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힐듯 했던 가계부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에 서울 주요지역 토지거래허가제 해제가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대출금리 인하를 동시에 주문하고 있다. 보이는 금리는 내려가는데 정작 금융소비자 개인은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국은 하반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등 규제 강화를 예고한 상태다. 올해 대출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줄 ‘2025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최근 나왔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월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원 안팎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작년 말 금융권의 대출 관리 강화로 쌓였던 수요가 풀리기 시작한데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대출 물량도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잠삼대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등으로 주택 구매 심리가 살아나고 있어 가계부채 증가세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간 가계대출은 지난해 3월까지 감소하다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9월 9조7000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뒤 9~11월에는 5~6조원대를 유지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12월에 2조원으로 줄었고 지난달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선 바 있다.
금융위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금융권협회, 주요 은행은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하고 최근 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금융권이 올해 새로운 경영목표에 따라 영업을 재개하고 신학기 이사수요 등이 겹치면서 이달 가계부채가 상당한 증가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최근 토지거래허가제 지정이 해제된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등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세와 지방 미분양 증가 등 양극화에 대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시장상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적기에 필요한 조치를 통해 가계부채가 경제의 안정과 성장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이 작년같은 쏠림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월별·분기별로 고르게 나누는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업권별로도 구체적인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배분한다.
은행권 증가율은 1~2%로 제한하되 지방 건설경기 지원 측면에서 지방은행은 5~6% 수준까지 인정한다. 지방 산업 지원 차원에서 지역 밀착형 금융을 담당하는 상호금융은 2%대 후반, 저축은행은 4%가량으로 여유를 준다. 또 시중·지방은행이 지방 소재 주택의 담보대출을 내주면 대출액의 50%를 전체 목표에 추가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금융당국은 하반기 시행이 예정된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및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 하향을 기반으로 가계부채를 관리하되 필요한 경우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등 추가 조치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DSR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현재 은행권 40%, 2금융권 50%가 적용된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 금리에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붙여 전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2단계는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 및 2금융권 주담대에 수도권 1.2%포인트, 비수도권 0.75%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 중이다. 오는 7월부터는 은행권 및 2금융권의 주담대와 신용대출, 기타대출에 1.5%포인트가 똑같이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고정금리 대출 취급확대를 위해 혼합형·주기형 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금리 반영비율을 현행 변동형 100%, 혼합형 60%, 주기형 30%에서 100%·80%·60%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하반기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서울보증보험(SGI)의 전세자금(보증금)대출 보증비율이 현행 100%에서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같은 90%로 하향 조정된다. 수도권은 보증비율을 단계적으로 더 낮춘다.
전세자금대출에도 소득심사체계를 도입하고, 전세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는 악성임대인 리스트도 작성한다. 은행이 전세대출 심사를 강화하면 투기적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또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세에 대비해 은행 자본규제상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조정을 검토한다. 내부 등급법상 신규취급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 하한인 15%를 상향조정할 계획이다. 전체적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이란 점을 예상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 대출 확대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당국은 경기둔화 우려를 감안해 정책 서민금융 규모는 연간 11조원으로 지난해(10조원)보다 확대하고, 정책서민대출과 폐업자대환대출은 관리실적에서 제외한다.
디딤돌(주택구입자금)·버팀목(전세자금) 대출과 보금자리론(주택구입자금) 등 정책대출도 관계기관간 협력을 바탕으로 과도한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한다. 정부는 올해 이들 대출에 지난해와 유사한 약 60조원 내외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보금자리론은 저출생 대응 강화를 위해 다자녀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하고 신혼부부 우대금리를 0.2%포인트에서 0.3%포인트로 확대한다. 소상공인이나 지방 등 취약부문 지원을 위해 생활안정자금 대출도 5년만에 재개한다.
AI 3줄 요약
- 금리 인하와 서울 주요지역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로 가계부채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대출 관리 강화와 금리 인하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 하반기부터 시행될 3단계 DSR 규제 및 전세대출 보증비율 하향 등으로 대출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며, 주담대 위험가중치 조정도 검토 중이다.
- 정책 대출은 확대될 예정이며, 서민금융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대출은 관리 실적에서 제외해 과도한 쏠림을 방지할 계획이다.