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돈을 보관하는 방법

negu63·2022년 7월 1일
0
post-thumbnail

철수의 이민 - 절망 편

철수는 지도자의 악명이 하늘을 찌르는 나라 노토리어스의 국민입니다.

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을 너무도 사랑하지만, 이제는 이웃국 글로리어스로 영영 떠나려 합니다.

폭정과 억압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중앙은행의 평가절하로 인해 수년간의 노력으로 일군 재산을 앉은 자리에서 잃어 가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철수는 이주를 위해 재산을 전부 정리하고 그 돈을 달러와 귀금속으로 전부 바꾸고 길을 나섭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통제 때문에 해외 송금이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국경에 다다른 철수는 경비원들의 검문을 받습니다.

평소 불법과는 거리가 먼 철수는 형식적인 절차라 생각해서 안심했지만, 예상과 달리 상황은 좋지 않았습니다.

서류는 쳐다보지도 않고 소지품을 뒤져 달러와 귀금속을 모두 꺼내어 가져갔습니다.

경비원들은 지도자가 자신의 나라에서 만들어낸 부를 외국으로 가져갈 수 없게 하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했습니다.

철수는 눈앞에서 전 재산을 빼앗겼지만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었고 무일푼으로 국경을 건넙니다.

철수의 이민 - 희망 편

다른 평행 우주의 철수 역시 같은 이유로 이주를 결심했습니다.

이곳의 철수는 재산을 달러와 귀금속이 아닌 다른 것으로 바꾸었고 가벼운 짐을 들고 국경으로 향합니다.

국경 경비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압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을 찾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철수는 아무것도 빼앗기지 않고 유유히 국경을 건너 글로리어스로 향했습니다.

철수의 이민 - 해답 편

암호 화폐는 지갑의 시드나 개인 키만 알고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습니다.

희망 편의 철수는 재산을 암호 화폐로 바꾸었기 때문에 아무 일 없이 국경을 지날 수 있었습니다.

뇌에 돈을 저축한 것이죠!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현재 변동성과 투기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암호 화폐로 전 재산을 바꾸다니.

하지만 세상에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지속적인 화폐 발행, 조직적인 부패, 경제 실정으로 인해 2018년에는 물가가 2,300,000% 상승했습니다.

화폐의 가치가 언제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몰라서 자국 화폐는 마치 시한폭탄과 같습니다.

이 때문에 저축은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이며 물물교환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를 피해서 인접 국가로 도피하려는 경우에 절망 편의 철수와 같은 상황을 겪게 됩니다.

대부분의 금융 시스템이 정부의 통제 속에 있기 때문에 해외 송금은 정말 어려우며 중개인을 통하는 방법도 막혀가고 있습니다.

부패한 공무원들의 검문 때문에 직접 가지고 나가는 것도 힘들죠.

이런 상황에서는 암호 화폐가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암호 화폐는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나 휴대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적은 수수료로 빠른 시간에 해외 송금 또는 저축이 가능합니다.

이는 금융당국이 검열할 수도, 통제할 수도, 추적하기도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국 화폐가 2,300,000% 평가절하당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암호 화폐의 가격 변동은 충분히 감수할 만한 수준인 것입니다.

왜 빼앗지 못할까?

비트코인은 거래 기록을 오픈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모든 노드가 공유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비트코인의 주인은 현물을 소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블록체인에서는 기록된 비트코인의 소유를 증명하기 위해서 서류와 같은 물증 대신 256비트의 데이터(개인 키)를 사용합니다.

공개 키를 이용해 개인 키를 계산하는 것은 빠르게 구하는 공식이 없는 충분히 어려운 수학 문제이기 때문에 무작위 연산을 시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공격자가 무작위 연산을 시도한다고 했을 때 공격자는 최악의 경우 225610772^{256} ≒ 10^{77} 번의 연산을 시도해야 합니다.

초당 7억 기가바이트의 연산을 수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최악의 경우 103.92105610 * 3.92 * 10^{56}분이 걸립니다.

우주의 나이가 약 7.210157.2 * 10^{15}분이라고 하니 말도 안 될 정도로 오래 걸리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비트코인은 개인 키를 가진 소유주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유주를 직접 찾아가서 빼앗으면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비트코인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직도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아무나 블록체인을 다 들여다볼 수 있음에도 말이죠.

어느 누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든지 이와 같은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비트코인을 빼앗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확률이 아무리 낮다고 해도 무작위 연산을 시도할 것 같지만 게임 이론에 의해 공격자들은 탈취를 시도하지 않고 채굴에 참여합니다.

이는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금융 자주권과 인권

현대 사회에서 돈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은 극히 일부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금융 접근성이 매우 낮은 국가들이 존재하며 이들은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아프가니스탄과 같이 여성 인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나라에서는 가족들이 여성들의 계좌 개설을 막습니다.

또 엘살바도르의 경제 활동 인구 중 70%는 계좌가 없습니다.

이들에게 인터넷만 된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하며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암호 화폐는 금융 자주권을 주었습니다.

마치며

위의 사례들은 우리의 삶과는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일지는 몰라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이런 상황 속에서 암호 화폐가 어떻게 자유를 증진시켰는지 살펴보았습니다.

투기와 변동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암호 화폐가 이런 역할도 하고 있다니 놀랍지 않나요?

다음엔 더 재밌는 이야기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rofile
No matter how long it take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