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프로젝트 : Well plate tracker (3) 강원 메이커톤 대회 본선

Leesoft·2023년 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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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는 몇 달 전에 끝났지만, 너무 바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계속 미뤄 두다가 마무리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마지막 일기를 써 봤다!

우선 예전 포스트에서는 React로 만든 웹 앱에 대해서만 적고 실제 제품에 대한 소개가 없어서 간단하게 할 생각이다!

아이디어 자체는 간단한데, 영화에 자주 나오는 레이저 침입 감지 장치(스파이들이 밀가루 뿌리고 피해서 가는 그거)의 원리를 이용한다! Well plate의 각각의 행과 열에 격자식으로 레이저를 배치하고 레이저 빛이 닿는 지점에 빛을 감지하는 센서를 부착해서, 실험자가 스포이트를 어떤 위치에 가져갔는지를 표시해 주는 장치이다!

원래 예선은 고등학교 때 같이 발명 동아리 활동을 했던 친구와 같이 참가했는데 학기 중이기도 하고 시험도 코앞이라 친구가 춘천에 올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아서 본선 시제품 및 PPT 제작은 나 혼자 진행하기로 했다! 같이 했으면 재미있기도 하고 되게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본선은 2022.11.21.~2022.11.25. 이렇게 5일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처음에 이걸 보고 든 생각은 '아두이노도 못 하고 3D 프린터도 안 써 본 내가 이걸 5일 안에 만든다고?'라는 생각이었다.

본선 시작 전 주말에 아두이노에 대해서 이것저것 찾아보긴 했었지만, 실제로 작업실에 가서 부품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지만, 다행히 Wokwi라는 온라인 시뮬레이터가 있어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C 코드의 문법을 사용하였기에 코딩 부분에서는 걱정이 없었던 것 같다.

문제는 회로였는데, 회로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었고 브레드보드 역시 중학교 때 써보다가 포기한 기억이 있어서 검색을 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평소였다면 시제품 제작을 포기했겠지만, 이번에는 팀별로 시제품 제작을 도와줄 멘토님을 소개받았다!

사전 오리엔테이션에서 멘토님을 소개받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내가 아두이노와 3D 프린팅을 안 해 봐서 못 만들 것 같다고 하자 자신이 이 분야 전문가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셔서 너무 든든했고 5일 동안 열심히 해서 아두이노와 3D 프린팅을 배우고, 나중에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설렜다!

나는 동해에 살지만 소개받은 멘토님도 춘천에 계시고,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여러 장비가 있는 시설도 춘천에 있어서 고민 끝에 월, 화, 수 3일 동안 춘천에서 지내면서 집중적으로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은 적도 없는 나에게 어쩌면 3일 동안 혼자 춘천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조금은 무섭기도 했지만,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기도 했어서 춘천에 가는 게 기대가 되기도 했다.

1일차 - 아두이노 공부 및 Mockup 제작

일요일에 서울에서 친구들과의 파티를 마치고 춘천으로 달려와 멘토님이 계신 한림대학교 Open Station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이렇게 각종 아두이노 부품들 및 3D 프린터가 있는 시설인데, 여기에서 멘토님을 실제로 처음 만나서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 계획을 짰다!

월, 화, 수 동안만 춘천에 있을 예정이었기에, 멘토님과 나는 이렇게 계획을 세웠다!

1일차 : 아두이노 부품 실습 및 Mockup 제작
2일차 : Fusion 360 학습 및 3D 프린트를 이용한 시제품 제작
3일차 : DB 연동 구현 및 2차 시제품(제출용) 제작
4~5일차: 코드 오류 수정 및 제출

드디어 그동안 사진으로만 봤던 브레드보드와 시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레이저 모듈, 조도 센서를 실제로 보게 되었다! 먼저 멘토님이 브레드보드의 기본적인 사용법을 알려 주셨는데, 생각보다 쉽고 간단해서 바로 익힐 수 있었다. 나 중학교 때 왜 못 한 거지? 그리고 먼저 레이저 모듈과 조도 센서 하나를 설치해서 빛이 가려질 때 센서 값의 변화가 생기는 것을 확인하였다.

아두이노 보드는 많이 사용하는 UNO 보드를 사용하지 않고, Wifi 및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는 ESP32 모듈을 사용하였는데 이는 나중에 시제품을 웹 DB와 연동해서, 만약 잘못된 위치에 시약을 넣으면 경고를 표시하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다행히 코딩에는 익숙해서, 나는 여기에 도착한 지 약 1시간 만에 아두이노 튜토리얼을 마무리하고 레이저 모듈과 조도 센를 어떻게 쓰는지 알게 되었다!

멘토님이 지시하신 Mockup 제작을 이제 시작하였는데, 멘토님께서는 디자인이나 크기는 전혀 신경쓰지 말고 우드락에 부품을 붙여서, '조잡해도 일단 돌아가는 모형'을 만들라고 하셨다!

나는 이런 걸 만들면 여러 번 만들 자신이 없어서 처음부터 꼼꼼하게 설계하고 신중하게 만들려고 하는 성향이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너무 생각할 것이 많아서 막막하다는 느낌을 받고 일을 시작하지 못한 적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멘토님은 어차피 문제는 거의 항상 발생하고, 그 중에서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셔서 정말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메이커스페이스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다 되기도 했고 해도 저물어서, 나는 Mockup을 만들기 위한 부품인 ESP32, 레이저 모듈 20개, 조도 센서 20개, 그리고 전선을 엄청 많이 챙겨서 숙소로 이동했다! 우드락에 덕지덕지 붙인 부품과 바구니에 담겨 있는 여러 부품을 가지고 택시에 탔다가 숙소로 들어갔는데, 택시 기사님과 숙소 직원 분이 나를 폭탄 테러범처럼 보는 것 같기도 해서 조금 쑥쓰러웠다.

숙소는 이렇게 그냥 자그마한 방인데, 여기에 이렇게 장비들을 놔두고 과자와 캔맥주를 사서 혼자 작업하고 있으니 너무 낭만적이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 놓고 열심히 작업을 하다가 조금 쉬기도 하고, 침대에 조금 눕기도 하고... 작업하는 것 자체는 힘들었지만 처음으로 방을 혼자 써 보니 나만의 공간에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그렇게 수 시간의 노동과 코딩 끝에 멘토님이 지시하신 Mockup 제작에 성공했고, 이렇게 내가 손가락으로 짚은 위치의 번호가 아두이노 시리얼 창에 표시되는 것을 확인한 뒤 새벽 3시쯤 편안하게 잠에 들 수 있었다.

시제품 제작 과정도 힘들고 재미있었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반가운 친구를 만날 기회도 있었다!

오늘 처음으로 멘토님을 만났을 때, 멘토님이 맡으신 다른 두 팀 중 한 참가자가 멘토님을 찾아와서 만나게 되었는데 이 친구도 나처럼 혼자서 본선을 진행하는 친구였다! 사실 나보다 3살이 적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친구라고 불러야지!

이 친구는 한림대학교 1학년 학생인데, 학교에서 키보드를 제작하기도 하는 등 기계 장치와 메이킹에 관심이 많은 친구이다. 처음에 만났을 때 무엇을 만들고 있었는지 서로 공유했는데 그 친구는 아두이노와 전동기, OpenCV를 활용한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 컴퓨터 관련 학과를 가고 싶어했으면서도, 주변에 코딩을 잘 하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또 책이 너무 어렵고 막막해 보인다는 이유로 막상 컴퓨터 언어를 공부해 보지도 않았고 대학교 1학년 때 프로그래밍 수업을 들었어도 수업 외에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 공부해 보지 않았었다. 항상 마음 속에 내가 만들고 싶은 걸 자유자재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는데 벌써 이것저것 찾아서 공부하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친구를 보니 멋있었고, 멘토님과 셋이 밥을 먹으면서 조금이나마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저녁에는 한림대에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에게 연락을 해서, "나 춘천 왔어"라고 말하고 같이 밥을 먹었다! 의대 본과 2학년으로 지금 엄청 바쁘고 힘든 시기일 것 같은데, 그래도 몇 년만에 어쩌면 뜬금없이 연락을 했는데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고등학교 때도 머리가 되게 좋아서 의대에 가서도 잘 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듣던 대로 의대 공부량은 살인적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내가 보기에는...)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은 급하게 찍은 우두동 닭갈비...인데 춘천 친구들은 자주 먹을 것 같기도 하지만 나는 평소에도 닭갈비를 좋아하는지라 정말 맛있게 먹었다!

2일차 - 설계 프로그램을 활용한 시제품 제작

이제 기본 기능이 담겨 있는 회로 구성이 끝났으니 외형을 만들 차례다! 멘토님은 우선 종이에 기본적인 스케치를 해서 오라고 하셨고, 정말 대충 설계도 같이 생긴 스케치를 만들었다!

멘토님은 스케치를 보더니 다행히 곡선 형태가 없어서 3D 프린팅까지는 할 필요가 없고, 단면을 잘라서 끼우는 박스처럼 조립하는 식으로 만들면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에게 Autodesk Fusion 360이라는 모델링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튜토리얼 영상을 보라고 하셨는데, 기능이 정말 많았지만 곡선 형태의 구조가 필요하지 않아 생각보다 적은 기능만으로 만들 수 있었다. 물론 숙련도가 0에 가까워 간단한 설계조차도 수십 분이 걸렸고, 중간중간에 멘토님이 조금씩 도와주셨는데 멘토님은 이 프로그램을 굉장히 능숙하게 사용하셔서 내가 수십 분 걸리는 작업을 1분 안에 하셔서 정말 멋있어 보였다. 사실 그러면서 한 말이 "제가 해 드리면 10분이면 끝나지만 학생이 스스로 해 봐야 하니까, 해 보고 정말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가져오세요!"였는데, 덕분에 스스로 과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안 되면 어떡하지?'와 같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서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제품의 모습인데, 6×4 크기의 well plate에 사용될 10개의 레이저가 통과하는 구멍과 센서를 위치시킬 구멍을 표시하고, 가운데에 well plate가 들어갈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든 모습이며 아래쪽은 회로가 들어갈 수 있도록 비어 있다.

이렇게 설계된 파일을 각각 단면별로 저장하여 3mm MDF라는 재질을 레이저 커터로 잘라서 조립하였는데 레이저 커터라는 장비가 작동되어 내가 설계했던 대로 재료가 잘려 나오는 것이 신기하고 멋있었다!

각각의 부품을 조립하고 윗부분의 홈에 well plate를 끼워넣은 모습인데,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내 상상 속에만 있던 제품의 모습이 눈앞에 있어 너무 좋았다!

이렇게 출력까지 마치고 센서를 넣어 보려 했는데, 처음 스케치를 할 때 센서와 전선이 들어갈 공간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이 공간을 확보한 뒤 다시 커팅까지 마치고 나서 오늘 작업실에서 퇴근할 수 있었다.

춘천에 간 날 인스타그램에 춘천에서 메이커톤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었는데, 춘천교대에 있는 친구와 연락이 닿게 되어 같이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군대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고 이번에 처음 보는 거라서 많이 반가웠던 것 같다! 내가 평소에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았는데, 오랜만에 봐서인지 이야기를 좀 많이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저녁을 먹고 나서는 숙소에 돌아와서, 만든 시제품 위에 레이저와 센서를 붙이고 회로를 연결했는데, 한정된 공간에 회로를 연결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회로 바닥에 여러 개의 브레드보드를 붙이고 긴 전선을 연결해서 나중에 어떤 전선에 어떤 부품이 연결되었는지 헷갈리긴 했지만, 그래도 각각의 전극에 연결할 전선의 색을 어느 정도 정해 두기도 했고 브레드보드를 비롯한 부품과 전선도 넉넉하게 챙겨서 오랜 노동 끝에 회로 연결을 마칠 수 있었다! 아직은 레이저가 정확하게 반대편 구멍에 들어가 센서에 맞지 않는 상태인데, 이건 나중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서 마치기로 했다!

3일차 - DB 연동

3일차에는 원래 있던 작업실을 쓸 수 없는 상황이고 숙소 체크아웃도 해야 하고, 한림대 메이커스페이스에서 인터뷰도 있어서 한림대학교 캠퍼스 안에 있는 메이커스페이스에서 작업을 하기로 했다!

사실 첫날에도 가 보긴 했지만 거의 가 보기만 한 수준이었는데, 오늘은 본격적으로 여기서 동해 가는 버스 시간 전까지 작업을 계속했다. 중간에 메이커스페이스에 한림대학교 교수님께서 방문하셔서 내가 작업하는 모습을 여기저기 둘러보시고 호기심에 질문도 많이 하시면서 대단하다고 칭찬도 많이 해 주셨는데, 이렇게 누가 어떤 걸 만들더라도 도전하고 노력하는 것 자체를 되게 긍정적으로 바라보시는 분이라서 좋았다! 나중에는 학교 이야기와 아는 교수님 이야기를 하기도 하면서 친해졌고, 한림대 학생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장비를 사용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와서 사용해도 된다고까지 해 주셔서 감사했다!

레이저 정렬은 지금 해도 어차피 집에 가다가 제품이 충격을 받으면 틀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집에 가서 하기로 했고, 오늘 할 일은 well plate에서 가리키고 있는 well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작업이었다. 위의 사진처럼 well의 정보를 숫자로 표시해 둔 뒤, 사용하지 않는다고 표시한 well에 접근하면 경고를 하는 기능이다.

본선 기간 전에 Wifi와 DB 연동 기능을 만들어 두었고, 2일차까지 레이저와 센서 회로를 구성하고 조립까지 했으니 이제 코드만 합치면 된다는 생각으로 가볍고 들뜬 마음으로 작동을 시켰는데...

이상하게 10개의 센서 값 중 마지막 하나만 읽히는 문제가 생겼고, 멘토님도 원인을 잘 모르는 데다가 당시에 같이 있지도 않아서 도와줄 수 없었다. 심지어 에러 메시지가 뜨지도 않고 그냥 잘못 작동하는 거라서 구글링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어 몇 시간을 고민했는데, 나중에 보니 사용한 ESP32 모듈에서는 Wifi 기능을 사용할 때 몇 개의 핀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사용할 수 없는 핀을 제외하고 남은 핀의 개수가 10개가 되지 않아서 이대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다른 아두이노 모듈을 새로 부착한다면 해결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했기에 어쩔 수 없이, 최초 부팅 시 Wifi로 DB 정보를 장치에 저정하고 Wifi를 끄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마지막으로 잘못된 well에 접근 시 경보를 울리기 위해서 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려 했지만, 또 아쉽게도 맞는 부품이 없었고 부저로 대체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부저를 몇 개 챙겨서 집으로 돌아갔다!

버스를 탈 때 옷 가방뿐만 아니라 만든 시제품과 다른 부품들, 우드락까지 챙기니까 짐이 너무 많아서 버스에서 몸을 찌그러뜨려서 오느라 힘들었다...

맞다, 그리고 마침 한림대에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가 있어서 또 오랜만에 만나서 점심을 먹었는데, 근처에 파스타 맛집이 있다고 해서 행복한 마음으로 크림 파스타를 먹었다! 이 친구는 곧 졸업을 앞둔 컴퓨터공학과 4학년인데, 앞으로 내가 겪게 될 3, 4학년 이야기를 미리 들으니 학교로 돌아가는 게 겁이 나기도 하고 지옥 같은 3, 4학년을 잘 마무리했다니 멋있기도 했다.

4일차 - 부저 장착 및 레이저 정렬

사실 메이커톤 전 토요일부터 친구들과 파티룸을 잡고 놀기로 해서,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 계속 집 밖에 있다가 오랜만에 집에 오니 정말 편했고, 레이저 정렬도 아빠의 도움을 받아서 생각보다 금방 끝낼 수 있었다. 혼자 했으면 레이저를 잡고 있어 줄 사람이 없어서 정말 오래 걸렸을 텐데...

집에 오면 좀 편안할 줄 알았는데, 부저가 또 소리가 나지 않아서 몇 시간 동안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하고 원인을 찾아보니, 납땜을 해야 한다고 했었는데 집에는 납땜기가 없었지만, 이 아니면 잇몸을 쓴다는 마음으로 전선 연결부를 자르고 강력본드를 붙여서 어떻게든 해결했는데 멘토님이 신기하다고 했다.

그렇게 4일 간의 사투 끝에 시제품 제작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제 돌아오는 월요일인 11월 21일 최종 발표를 준비하면 되는데, 나는 발표 자료 PPT를 월요일까지 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사실 18일 금요일까지여서, 시제품 제작을 마치고도 밤을 새워서 급하게 PPT를 만들고, 금요일에 시제품 제출을 위해 춘천까지 가면서 차 안에서도 PPT를 만들어서 겨우 제출할 수 있었다!

5일차~ - 시제품 제출... 그리고?

그렇게 오래 집을 비웠음에도 집에 하루 있다가 다시 부모님과 함께 춘천으로 와서, 메이커스페이스의 교수님 그리고 어떻게 보면 경쟁자였지만 3일 동안 동고동락한 한림대 1학년 친구와 인사를 나누고 그 친구의 막바지 작업을 좀 도와주고 제품을 제출하고 나니 엄청 후련했다!

그리고 나서는 다음 일정인 철원으로 향했는데...

사실 메이커톤을 하기 전에, 탁구 대회를 몇 번 같이 나갔던 분이 주말에 철원 전국 탁구 대회가 있는데 같이 나가자고 하신 것이었다! 사실 시간은 되는데, 동해에서 철원 가는 교통편을 찾아보니 서울을 거쳐야만 해서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서울에 오라면서 10만 원을 입금해 주시니 이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나는 부모님과 함께 춘천에 온 상황이라 서울에 가지 않고 바로 철원 숙소에 도착했는데, 여기도 혼자 방을 써서 너무 편했다! 방에서는 발표 대본을 좀 쓰다가 친구와 몇 시간씩 전화도 했다가 욕조에 물을 받아서 목욕도 했다가... 했는데 혼자 여행 오는 사람들은 이 맛에 오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탁구 대회를 하면 시합과 시합 사이에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지루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월요일에 최종 발표가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이 발표를 준비할 수 있었고 발표 준비 말고 달리 할 일도 없었기에 나름 꼼꼼히 준비했던 것 같다!

심지어 혼합복식에서 처음 보는 분과 호흡을 맞추어서 준우승을 했는데 경품도 당첨이 되어서, 지금까지 나갔던 탁구 대회 중에 가장 많은 상품을 받을 수 있었다! 어쩌면 최고의 선택이었을지도...?

대회가 끝나고 나서는 다시 서울을 거쳐 춘천으로 오면서, 급하게 숙소를 알아봤는데 2만 원짜리 방이 있어서 바로 예약하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아늑했다!

발표 준비를 할 때는 치킨이 필요하니까 치킨을 시켰고, 700m 정도 되는 거리라 산책 겸 걸어가다가 공지천 산책로를 봤는데, 너무 예뻤다...

그래서 춘천 사는 친구들한테 공지천 너무 예쁘지 않냐고 했었는데 별 감흥이 없어서, 나만 이상한 사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동해 바다 보러 전국에서 오는데 막상 현지인인 나는 큰 감흥이 없으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대회 때 발표 준비를 어느 정도 해 둬서인지, 막상 숙소에서 발표 준비는 한두 시간만 하고 친구랑 전화하면서 게임을 하다가 치킨을 먹다가 하면서 보냈다!

최종 발표

드디어 최종 발표 날이 왔고, 발표장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제비뽑기로 순서를 정하면서 입장했는데 기가 막히게 10팀 중 1번을 뽑아버렸다! 한림대 1학년 친구가 그 모습을 보고 나를 위로해 주었는데, 나는 매도 먼저 맞자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프레젠테이션 10분, 질의응답 10분으로 총 20분 동안 발표를 진행했었는데, 심사위원 분들은 특정 분야의 지식도 있으셨지만 창업 및 사업화 부분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계셨다. 사실 우리 팀의 작품은 생명과학 실험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연구 분야 시장을 공략한다는 취지로 발표하였기 때문에 심사위원 분들이 어쩌면 깊이 알지 못하는 분야여서 크게 질의응답에 어려움은 없었고, 이전에 특허 출원이랑 등록 경험도 있어서 특허 관련 질문에도 무리 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팀은 일반인 혹은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사업화 계획을 세워 발표했는데, 전문가 분들의 질문이 엄청 엄청 날카로워서 나는 '저거 되게 좋은 것 같은데?' 했던 제품까지도 폭풍처럼 공격하셔서 사실 좀 놀랐다. 그러고 보니 오히려 처음에 발표한 게 나았던 것 같기도 하고...

모든 발표가 끝나고 수상자 발표가 있었는데, 나는 여기서 3등에 해당하는 우수상을 수상했고 200만 원 상당의 전자기기인 노트북을 받을 수 있었다! 다른 팀들이 뛰어나기도 했고, 아무래도 혼자 제작을 하다 보니 2~5명으로 이루어진 다른 팀보다 제품의 완성도가 조금 떨어진 것이 아쉬운 점으로 남은 것 같다!

한편 시상식 자리에서는 한림대학교 메이커스페이스에서 만난 교수님이 또 계셨고 다른 수상자 분들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도 있었는데, 다른 분들은 이미 창업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이러한 대회를 나가 본 경험도 있고 창업에 대한 의지도 강했던 것 같다! 최우수상을 수상하신 다른 분은 나에게 명함을 주시며 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해도 좋다고 하셨는데, 명함을 받은 게 처음이라 조금 당황했지만 이렇게 아는 사람도 생기고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분도 있어서 재미있었다!

느낀 점

어쩌면 군대 전역 이후 복학 전까지 제일 바쁜 시기였고, 10일 정도 동안 집에 들어오지 못해서 힘들기도 했지만 혼자 다니면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도 있었고 중간중간에 여유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춘천에 있었던 3일 동안 고등학교 때 친구들을 만났었는데, 모두들 정말 오랜만에 연락했는데도 같이 밥을 먹을 시간도 내 주고, 밥을 사 주기도 해서 고마웠고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고, 평소에는 접해 보지 못했던 아두이노와 3D 설계 프로그램도 사용해 볼 수 있어, 어떻게 보면 나의 꿈 중 하나인 '내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자'에 한 발 가까워진 것 같아 스스로 매우 많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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