처음으로 회사생활이라는 게 어떤 건지, 내가 효능감을 얻고, 성취를 얻고, 내 힘으로 돈을 번다는 게 어떤 감각을 알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독립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구가 쭉 있었기 때문에 그 감각이 꽤 짜릿했다. 교사에 대한 꿈은 하나도 없었고, 내가 맡은 일은 학원의 컴퓨터실 보조 강사 수준이었지만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을 하게 되면서 다른 분야에 도전할 수도 있겠다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개발을 왜 시작하게 됐어요?

면접에서도 비전공자에게 자주 묻는 질문이다. 나는 면접 때 '그다지 외향적이지는 못하지만 어떤 일을 할 때 사람들과 어울려서 진행하는 걸 좋아한다'고 이야기하거나 '개발자는 계속해서 개선사항이나 에러를 마주하고, 해결해나가면서 성취와 의미를 찾는 직업인데 그런 부분이 삶을 살아가며 어떤 일들을 성취하든, 실패하든 그 일들에서 의미를 찾고 앞으로 나아가는 내 모습과 닮았다'는 이유를 이야기했던 것 같다. 특별한 계기가 있으면 더 좋았을까? 근데 사실 모든 필연이라고 생각하는 일들도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느껴지기 마련이라 결국 모든 일들은 다 특별하지 않고 특별하다고도 생각한다.

근 3년동안 대학 때 배웠던 것과는 또 다르게 나를 사람을 발견하고 알아가면서 나는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과 지식적인 부분이나, 프로젝트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MBTI가 평생 극 I였던 사람으로써는 그런 부분을 발견하고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모른다.

공무원 시험 실패, 인간 관계에서 대공사를 겪고 나서 많이 힘들어했지만 뒤돌아서 생각했을 때 그 일들이 내게 남긴 것들, 준 것들이 분명히 있었다. 소중했던 부분들은 굳이 파묻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게 내 정체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든지 그 일들을 성실하게 겪으면서 나아가는 사람.

국비 부트캠프를 수강하기로 결정할 때 부트캠프의 단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고, 부트캠프 출신에 편견을 가진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았다. 실제로 부트캠프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는 이 과정을 왜 수강하는 걸까 싶은 사람들도 분명 있었다. 다만 나는 어찌되었든 뭐라도 해서 나의 침체기를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냥 6개월 정도를 버텼다. 오히려 그때는 취업 준비를 할 때보다는 즐거웠다. 취업 시장에 나가서 내가 배운 게 아직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 깨닫는 일은 단순히 앉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배는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면접 스터디를 하기로 했다. 스터디를 시작한 건 이력서를 여러 군데 넣어 보고 나서 아무 데서도 연락을 받지 못한 시점이었다. 당장 면접도 없는데 기술 면접 준비를 한다는 게 조금 웃기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게 취업 준비 기간 동안 가장 잘 한 일이었다. 그마저도 안 했으면 지금은 없었을 거다.

출근 하기 전까지 출근이 취소되는 상상을 많이 했다. 그리고 출근 전날에는 출근을 했는데 회사가 사라져있는 상상도 했다. 전날 밤에는 잠도 제대로 못 잤고, 악몽을 두 번 정도 연달아 꿨다. 심신 미약 인간이 따로 없었다. 그만큼 간절하기도 했고, 그만큼 행복하기도 해서 그랬다고 생각한다. 사실 오늘도 퇴근길에 내가 진짜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게 맞나? 의심했다. 회사 사람들이 친절하고, 옆에 앉은 프론트엔드 선배 동료분들이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더 그랬다. 아이러니하다. 이 상황을 좀 즐기고 싶기도 한데 여전히 불안하기도 하다. 오늘 처음으로 회사 소스트리를 통해서 코드를 봤는데 앞으로 내가 할 일들이 재밌을 거 같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 오늘 선배 두 분한테 처음으로 코드 리뷰라는 걸 받아봤는데 떨리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피드백 받는 건 두렵기도 하지만 너무 감사하고 도움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온통 피곤하다. 내내 극과 극의 생각과 감정들로 가득해서. 그래도 이건 여태까지 침체되어 있던 내가 느끼던 감정들과는 다른 감정들이다. 나아갈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그에대한 걱정들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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