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개발자 전직에 대한 회고

선영·2023년 3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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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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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전직에 대한 회고를 작성해보려고 한다.
원래는 취업 직후 이 부분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했으나 게을러서 많이 늦어졌다.

우선 전직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전직(봉탈)계기


일전에 나의 직업은 의류벤더 해외영업이었다.
여기까지 적으면 어느정도 멋져보이지만 사실 그냥 봉제걸이다.
구체적으로 하던일은 소통이 많이 필요했다. 당장 소통하던 연관부서를 나열해보자면 나이가 지긋한 패턴사분들, 봉제실 담당자들부터 본사 캐드룸, 테크니컬 디자인팀, 베트남공장 각종 담당자들(원부자재, 샘플, 생산, 핏 등), 다수의 원단 업체, 테스팅 업체, 포워딩 및 쿠리어 회사, 때에 따라 에이전시와 바이어까지... 아마 더 있었던 것 같은데 당장 생각나는 것은 이렇다.

3년 9개월 동안 재직하면서 3개의 팀을 겪어봤는데 특히 2번째 팀에서는 눈코뜰새 없이 바쁘고, 소통해야하는 연관부서도 엄청 많았다. 아이러니 하게도 결정적으로 퇴사하게된 계기는 3번째 팀(영업이익도 많이내고 일도 편하고 워라밸도 끝판왕이었던..)이었지만 말이다.

누구나 그렇듯 트리거가 당겨져 퇴사하게 됐지만 전반적으로는 직업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컸다. 그래서 전직을 위해서 퇴사를 하게 되었고, 개발자를 하려고 퇴사한 것은 아니였다.

일단 일하면서 스스로 느낀 싫어하는 점은 아래와 같다.
1/ 나 혼자 온전히 일하는게 아닌, 여러명의 불필요한 사공과 일하는걸 싫어한다.
2/ 푸쉬하고, 푸쉬 받는 것을 싫어한다.
3/ 체계가 잡혀있지 않고 비효율적인 것을 싫어한다.
4/ 눈치봐야하는 꼰대문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를 다니려면 위에 내가 싫어한다고 한 부분들은 불가피했다. 다만 내가 개발자를 지속적으로 추구했던 것은 적어도 다른 직업들에 비해선 덜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로나때 고용불안을 많이 느꼈기 때문에 항상 자기개발을 하고 이직할 준비가 되어있고 싶었다. 그런점에서 개발자는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도메인의 회사가 정말 많다. 해외영업도 나름이라 의류벤더 해외영업은 이직할 수 있는 회사도 한정적이고, 이직해도 업무의 내용은 그게 그거기 때문에 자기발전이 없어도 된다. 이런 부분이 스스로 생각했을때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중간과정


사실 목표를 마음먹고 달렸다기 보단 공부를 일단 시작했고, 하다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계속 하던 부분이 아깝기도 해서 개발자를 계속 준비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중간에 계속 공부할 자신이 없어서 그만두기도 했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중간에 멈추고 돌아가면 계속 생각이 날 것 같아서 다시 도전했다. 적어도 직업으로서 일은 해보고싶었다.

구체적인 과정을 설명하자면 작년 2022 2월에 개인 프로젝트를 마무리짓고, 바로 라섹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눈의 회복이 더뎌서 컴퓨터를 오래 볼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됐다. 완벽히 눈의 컨디션이 돌아오는데까지 6개월정도가 걸렸다.

원래 계획은 개인 프로젝트를 끝내고 라섹하고 한달만 쉬고 지원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지원을 하고 서류합격을해도 기업과제나 코딩테스트를 하려면 컴퓨터 화면을 봐야하는데 그걸 못하니까 계속 늘어졌다. 그리고 기간이 길어질 수록 프로젝트때 했던 문제해결과정도 기억나지 않았다. 물론 커밋메시지를 상세하게 작성해놨기 때문에 그 부분을 이력서에 정리했지만 다시 돌아보면 그렇게 깊이있는 부분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curd기능도 없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리석게 프로젝트를 발전시킬 생각을 못하고, 계속 지원하면서 지쳐갔다. 그리고 구현을 할 줄 안다고 다아는게 아닌데 이론공부도 게을렀다고 생각한다. 이때는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아는 메타인지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래도 면접 스터디도 하고, 오프라인 공부방도 나가면서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공부도 꾸준히 했던 것 같지만 지속되는 기업 및 교육기관의 코테, 면접, 기술과제 등에 광탈하면서 지쳐갔다. 그리고 재밌던 개발이 취업을 하려고 하다보니 재미가 없고, '이런거 까지 알아야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 이때까진 깊이있는 공부가 부족했던거같다.

그래서 작년 7월에는 개발을 포기했다. 그리고 경력기술서를 정리하고, 해외영업 직무 경력직으로 이직하려고 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포기하자는 생각으로 다시 개발자로 (공부가 아닌..?)지원을 시작했다.

이때도 정신을 못차렸던 것 같다. 중간에 5인 스타트업에 들어갔지만 기술스택이 얘기했던거와 달리 si에서만 쓰는 넥사크로라 바로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잘한 선택이다. 나는 그래도 서비스 개발을 하지 않을바엔 개발자를 하지 않을거란 생각이 확고했던 것같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개발자로서의 협업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개발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빡세게 공부할 생각으로 바로 유료 부트캠프를 했다.

나에게 필요한건 부트캠프에서 제공해주는 강의나 커리큘럼이 아니라 그저 '공부할 환경'이었다. 그래서 내 의도대로 돈을 낸 만큼 열심히 공부했다. 어느순간 꾸역꾸역 들어오던 내용이 이제는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과도기였던 작년 3월~7월 사이에 공부했던 자료구조와 알고리즘, 네트워크, 프론트엔드 기술면접 스터디 내용 등이 퍼즐조각처럼 맞춰졌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이 시점에 정말 대단히 모든걸 이해한건 아니였다.

그래도 이때 개발공부에 대한 재미와 자신감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부트캠프에서 열심히 공부하면서 남겼던 공부기록을 본 현회사에서 면접제의도 받을 수 있었다. 이때 즐겁게 공부했던 만큼 면접에서도 즐겁게 대화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중간에 과정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합격을 했고, 팀프로젝트를 마무리 짓고 현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부트캠프가 끝나기 전에 취업하는게 목표였지만 실제로 그것을 이룰줄은 몰랐다. 자세한 소감은 직후에는 떠올랐는데 지금은 조금 희미하지만 기회는 준비돼있을때 잡을 수 있는 것 같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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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duper-India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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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9일

저도 의류벤더에서 개발자로 전직했는데 반갑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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