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회고

라용·2023년 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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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다시 디자인을 하고 있다. 회사 업무로 약간의 퍼블리싱은 하겠지만 개발 공부는 멈추었고 프로덕트 디자인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개발을 일단락 짓는 시점이라 가벼운 회고를 남겨본다.

부트캠프

부트캠프의 최종 목표인 개발자로의 커리어전환을 한 건 아니지만 거기에 들인 시간과 돈이 아깝진 않았다. 큰돈을 쓴 만큼 더 많은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을 몇 달 동안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부트캠프가 제공했다. 나의 최선을 매일 반복하다 보면 무엇이든 남는 게 있다는 걸, 오랜만에 다시 느꼈다. 작년 7월 말, 부트캠프를 준비하며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몇 달간 해외여행을 가는 기분이다. 그만큼의 시간과 돈을 쓰고,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 꽤 괜찮은 여행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정리

모든 일은 결국 '정리'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개발은 '정리'의 끝판왕 느낌이었다. 고작 몇 달 해보고 개발은 이거다 정의하는 것이 맞나 싶지만 나는 그랬다. 컴퓨터 언어를 컴퓨터가 인지할 수 있게, 에러 없이 동작할 수 있게 정리하는 일이면서, 그것을 같이 볼 사람까지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는 일. 그러기 위해 개발을 하기 전부터, 하는 와중에도, 한 이후에도 계속.. 정리해야 하는 일이 개발이었다. 이 경험으로 나의 '정리'는 조금 더 발전했고, 이건 이후에 무슨 일을 하더라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문제 해결

디자인을 할 때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찾는 것에 집중했다. 내 역량과 상대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나누었고,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며 불필요한 갈등을 줄였다. 그것이 내 전문성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부담 없이 잘할 수 있는 '쉬운' 일만 하는 건 아닌지, 계속 이렇게 쉬워도 되는지, 이게 지속가능한지, 에 대한 의심이 조금씩 쌓이기도 했다. 아마도 이런 마음이 쌓여 다른 경험을, 개발을 해보게 되었을 것이다. 개발을 하면서는 정반대의 경험을 했다. 내가 풀어본 적 없는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다. 검색하는 습관이 생겼고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줄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개발자가 되고 안되고를 떠나,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바뀐 것이 가장 긍정적인 변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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