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회사에 들어가다

남율·2022년 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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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21년 7월.

전역 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좋은 기회를 찾아 블록체인 관련 회사에 입사했어요! 평소에 비트코인에 관심이 정말 많기도 했고, 입대 전 열을 올리며 대외활동에서 블록체인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거든요.(하이퍼 링크 클릭 시 다큐 영상으로 연결) 그 경험이 피와 살이 되어 면접 때 당당하게 "저 블록체인에 관심 많습니다. 잘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었어요.

이때 과연 제가 블록체인을 잘 알았을까요? 천만에.. 오산이었죠. 알고 있는 건 세발의 피에 불과했을 뿐....

제가 있던 부서는 기획팀 이었는데 회사 규모가 작다보니 기획 뿐만 아니라 전략,마케팅,기획 그리고 할 수 있는 다른 것들까지 다 했던 것 같아요. 개발팀이 아닌데도 프론트분이 나가셔서 웹도 만지고 디자인도.. 전 신입이었으니 팀장님과 대리님이 엄청 더 고생하셨죠.

주로 맡았던 업무는 코인 환전과 영어 이메일 대응, 기획서 작성, 웹사이트 기본 뼈대 디자인, 메뉴얼 만들기, 웹앱 피드백 등이었어요. 가장 메인으로 유저 대상 이벤트나 사업의 전반적인 기획을 끌고 갔고 항상 서브로 저 위에 것들을 번갈아가면서 했던 것 같아요.

코인 환전은 회사에서 자체 발행해서 거래소로 유통되는 코인과 웹앱에서 이용하는 서브코인 간의 환전을 맡는 거였는데, 어뷰징 유저들이 많다보니 AWS 내 데이터들을 관리자 페이지에서 보면서 이더스캔과 비교해서 어뷰징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정상 유저면 환전을 해주고 아니면 밴 시키는 그런 일들이었어요.


(이 이더스캔을 엄청 뒤지며 어디 거래소에서 어떤 지갑주소로 어떻게 빠졌나가는지를 통해 부정유저인지 아닌지를 판별..)

메일주소는 다 비슷하게 생겼고, 지갑주소나 다른 서브 정보들은 가뜩이나 해시값으로 저장돼서 알아보기도 힘들었는데 눈이 빠지는 줄 알았죠. 입사했을 때가 라섹한지 일주일도 안 됐었는데...

(지갑 주소와 어플명이 나오는 부분은 가렸습니다!)

위같이 회사의 지갑을 사용하는 클라이언트들을 위해서 처음 사용해보시는 분들 기준으로 거래소와 어플(지갑)의 사용법을 알 수 있도록 메뉴얼로 만들었어요. 사실 회사의 코인이 상장된 곳이 해외거래소여서 거기서 코인을 사서 BTC, ETH 혹은 XRP 등으로 환전하고 다시 국내 거래소로 전송, 현금화까지.. 이동 통로가 지갑도 있었으니 결국엔 [지갑 - 거래소 - 거래소] 이 세 곳의 각 사용법과 코인의 이동, 환전 법 등, 만든 메뉴얼만 몇개였는지 모르겠네요. 덕분에 웬만한 거래소나 지갑의 사용법은 빠삭해졌지만요! ㅎㅎ

또한 만들며 뼈를 갈았던 것은 바로 이 보고서. 전부 공개는 힘들지만 저렇게 유형별로, 거래소별로 최근 상장된 코인을 싹 정리했었죠. 한창 논란되던 특금법 때문에 어떻게 국내 거래소를 뚫을지에 혈안이 되어 있었고 이미 상장된 코인들을 분석하기 위해서 저렇게 하나 하나 다. 전부. 분석을. 했어요.

이런 식으로요. 상장코인을 정리한 이후는 보고서였는데 xangle, 해시넷위키, 공홈, 블로그, 거래소 설명란 등 뒤질 건 싹 다 뒤져서 이놈이 뭐하는 코인인지 규모는 어느정도인지 따져보고,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처음 일한 회사이기도 했고 샛노랗게 어린 신입이기도 해서였는지 이곳에서 일했던 것들이 참 새롭고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부사장님한테 혼나며, 팀장님한테 피드백을 들으며 울분도 삼키고 사회생활도 배우고.. 분명 어딜 가도 이거보단 더 힘들겠지 하면서 버텼던 것 같아요.

팀장님과 팀원들이 너무 좋아서 버틸 수 있었어요. 아 이래서 리더가 중요하구나 라고 생각하며 리더의 자질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보게 됐죠.

짧지만 4개월 일했던 경험이 블록체인과 개발에 흥미를 갖게 해줬어요. 또 어디가서 블록체인과 코인에 대해 설명하라면 버튼 누르듯이 할 수 있게 된 것도 좋은 점인 것 같아요.

글이 길어졌어요! 이만 줄이려고 해요. 회사가 크든 작든 어딘가에서 일해보는 경험은 분명 향후 취직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지원하려는 회사가 규모가 작아서 고민된다거나 인턴을 할까말까 고민하고 계신다면 우선 도전해보시길!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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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차근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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