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객체

HeeSeong·2022년 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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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체지향 패러다임은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다양한 객체들이 모여 현실 세계를 이루는 것처럼 소프트웨어의 세계 역시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객체들이 모여 이뤄져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객체지향 패러다임의 목적은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세계에서 살아가는 객체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객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실 세계의 전등은 사람의 손길 없이는 스스로 불을 밝힐 수 없지만 소프트웨어 세계의 전등은 외부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전원을 켜거나 끌 수 있다.

1. 객체, 그리고 이상한 나라


앨리스는 굴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
앨리스는 복도 주변을 둘러보다 커튼 뒤에 숨겨져 있던 작은 문을 발견했다.
그 문 뒤에는 아름다운 정원이 보인다.
하지만 문의 높이는 40cm밖에 되지않아 지나 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때 앨리스는 키를 작게 할 방법을 생각한다.
탁자 위에 '마셔라'라고 되있는 음료수 병이 있다.
음료수를 마시는 순간 키는 24cm로 작아졌다

탁자 아래에 놓여 있는 케이크가 있다.
앨리스가 케이크를 베어 물자 이번에는 머리가 천장에 닿을 만큼 커졌다.

앨리스는 더위를 식힐 요량으로 토끼가 떨어뜨린 부채를 이용해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앨리스의 몸이 서서히 작아지더니 60cm 크기로 줄어들고 말았다.

앨리스는 버섯의 한쪽을 먹어 몸을 키우다가 몸이 너무 커지면 반대 쪽을 먹어 몸을 작게 줄였다.

앨리스 객체

앞의 이야기는 앨리스가 겪고 있는 키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앨리스는 정원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작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자신의 키를 줄이거나 늘렸다. 앨리스는 정원으로 통하는 문을 통과하기에 적당한 상태로 자신의 키를 계속해서 변화시킨 것이다. 문을 통과하기에 적당한 상태란 바로 문을 통과하기에 적절한 키를 의미한다. 따라서 특정 시점의 앨리스의 상태란 특정 시점에서의 앨리스의 키를 의미한다.

앨리스의 키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한다. 앨리스의 키를 변화시키는 것은 앨리스의 행동이다. 앨리스가 하는 행동에 따라 앨리스의 상태가 변하게 된다.

앨리스의 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행동이지만 행동의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상태다. 케이크를 먹거나 부채질을 하기 전에 앨리스의 키가 얼마였느냐가 케이크를 먹거나 부채질을 한 후의 앨리스의 키를 결정한다. 따라서 앨리스가 한 행동의 결과는 앨리스의 상태에 의존적이다.

어떤 행동의 성공 여부는 이전의 어떤 행동들이 발생했는지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도 눈여겨보기 바란다. 앨리스가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문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을 작게 줄여야 한다. 따라서 앨리스는 문을 통과하기 전에 먼저 키를 작게 줄이기 위해 음료나 케이크를 먹어야 한다.

이것은 행동간의 순서가 중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을 통과하는 행동이 성공하려면 음료나 케이크를 먹는 행동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행동에 의해 앨리스의 상태가 변경되더라도 앨리스가 앨리스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앨리스의 키가 집을 부숴버릴 정도로 커지거나 쐐기벌레를 올려다 봐야 할 정도로 작아지더라도 앨리스는 그 누구도 아닌 앨리스 자신이다. 앨리스의 키가 작아지더라도 주변 사람들은 앨리스를 앨리스라고 부른다. 따라서 앨리스는 상태 변경과 무관하게 유일한 존재로 식별 가능하다.


2. 객체, 그리고 소프트웨어 나라


하나의 개별적인 실체로 식별 가능한 물리적인 또는 개념적인 사물은 어떤 것이라도 객체가 될 수 있다. 인간의 인지 능력 안에서 개수를 셀 수 있고, 다른 사물과 구분할 수 있으며, 생성 시점을 알 수 있고, 독립적인 하나의 단위로 인식할 수 있는 모든 사물은 객체다. 객체의 다양한 특성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객체를 상태(state), 행동(behavior), 식별자(identity)를 지닌 실체로 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객체란 식별 가능한 개체 또는 사물이다. 객체는 구체적인 사물일 수도 있고, 추상적인 개념일 수도 있다. 객체는 구별 가능한 식별자, 특징적인 행동, 변경 가능한 상태를 가진다. 소프트웨어 안에서 객체는 저장된 상태와 실행 가능한 코드를 통해 구현된다.


상태


왜 상태가 필요한가?

객체가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는 그 시점까지 객체에 어떤 일이 발생했느냐에 좌우된다.
어떤 행동의 결과는 과거의 어떤 행동들이 일어났느냐에 의존한다.

일반적으로 과거에 발생한 행동의 이력을 통해 현재 발생한 행동의 결과를 판단하는 방식은 복잡하고 번거로우며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인간은 행동의 과정과 결과를 단순하게 기술하기 위해 상태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상태를 이용하면 과거의 모든 행동 이력을 설명하지 않고도 행동의 결과를 쉽게 예측하고 설명할 수 있다.
상태를 이용하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기반으로 객체의 행동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상태는 근본적으로 세상의 복잡성을 완화하고 인지 과부하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개념이다.


상태와 프로퍼티

앨리스는 객체다. 음료, 케이크, 부채, 버섯 모두 객체다. 토끼는 객체이며 문 역시 객체다. 이들은 뚜렷한 경계를 가지며 식별 가능하고 상태와 행동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객체인 것은 아니다.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음에도 객체의 영역에 포함시킬 수 없는 것들도 존재한다. 앨리스의 키와 위치는 객체가 아니다. 음료와 케이크의 양은 객체가 아니다. 문이 열려있는지 여부도 객체가 아니다.

숫자, 문자열, 양, 속도, 시간, 날짜, 참/거짓과 같은 단순한 값들은 객체가 아니다. 단순한 값들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의미를 가지기보다는 다른 객체의 특성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다. 다시 말해 다른 객체의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때로는 단순한 값이 아니라 객체를 사용해 다른 객체의 상태를 표현해야 할 때가 있다. 앨리스가 현재 음료를 들고 있는 상태인지를 표현하고 싶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간단하고 직관적인 방법은 앨리스의 상태 일부를 음료라는 객체를 이용해 표현하는 것이다.



모든 객체의 상태는 단순한 값과 객체의 조합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때 객체의 상태를 구성하는 모든 특성을 통틀어 프로퍼티(property) 라고 한다. 앨리스의 경우 키, 위치, 음료가 앨리스의 프로퍼티가 된다. 일반적으로 프로퍼티는 변경되지 않고 고정되기 때문에 정적이다. 반면 프로퍼티 값(property value) 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경되기 때문에 동적이다.

이처럼 객체와 객체 사이의 의미 있는 연결을 링크(link) 라고 한다. 객체와 객체 사이에 있는 링크가 존재해야만 요청을 보내고 받을 수 있다. 즉, 객체의 링크를 통해서만 메세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링크는 객체가 다른 객체를 참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일반적으로 한 객체가 다른 객체의 식별자를 알고 있는 것으로 표현된다.

객체 간의 선으로 표현되는 링크와 달리 객체를 구성하는 단순한 값은 속성(attribute) 이라고 한다.
앨리스의 키와 위치는 단순한 값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속성이다. 객체의 프로퍼티는 단순한 값인 속성과 다른 객체를 가리키는 링크라는 두 가지 종류의 조합으로 표현할 수 있다.

상태는 특정 시점에 객체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집합으로 객체의 구조적 특징을 표현한다. 객체의 상태는 객체의 존재하는 정적인 프로퍼티와 동적인 프로퍼티 값으로 구성된다. 객체의 프로퍼티는 단순한 값과 다른 객체를 참조하는 링크로 구분할 수 있다.

객체는 자율적인 존재라는 점을 명심하자. 객체지향의 세계에서 객체는 다른 객체의 상태에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도, 상태를 변경할 수도 없다. 자율적인 객체는 자신의 상태를 책임져야 한다. 외부의 객체가 직접적으로 객체의 상태를 주무를 수 없다면 간접적으로 객체의 상태를 변경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행동은 다른 객체로 하여금 간접적으로 객체의 상태를 변경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객체는 스스로의 행동에 의해서만 상태가 변경되는 것을 보장함으로써 객체의 자율성을 유지한다.


행동


상태와 행동

객체의 상태는 저절로 변경되지 않는다. 객체의 상태를 변경하는 것은 객체의 자발적인 행동뿐이다.
객체가 취하는 행동은 객체 자신의 상태를 변경시킨다. 객체의 행동에 의해 객체의 상태가 변경된다는 것은 행동이 부수효과(side effect)를 초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수 효과의 개념을 이용하면 객체의 행동을 상태 변경의 관점에서 쉽게 기술할 수 있다. 앨리스가 케이크를 먹는 행위는 앨리스의 키를 작게 변화시키고 케이크의 양을 줄이는 부수 효과를 야기한다.

객체의 행동은 객체의 상태를 변경시키지만 행동의 결과는 객체의 상태에 의존적이다. 음료를 마신 후의 앨리스의 키는 음료를 마시기 전의 앨리스의 키보다 작아져야 한다. 이것은 음료를 마시는 행동의 결과가 앨리스의 키에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앨리스가 문을 통과할 수 있는지는 앨리스의 키가 현재 몇 cm인지에 달려있다.


상태와 행동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관계가 있다.

  • 객체의 행동은 상태에 영향을 받는다

  • 객체의 행동은 상태를 변경시킨다.


상태라는 개념을 이용해 행동을 두 가지 관점에서 서술할 수 있다.

  • 상호작용이 현재의 상태에 어떤 방식으로 의존하는가

  • 상호작용이 어떻게 현재의 상태를 변경시키는가


앨리스가 통과해야 하는 문의 크기가 40cm라고 가정하면 문을 통과하는 행동은 과거의 행동을 돌아볼 필요 없이 앨리스의 '키'와 '위치'라는 두 가지 상태를 이용해 간단하게 서술할 수 있다.

  • 앨리스의 키가 40cm이하라면 문을 통과할 수 있다.

  • 문을 통과한 후에 앨리스의 위치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바뀐다.


협력과 행동

어떤 객체도 섬이 아니다.
객체는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다른 객체를 이용하고 다른 객체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객체는 다른 객체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며 '협력하는 객체들의 공동체'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한다.

객체가 다른 객체와 협력하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객체에게 요청을 보내는 것이다. 요청을 수신한 객체는 요청을 처리하기 위해 적절한 방법에 따라 행동한다.

객체는 수신된 메세지에 따라 적절히 행동하면서 협력에 참여하고 그 결과로 자신의 상태를 변경한다.

객체는 협력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의 상태뿐만 아니라 다른 객체의 상태 변경을 유발할 수도 있다.
앨리스가 음료를 마시면 앨리스 자신의 키가 작아지는 동시에 앨리스가 먹은 양만큼 음료의 양이 줄어야 한다.
음료를 마시는 앨리스의 행동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음료의 상태 변경도 유발한다.


객체의 행동은 이 두 가지 관점의 부수효과를 명확하게 서술해야 한다.

  • 객체 자신의 상태 변경

  • 행동 내에서 협력하는 다른 객체에 대한 메세지 전송


행동이란 외부의 요청 또는 수신된 메세지에 응답하기 위해 동작하고 반응하는 활동이다. 행동의 결과로 객체는 자신의 상태를 변경하거나 다른 객체에게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다. 객체는 행동을 통해 다른 객체와의 협력에 참여하므로 행동은 외부에 가시적이어야 한다.


상태 캡슐화

객체지향의 세계에서 모든 객체는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관리하는 자율적인 존재다. 앨리스 객체의 키를 작게 만드는 것이 앨리스 자신인 것 처럼 음료 객체의 양을 줄이는 것은 음료 자신이어야 한다. 앨리스는 직접적으로 음료의 상태를 변경할 수 없다. 단지 음료에게 자신이 음료를 마셨다는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을 뿐이다. 음료의 양을 줄이는 것은 메세지를 전달받은 음료 스스로의 몫이다.

음료의 양이 줄어들 것인지는 메세지를 수신한 음료가 결정할 사항이며, 앨리스와는 무관하다. 단지 앨리스는 음료의 양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을 믿고 요청을 전달할 뿐이다.

엘리스에게 전달되는 메세지는 drinkBeverage()이고 음료에게 전달되는 메세지는 drunken(quantity)다. 두 메세지를 보고 앨리스의 키가 줄어든다거나 음료의 양이 줄어든다는 상태 변경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메세지 송신자는 메세지 수신자의 상태 변경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

이것이 캡슐화가 의미하는 것이다. 객체는 상태를 캡슐 안에 감춰둔 채 외부로 노출하지 않는다. 객체가 외부에 노출하는 것은 행동뿐이며, 외부에서 객체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역시 행동뿐이다.

상태를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고 행동을 경계로 캡슐화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객체의 자율성을 높인다. 자율적인 객체는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하기 때문에 객체의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객체의 지능도 높아진다. 협력에 참여하는 객체들의 지능이 높아질수록 협력은 유연하고 간결해진다.

결론적으로 상태를 잘 정의된 행동 집합 뒤로 캡슐화하는 것은 객체의 자율성을 높이고 협력을 단순하고 유연하게 만든다. 이것이 상태를 캡슐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식별자


객체란 인간의 인지 능력을 이용해 식별 가능한 경계를 가진 모든 사물을 의미한다. 객체가 식별 가능하다는 것은 객체를 서로 구별할 수 있는 특정한 프로퍼티가 객체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프로퍼티를 식별자라고 한다. 모든 객체는 식별자를 가지며 식별자를 이용해 객체를 구별할 수 있다.

값과 객체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값은 식별자를 가지지 않지만, 객체는 식별자를 가진다는 점이다. 시스템을 설계할 때는 이런 단순한 값과 객체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값(value)은 숫자, 문자열, 날짜, 시간, 금액 등과 같이 변하지 않는 양을 모델링한다. 흔히 값의 상태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불변 상태(immutable state)를 가진다고 말한다. 값의 경우 두 인스턴스의 상태가 같다면 두 인스턴스를 같은 것으로 판단한다.

값이 같은지 여부는 상태가 같은지를 이용해 판단한다. 값의 상태가 같으면 두 인스턴스는 동일한 것으로 판단하고 상태가 다르면 두 인스턴스는 다른 것으로 판단한다. 이처럼 상태를 이용해 두 값이 같은지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을 동등성(equality)이라고 한다. 상태를 이용해 동등성을 판단할 수 있는 이유는 상태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값의 상태는 결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시점에 동일한 타입의 두 값이 같다면 언제까지라도 두 값은 동등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값은 오직 상태만을 이용해 동등성을 판단하기 때문에 인스턴스를 구별하기 위한 별도의 식별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객체는 시간에 따라 변경되는 상태를 포함하며, 행동을 통해 상태를 변경한다. 따라서 객체는 가변 상태(mutable state)를 가진다고 말한다. 타입이 같은 두 객체의 상태가 완전히 똑같더라도 두 객체는 독립적인 별개의 객체로 다뤄야 한다. 이름이 앨리스이고 키가 동일한 두 사람이 함께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누구도 두 사람을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두 객체의 상태가 다르더라도 식별자가 같다면 두 객체를 같은 객체로 판단할 수 있다. 이처럼 식별자를 기반으로 객체가 같은지를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을 동일성(identical)이라고 한다.

식별자란 어떤 객체를 다른 객체와 구분하는 데 사용하는 객체의 프로퍼티다. 값은 식별자를 가지지 않기 때문에 상태를 이용한 동등성 검사를 통해 두 인스턴스를 비교해야 한다. 객체는 상태가 변경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식별자를 이용한 동일성 검사를 통해 두 인스턴스를 비교할 수 있다.


  • 객체는 상태를 가지며 상태는 변경 가능하다.

  • 객체의 상태를 변경시키는 것은 객체의 행동이다.

    • 객체의 결과는 상태에 의존적이며 상태를 이용해 서술할 수 있다.
    • 객체의 순서가 결과에 영향을 준다.
  • 객체는 어떤 상태에 있더라도 유일하게 식별 가능하다.


3. 기계로서의 객체


객체지향의 세계를 창조하는 개발자들의 주된 업무는 객체의 상태를 조회하고 객체의 상태를 변경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객체의 상태를 조회하는 작업을 쿼리(query)라고 하고, 객체의 상태를 변경하는 작업을 명령(command)이라고 한다. 객체가 외부에 제공하는 행동의 대부분은 쿼리와 명령으로 구성된다.

버틀란드 마이어는 [ Object-Oriented Software Construction ]에서 객체를 우리가 친숙하게 알고 있는 한 가지 사물에 비유해서 설명하고 있다. 바로 기계다.

마이어가 제시한 기계로서의 객체라는 의미지는 차가운 금속 외피로 둘러싸인 블랙박스다. 사람은 기계의 내부를 직접 볼 수는 없고, 기계의 외부에 부착된 사각형과 원모양의 버튼을 이용해서만 기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사각형 모양의 버튼을 누르면 객체의 상태를 변경할 수 있다. 사각형 버튼을 누른 시점에는 변경된 상태를 직접 눈으로 볼 수는 없다. 대신 원하는 시점에 원 모양의 버튼을 눌러 객체의 상태를 조회할 수 있다.

사용자가 객체 기계의 버튼을 눌러 상태를 변경하거나 상태 조회를 요청하는 것은 객체으 ㅣ행동을 유발하기 위해 메세지를 전송하는 것과 유사하다. 버튼을 누르는 것은 기계의 사용자지만 눌린 버튼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동작할지는 기계 스스로 결정한다.

이것은 객체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객체가 제공하는 행동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사용자는 객체가 제공하는 명령 버튼과 쿼리 버튼으로 구성된 인터페이스를 통해서만 객체에 접근할 수 있다.


4. 행동이 상태를 결정한다


상태를 먼저 결정하고 행동을 나중에 결정하는 방법은 설계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1. 상태를 먼저 결정할 경우 캡슐화가 저해된다. 상태에 초점을 맞출 경우 상태가 객체 내부로 깔끔하게 캡슐화되지 못하고 공용 인터페이스에 그대로 노출되버릴 확률이 높아진다.

  2. 객체를 협력자가 아닌 고립된 섬으로 만든다. 객체가 필요한 이유는 애플리케이션 문맥 내에서 다른 객체와 협력하기 위해서다. 상태를 먼저 고려하면 협력이라는 문맥에서 멀리 벗어난 채 객체를 설계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협력에 적합하지 못한 객체를 창조하게 된다.

  3. 객체의 재사용성이 저하된다. 객체의 재사용성은 다양한 협력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상태에 초점을 맞춘 객체는 다양한 협력에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사용성이 저하된다.


협력에 참여하는 훌륭한 객체 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상태가 아니라 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어떤 행동을 원하느냐가 어떤 객체가 적합한지를 결정한다.

객체지향 설계는 애플리케이션에 필요한 협력을 생각하고 협력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행동을 생각한 후 행동을 수행할 객체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수행된다. 행동을 결정한 후에야 행동에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를 고려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필요한 상태가 결정된다.


5. 은유과 객체


두 번째 도시전설

객체지향을 현실 세계의 모방이라고 보는 관점은 객체지향 분석/설계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객체를 모방한 후 필요한 부분만 취해 소프트웨어 객체로 구현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흔히 객체지향을 현실 세계의 추상화라고도 하는데, 그 안에는 현실 세계를 모방해서 단순화한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여기서 추상화(abstraction)란 실제의 사물에서 자신이 원하는 특성만 취하고 필요 없는 부분을 추려 핵심만 표현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런 관점의 중심에는 현실 세계를 면밀히 관찰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실제 객체들의 특징을 간추리고 요약해서 소프트웨어 객체로 추상화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객체지향 세계는 현실 세계의 단순한 모방이 아니다.


의인화

현실 속의 객체와 소프트웨어 객체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현실 속에서는 수동적인 존재가 소프트웨어 객체로 구현될 때는 능동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객체가 현실 객체의 부분적인 특징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객체가 가지지 못한 추가적인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레베가 워프스브록은 현실의 객체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객체의 특징을 의인화(anthropomorphism)라고 부른다.

의인화 관점에서 소프트웨어를 생물로 생각하자. 모든 생물처럼 소프트웨어는 태어나고, 삶을 영위하고, 그리고 죽는다.

심지어 현실 세계에는 존재조차 하지 않는 것들도 소프트웨어 안에서는 생생한 생명을 가진 존재로 재탄생한다.
소프트웨어 안에 구축되는 객체지향 세계는 현실의 모습을 조금 참조할 뿐 궁극적인 목적은 현실과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은유

객체지향의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에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다만 모방이나 추상화의 수준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의 유사성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현실 세계와 객체지향 세계의 관계를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은유(metaphor)이다.

은유란 실제로는 적용되지 않는 한 가지 개념을 이용해 다른 개념을 서술하는 대화의 한 형태다. 현실 속의 객체의 의미 일부가 소프트웨어 객체로 전달되기 때문에 프로그램 내의 객체는 현실 속의 객체에 대한 은유다.

은유는 표현적 차이 또는 의미적 차이라는 논점과 관련성이 깊다. 여기서 차이란 소프트웨어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습과 실제 소프트웨어의 표현 사이의 차이를 의미한다. 은유 관계에 있는 실제 객체의 이름을 소프트웨어 객체의 이름으로 사용하면 표현적 차이를 줄여 소프트웨어의 구조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객체에 대한 현실 객체의 은유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경우 표현적 차이를 줄일 수 있으며, 이해하기 쉽고 유지보수가 용이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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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성장하고 싶은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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