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님 분석: 선거 결과가 나온 후 두 가지 상반된 의견을 들었다. 하나는 2위 김문수와의 득표율 차이(8.3%)를 보면 압도적 승리이다 라며 자축하는 의견이고, 다른 하나는 윤석열의 내란죄로 인해 치러진 선거에서 어떻게 이재명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못하느냐 하는 절망의 의견이다. 첫번째 의견은 틀린 것이고, 두번째 의견은 당연한 사실에 절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분석(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수준이지만)을 시작한 이유는 그닥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선거 전 이재명의 득표율이 얼마나 될 것인가에 대해 온/오프 모임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대부분 55~56%를 예상하길래, 나는 이재명 득표율과 김문수+이준석의 득표율 차이는 3% 이내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1~1.5% 내외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들 압도적인 차이가 날 것이라 해서 좀 쫄아서 범위를 넓게 잡은 것이었다.
내가 선거나 정치 전문가가 아니니, 그저 그동안 모아놓은 통계자료를 들여다보며 한 예측에 불과하다. 그러나 내가 주변 일반인들과 다른 점은 정치평론 프로그램(뉴스공장이든 매불쇼든)을 거의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암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뒤따르지 않는다는 장점은 있다.
윤석열은 국힘당과 함께 재임 기간 내내 개판을 쳤고, 내란을 획책해 탄핵을 당했다. 그 결과로 치러진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국힘당은 후보자를 둘러싸고 개싸움을 벌였고, 내란우두머리를 끝까지 버리지 않았으며, 이준석과는 끝내 단일화를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면 민주당이 '압도적' 승리를 하는 게 맞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하면서도 김문수+이준석에 표를 준 사람들이 변수였다는 것이다. 이게 전체 투표의 15~20%에 이른다. 다시 말해 선거 전 무슨 일이 있었든, 막상 투표장에서는 자신의 진영논리에 따라 기표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 서울, 인천을 포함하는 수도권의 비중은 전체 투표수의 반에 이른다. 18대 대선에 비해 21대 대선에서는 2.2%가 늘었다. 표수로 하면 2백 86만 표이다. 대부분의 증가는 경기도에서 이뤄졌으며(3.6%/2백 2십만 표), 서울은 오히려 1.7%가 줄었다. 13년 동안 일어난 변화 치고는 매우 큰 변화이다. 영남의 비중은 줄은 반면(2.5%), 충청권의 비중은 약간 늘었다.
여기서 얻게 되는 결론
투표율 상승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투표율은 계속 높아졌다(<표1>).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일어난 현상이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1997년 15대 대선 이후 가장 높은 것이라 한다. 사전투표제도의 도입과 투표시간 연장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투표율이 높으면 범진보정당이 유리하고 낮으면 보수정당이 유리하다는 공식은 이제 더이상 통하지 않는 것 같다. 보수진영, 특히 극우세력의 조직화와 결집력이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진영별 득표율을 봐야 다음 선거를 예측할 수 있다.
<표2>는 대통령 당선인과 2위 후보자의 득표율을 보여준다. 표의 오른쪽 네 열은 득표율 차이를 보여준다. 박근혜 탄핵으로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은 경북 대구 경남을 제외하고 모두 이겼고, 2위인 홍준표에게 17%의 차이로 승리했다. 이번 선거에서 이재명은 모든 영남 지역에서 패배한 반면 경기도와 인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수도권의 중요성이 부각된 선거 결과이다.
<표2>만 보면 압도적인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표만 보면 그렇다. 그래서 <표3>을 같이 봐야 한다. <표3>은 후보별 득표율을 정당별로 묶어서 보여준다. 즉 19대 대선의 '국힘계열'은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이 얻은 총 표수의 득표율이며, 21대 대선은 김문수와 이준석의 총 득표율이다. 진보정당의 득표는 '민주당계열'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20대 대선에서 심상정 때문에 졌다고 하는 불필요한 논쟁을 다시 끌어들이고 싶지 않거니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진보정당으로 가는 표와 민주당으로 가는 표에는 일정 정도 장벽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표2>와 <표3>을 비교해보면 매우 다른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문재인이 압도적으로 이겼다고 하는 19대 대선에서도 진영별로 보면 크게 진 선거라 할 수 있다. 이번 선거도 이재명의 득표율은 김문수+이준석에 미치지 못했고, 호남, 제주, 경기, 인천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지역에서 김문수+이준석의 득표율보다 낮았다.
이 표가 의미하는 바는 명백하다. 다시 말하지만, 선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든, 유권자는 그냥 진영논리에 따라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표4>는 출구조사와 실제 득표율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 정도 차이면 출구조사 방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오차범위를 훨씬 넘는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사전투표를 추산하는 방법이 더 정교해지지 않으면 이런 문제는 반복될 것이다. 이번 출구조사가 문제는 있지만, 성별/연령별 투표성향을 볼 방법이 출구조사 외엔 없으니 별 수 없이 쓰기로 한다.
<표5>는 출구조사에 따른 성별/연령별 득표율을 보여준다. 20대와 30 대 남성의 국힘계열 후보에 대한 지지는 급격하게 높아졌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김문수+이준석이 얻은 20대 남성의 표는 74%가 넘고, 30대 남성의 표는 60%가 넘는다. 압도적인 지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표6>은 이전 대선에 비해 어떤 변화가 있는 지 보여준다. 19대 대선 때 20대 남성의 투표는 이전 대선에 비해 급격하게 변하는데, 이에 대한 분석은 이미 많이 나와 있으니 생략한다. 더 떨어질 데가 없을 것 같았던 20대 남성의 민주당 지지율은 이번 선거에서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12.3%). 이는 20/30대 남성의 표가 이준석에게 몰렸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김문수도 윤석열이 얻었던 것보다는 득표율이 떨어졌다.
<표7>은 성별 득표율 차이를 보여준다. 남성과 여성의 투표 성향 차이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18대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의 성별 득표 차이가 6.8%(여성이 남성보다 6.8% 민주당 후보에 투표)에 불과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무려 34.1%에 이른다. 30대 남성의 차이도 급격하게 벌어졌다.
이건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첫째 새로 투표권을 가지게 되는 남성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더 보수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둘째 코호트 모델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이 경향이 전 세대로 퍼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2>는 연령별 투표수의 비중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준다. 20/30대의 투표 비중은 30%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40/50대(47%)에 비해 쪽수로 밀린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Credit: 위 그림과 표는 선관위와 방송3사 출구조사 데이터로 이철호님이 만드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