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과거

몰입에 관하여.

고등학교 시절 처음 기타를 처음 접했다. 우습지만 당시에 '여수밤바다'라는 노래를 내 손으로 꼭 쳐보고 싶어서, 무작정 기숙사에 굴러다니는 기타를 들고 유튜브를 뒤졌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에 꽤나 공을 들였다. 주말에 집에도 가지 않고 방에서 연습을 계속했고, 손가락엔 굳은살이 날로 늘었다. 결국 학교 축제에서 공연도 하고, 덕분에 대학에 입학해서 동아리도 하고, 기타는 아직까지도 소중한 취미로 남아있다.

돌이켜 보면, 파고들어가는 재미를 처음 경험한 순간이지 않았나 싶다. 다른 사람이 시키지 않더라도 시간을 쓰고 신경을 쓰게 되는 일. 사소한 경험일지도 모르지만, 나의 무의식 속 나름의 성공경험으로 자리하면서 고집으로 노력하기, 무작정 따라하기 라는 나만의 방법론도 발견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대학 1학년 교양수업 때 python으로 난생 처음 세상과의 조우를 하고

print('Hello World!')

'융합소프트웨어'라는 융합전공트랙을 선택했다. 개인적으로 공부도 하면서 과목을 다 이수하고 나니, 프로젝트 경험이 고팠다. 교내 컴퓨터 공학과에서는 운영체제, 어셈블리어 등의 수업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소문과 그 악랄함(?)을 익히 들었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섣불리 도전하기는 쉽지 않았다. 사실 코딩을 계속 해야하는지 고민하던 시절이기도 했다. 결국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고, 오로지 개발만을 위해 완전히 몰입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 나섰다.

교내 커뮤니티에 정글 5기 모집을 소개하는 글을 봤다. 단순히 지식을 주입받기 보다,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기 위한 태도를 함양하고 그 기초를 닦는 과정이라는 정글의 교육 목표가 인상적이었다. 꼭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원했고,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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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속 나의 자세

정글 입소 후 운영진 분들의 말씀을 여러차레 듣고, 휘몰아치는(?) 미니 프로젝트도 경험하면서 내가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1. 현실에 집중할 예정이다.

나는 여태껏 행동하기도 전에 지레 그 행동의 의미를 찾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일을 할 때 하기 전, 하는 중에 너무 의미에 몰두해 집중하지 못했던 기억이 많다. 하고자 하는 일이 명확하다면 일단은 충실히 행동해야하지 않을까.

의장님의 말씀처럼 빡빡한 일정 속에서 지금 내가 당면한 과제를 수행하다보면 자연스레 현실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산다는 것이 전산학의 기본 지식을 배워나가는 입장에서 도움이 됨은 물론이거니와, 나의 전반적인 삶의 태도로서도 스며들 수도 있으니 더더욱 필요한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2. 나의 삶을 살 예정이다.

개인으로서 독립하고 싶다. 소속감으로 무장한 나약한 구성원이기 보다는, 나만의 삶을 가진 단단한 개인이 되고싶다. 정글의 커리큘럼 자체가 팀플레이 안에서 각자의 속도로 개인적인 로드를 충실히 수행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지고 갈 수 있는 태도라고 생각이 든다.

3. 동료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융합소프트웨어 전공을 이수하기는 했지만, 실제 구현이 포함된 팀프로젝트는 전무했다. 개인적으로 웹개발을 공부할 때도 그랬다. 주제별로 팀이 바뀌면서 협동해야 하는 정글에서는 그러한 경험들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기술적인 협업에서는 물론이고, 인적 자원으로서 개인들의 결합 과정에서도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우고 싶은 지점들이 많다.

더불어서 정글에서 만난 분들과 오래 알고 지내고 싶은 기분이 든다. 커리어 동료로서 앞으로의 희노애락을 함께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같이 나아가고 싶다. 아주 감사하게도 다들 인간적으로 따뜻하고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인 것 같다.

4. 기록할 예정이다.

글을 항상 일종의 과제로서 대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기록을 즐기지는 않았던 것 같다. 더군다나 생각이 많은 성격에 글을 하나 쓰려고 하면 몇 시간씩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라 시작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정글에 입소한 지 일주일이 채 안된 시점이지만, 프로그래밍 배경이 있거나 과제 수행 시 생산성(?)이 뛰어났던 동료들의 공통점은 기록을 한다는 점이었다. 미니 프로젝트를 할 때 함께 했던 두명의 동료들 또한 노션, 엑셀, vi에서 마크다운 등을 활용해 워크플로우나 todo리스트를 작성하고 있었다.

정글에서도 역시 매주 일요일 개발일지를 작성하라는 주문이 있었기에, 이참에 기록하는 습관을 꼭 가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 TIL을 하면 좋겠지만 정말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내가 배웠던 것, 느꼈던 것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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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후 나의 모습

2월달의 나, 보고있니...?

일단 다 제쳐두고,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으면 좋겠다. 살면서 정말 진한 뿌듯함을 느껴본 적이 있던가? 그만큼 후회없이 나를 갈아 넣겠다는 말이다...

그리고 나서 다음과 같은 항목을 갖춘 '주니어 개발자'로서 돈을 벌고 있었으면 좋겠다. 열심히 세상에 나를 던지고 있어도 좋다.

• 컴퓨터라는 전기 신호 기계(이게 맞나?) 의 구조에 대한 지식과 흥미
• 알고리즘 문제 풀이에 대한 실력과 흥미
• 기록하는 습관
• 팀원으로서의 센스
• 앞으로 더 공부할 주제

나의 모습이 어떨지 정말 궁금하긴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일단 현재에 충실할 예정이다.
이만 알고리즘 문제를 풀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