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2021년 마무리

YunKwang-You·2021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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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모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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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을 마무리하며 글을 적는다.

돌이켜보면 좋은 추억이 안좋은 기억보다 많았던 2021년이었던 것 같다.
취업에 대한 막연한 공부를 시작했고, 금융권/IT/공기업 가리지 않고 취업형 올라운더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남들과 비교하는 성격이 있는 나는, 4학년 1학기를 쉬게되면서 벌어진 격차를 메꾸기 위해 4학년 2학기에 학기와 병행하며 취준을 시작했다.

시험기간이 아닐 때에는 코딩테스트와 NCS 공부를 틈틈이하기 시작했고, 중간고사/기말고사 시간이되면 시험에 초점을 최대한 맞춰 목표 학점을 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기본기가 없었기 때문에 코테 준비와 NCS 준비는 그 깊이가 정말 얕았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네카라쿠배/삼성 정도를 제외한 대기업 입사에 필요한 코딩 실력은 갖출 수 있었고, NCS 역시 금융권 이외의 시험은 뚫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운이 좋았던 것일까, 나는 6월부터 2개월간 이동통신사에서 채용전환형 인턴과정을 가질 수 있었다. 최종으로 목표하는 기업은 있었지만 원하는 직무는 정해지지 않았던 찰나에, 이 때의 경험은 나의 진로/직무를 결정하게해준 큰 동기가 되었다. 유선 네트워크 지식을 기반으로 광진구의 한 아파트 MDF실에 들어가 실무경험을 할 수 있었고, 어느 호텔에서는 IPTV/Internet을 모니터링하면서 성능개선방법을 고민하는 시간도 가져보았다. 또한 코어망 모니터링/최적화 과정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Infra Engineer의 책임과 역할이 크다는 것을 느꼈고, 그 점에서 매력을 정말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채용전환에 실패하면서 좌절했지만, 나는 좌절만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것을 아는 인간이었다. 불합격 소식을 들은 다음 날 바로 스터디카페 시간권을 끊었고, 마음이 다잡히지 않은 상태로 다시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준비 기간동안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마음을 다 잡을 수 있었다. 정말 복덩이 같은 존재.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다.

9월에는 서류전형에서 한 개의 불합격을 제외한 모든 기업에서 합격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왠지모를 자만감과 "하나는 되겠지."라는 근자감이 생겼던 시기였다. 하지만 10월 말/11월 초, 여러 필기 전형에서 무너지고 동기들과 친구들이 하나 둘 취업하는 것을 보면서 자존감이 끝도 없이 추락했다. 괜한 자격지심도 많이 생겼었고, 패배감 속에 하루하루를 버텨야만 했다. 당시에는 운동을 하면서 그 감정들을 마취시킬 수 있었다.

11월 중순, 친구와 술을 먹다가 현재 입사하게된 기업에서 1차면접 합격 통보를 받았다. 기대를 많이 했던 것일까, 눈물이 났다. 어쩌면 그 때의 기억이 최종합격보다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타 IT회사에서도 인턴 합 통보를 받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당시에는 기분이 좋은 것 보다, 안도감이 더 컸다.

3주 간의 인턴기간 동안, 실제로 Software QA를 하면서, 실무를 아주 적게나마 경험해볼 수 있었다. 인턴 경험을 하면서, 이통사와 IT회사의 Infra에 대한 개념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회사에서는 Infra에 대한 식견을 넓혀준 좋은 기회를 선물받았다.

12월 현재, 최종 목표하던 기업에 입사하게 되었다. 행복한 마음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내가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내 역량은 사실 포장된 것인데... 어찌됐든, 목표하는 기업에 입사하게 됐으니, 적응기간까지는 직무공부를 열심히 해볼 계획이다.

어쩌면 2개월 간의 인턴 실패경험에서 결정된 진로가 지금의 입사까지 이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취준 경험을 해보면서, '본인이 가슴으로 끌리는 직무에 확실히 투자한다면 결과는 좋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내 6개월 간의 과정도 그랬고, 주변의 취준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사랑을 선물받은 것에 너무너무 감사하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니, 나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믿는다.

그래서 스치는 인연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 가치관을 배웠다. 가끔 이러한 가치관이 피곤할 때도 있지만, 그 피곤함이 나쁘지만은 않다.

올해 운을 다 썼다. 그래서 내년이 불안하지만, 그 어떤 고통이 와도 받아들이겠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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