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살아온 20+N년보다 앞으로의 Mx10년이 더 길다니..!
지금부터 시작해도 손해가 아니네. 지속가능한 취미 생활과 좋아하는 일을 더 찾아보자.
20대 중반까지 취미가 없었다. 초등학교때 영어학원에서 "What is your hobby?"에 진심으로 답한 적이 없었고, 소개팅 단골 질문이라는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에는 "글쎄요.."가 최선의 답이었다.
독서, 운동, 그림 등.. 건전한(?) 혹은 멋있어 보이는 취미를 가진 친구들이 부러웠다.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는데, 지속가능하진 못했다. 분명 재밌는 것도 많았는데... 꾸준히 하지 못하는 내가 미울 때도 있었다. '20+N년을 이렇게 아무것도 안한다고?' '나만 취미가 없나?' 조급했다.
근데, 이제 괜찮다. 최근 3년 동안 유지한 나의 취미가 생겼다. 그리고 앞으로의 Mx10년 동안 더 길게 즐길 수 있다. 고작 20+N년 동안 못한거? 상관없다. 심지어 과거의 그 시간 중 1할 이상은 걸음마, 사춘기, 성격 형성 등 괜찮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에 집중한 귀한 시간들이었으니까. 겨우 만난 귀여운 내 취미들을 앞으로의 긴 시간 동안 잘 즐기면 된다.
첫 취미는 클라이밍이었다. 회사 동료의 권유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나의 취미로 자리잡았다.
나는 클라이밍 기간에 비해 실력이 좋진 않다. 단기간에 나보다 높은 레벨에 도달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별로 초조하지 않다. 겁이 많아 슝슝 날아다니는 클라이머가 되는 것은 포기한 대신, 내 몸 전체를 잘 쓰는 법을 연습하는 것에 집중한다. 무게중심을 옮겨가며 팔, 다리, 코어, 발가락 하나하나에 집중하다보면 1시간은 금방이더라고.
20+N년 동안은 생각해본적도 없는 벽타기를 앞으로 남은 Mx10년 동안 하면서 살아야지. 두근두근하구만~
두 번째 취미는 음악감상-이라기엔 너무 고상하고, 공연과 축제를 다니는 것이다. (근데 이제 밴드 음악과 관련된 것이 많은...)
음악은 잘 모르지만, 좋아하는 노래는 많다. 내 플레이리스트에 담긴 노래들이 어떤 장르인지를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나의 플리를 본 Rock쟁이 친구가 "나만큼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라며,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데려갔던 것이 시발점이었다.
한 여름 땡볕 아래에서 하루 종일 뛰어 논다고? 🥵🥵
더위가 몸 속으로 쏘아 들어온다는 열사병(熱射病) 몰라?
돈 내고 병(病)을 사는 일이야.
나는 걷기만 해도 땀을 뻘뻘 흘려서 손수건을 챙겨다닐 정도로 열이 많다. 여름은 질색팔색하기에 친구의 권유에도 쉬이 답하지 못했다. 락페스티벌..은 잘 모르겠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오길래 한 번 가본 것 뿐이었다. 그런데, 내가 상상하던 청춘이 거기 있었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함께 따라부르고, 하루종일 미친듯이 뛰어노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했다. 노래방의 고함과는 차원이 다른 통쾌함, 함께 뛰며 노래하는 동지애, 라이브만의 짜릿함.. 이런 세상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 너무 다행이라 생각했다.
취미 제로 인간이었는데, 이제는 1년 내내 바쁘다. 락 페스티벌 외에도 각종 밴드 공연으로 달력이 시끌시끌하다. 일을 하다가 달력을 보면, N일 후 뛰어놀고 있을 내가 떠올라 기분이 좋다.
20+N년 동안 몰랐던 세상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 남은 Mx10년 동안 즐길 수 있다니, 역시 난 운이 좋다.
20살이 되자마자 나는 이것저것을 했다. 학사 일정보다는 아르바이트와 외부 활동에 관심이 더 많았고, 그 중 내 전공과 관련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대입 멘토링, 수학영어 과외, 데이터 부트캠프, 컨퍼런스 준비위, 워킹 홀리데이, IT 동아리 등 재밌어 보이는 것이 있다면 불나방처럼 뛰어 들었다.
졸업도 미루고 동아리와 커뮤니티 활동에만 집중했던 시기도 있다. 특히 졸업을 앞둔 막학기에는 학교와 회사를 병행했다. 동시에, 큰 커뮤니티의 리딩을 맡으면서 눈코뜰새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주말도 없이 하루 3시간만 자며 버텼다.
어.. 나 회사 다녀..
무사히 졸업하고, 커뮤니티 리딩이 끝난 뒤, 회사일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퇴근 후 공부를 하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외부 활동이 없었다.
몸이 편한데, 뭔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다. 최근의 나는 회사일 외에는 불나방처럼 뛰어들지 않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자책하는 모순된 시간을 보냈다. 링크드인과 인스타그램 등 업계 사람들의 근황을 보면 시들시들한 내 계정이 대조되었다. 회사 밖의 나에 대한 불만족이 있었다.
열흘 전, 지인의 제안으로 100명 규모의 행사 기획을 시작했다. 베타버전의 행사라서 소수의 사람들로 구성되었고, 그만큼 각자의 책임을 더 많이 나눠 가졌다. 덕분에 오랜만에 노션 문서를 정리하고, 슬랙에 아젠다를 모으고 정리하고 소통하면서 조금 정신없는 열흘을 보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추석 전까지 끝내야 하는 회사 일이 많아져 하루 종일 머리를 쥐어 뜯고 있다.
근데, 하루하루가 즐겁다. 내가 막.. 반짝반짝하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혼자 운영할 정도의 성실함은 거의 없다. 학창시절부터 강제하는 장치가 없으면 공부든 뭐든 스스로 꾸준히 하지 않았다. "나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을까"를 자책하면서 움직이지 않는 것은 게으름의 관성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마치 회사처럼, 누군가 내 머리채를 잡고, 달력에 데드라인을 꽂아주길 바랐나보다.
행사를 기획하는 것 역시 하나의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생각에 너무 기분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활동을 시작으로 게으름의 관성을 에너지 넘치던 과거의 나로 되돌리고 싶다. 쉴만큼 쉬었고, 다시 달릴 계기도 생겼다. 한동안 나를 괴롭히던 회사에 대한 고민도 얼추 해결되어 가니, 회사 밖의 나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돌보자.
일하지 않는 나를 사랑할 수 없다는 뜻일까? 이건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다.
TMI) 이 글의 제목은 애니메이션 은혼의 에피소드 중 16화의 제목에서 차용했다. = 내 아이디어는 아니라는 말.
에너지 넘치던 과거의 소령님과 다소 숨을 고르고 있던 지금의 소령님 모두 지나보면 그 때는 그랬어야만 하는 상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늘 버릇처럼 하는 말이 몇가지가 있습니다. '취업하기 전의 내가 더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이렇게 투덜거리면서 출퇴근만 반복하는 나를 미워하곤 했었는데요. 언젠가 무심코 깨달았던 건,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었어요. 취업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마음을 갖고 사는 지금은 그때의 '간절함' 이 사라졌더라구요. 결국 지금의 나에게는 과거의 내 모습을 그리워하는 것보다는 앞으로의 나를 위한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 무언가는 소령님처럼 새로운 활동을 하는 것일수도 있겠고 사라졌던 간절함을 되살릴만한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것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소령님은 공부던 직장생활이던 무언가에 주도적인 흥미를 느껴야 스스로 생기를 느끼시는게 아닌가 감히 추측해봅니다~~ 앞으로도 반짝반짝할 소령님을 응원합니다
글 읽어보면서 생각해보니까, 오히려 20대 초반엔 취미를 갖기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뭐랄까 '제 취미는 이거예요'라고 말할 만큼 지속해서 시간과 돈을 투자할 여유도 없고, 그만큼 자신이 좋아하는게 뭔지 명확하게 답하기 어려운 시기가 아닌가? 그보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경험들을 하고 있느라 이것 저것 시도하는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취미가 뭐에요?'라는 질문에 답하는 꽤 건 아직도 어려운데, 요즘엔 소령님과 비슷하게 공연이나 페스티벌 가는 것 좋아한다구 합니다!
저도 취업하고 나서도 회사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해버리다 보니, 회사 밖의 나를 내팽겨치게 될 때가 많았고 그런 공허한 상태로 꽤 오랜 시간을 보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기에 찐하게 느낀 결핍이 저를 더 이해하게 하고, 그 이후의 선택들의 기준들을 만들어주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소령님도 그런 '회사 밖의 나'에 대한 공허한 시간들을 겪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반짝 반짝 빛나는' 내 모습을 더 소중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